오늘의 기분
/ 모르겠다. 오늘 왜 이렇게 자꾸만 기분이 가라앉는지.
꿈자리도 별로였고 잠도 불편하게 느껴졌고 아침에 깨어나지도 못했다. 8시 30분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이 들어서 명상하면서 달래려고 했는데 생각이 갈팡질팡해서 명상이 잘 안 됐다. 거울을 보며 나 스스로와 대화를 시도했다. 지금 감정이 어떤지, 무엇이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건지...
조금 나아졌다 싶었는데 힘겨워서 민지언니에게 전화로 하소연을 한껏 했다.
최근에 오디션 본 작품이 꼭 하고 싶어서 끌어당기려고 노력하고 시각화하고 확언도 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으니 초조해진다. 초조해질 수 있지만 초조하다는 것은 의심한다는 것이 아닐까? 부모님 생신날 본 오디션이라 나름 의미를 부여해서 더 간절하게 원하는 것 같다. 엄마아빠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너무 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생각하다 보니 집착이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기분이 안 좋아지고 감사함도 못 느끼게 되고 의심은 점점 더 커지고... 그러면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비워내자. 비우자. 이참에 비우는 연습을 하자.
/ 아르바이트를 가서 식사로 비빔밥이랑 된장찌개 먹고 싶다고 스치듯 생각했는데 내 생각을 읽었나? 진짜 비빔밥이랑 된장찌개를 만들어주셨다. 오잉? 정말 맛있었다는!
/ 로또 5000원 자동으로 구매했는데 5000원 당첨 헤헤헷 이걸로 다음 주에 또 사야지!
/ 엄마가 어제 대구에서 보내주신 소고깃국이랑 미역국이 도착했다. 세상이 참 편리해졌다. 어제 꽝꽝 얼려있는 국을 대구에서 보내니까 오늘 꽝꽝 그대로 얼려있는 국을 서울에서 받을 수 있다. 소고깃국이 먹고 싶었는데 마침 엄마가 소고깃국을 끓이셨네. 엄마 정말 정말 고마워요!
/ 다음 주 월요일부터 연극연습 시작이다.
연출님이, 과제를 두 개 내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26-7살 때의 본인 모습을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나를 포털에 검색해서 그 시절에 했던 작품들을 봤다. 그러면 그때의 내가 어떤 날들을 보냈는지 기억이 난다. 26,7살 때의 나는 참 열심히 살았다. 매일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바로 헬스장으로 가서 하루에 2,3시간씩 운동하고 (그때는 운동만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단도 하고 발성학원이며 기타 학원도 다니고 중국어 공부도 하고 논현동에 친오빠랑 살 때인데, 동네에 함께 연기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매일같이 어울려 영화관 가서 영화 보고 가끔 술도 한잔하고 그 친구들이 아르바이트하는 카페에 가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책 읽고 대본 보고 오디션 연습하고 간간이 오디션에 합격해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게 되면 준비도 하고 연애도 하고 꿈꿈꿈! 연기연기연기! 하며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며 살았다. 나는 꼭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잘 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게 진짜 뭔지, 나는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정말로 내가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잘 된 나의 모습은 뭔지... 없었다. 막연했고 막연히 자신감만 넘쳤다. 그때는 또 그때 나름의 좋은 모습이 분명 있었다. 과제 덕분에 기억을 더듬어 본 나의 26, 27살 때 하루 일과와 생활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세나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의 나는 타인에게, 상황에 스스로를 내던져두었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한다.' 그때의 나는 회피하고 변명하고 핑계 대고 질타했다면 지금의 나는 책임지고 인정하고 생각하며 나아간다. 그때의 나는 일기를 쓰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는 일기를 쓴다. 그때의 나는 명상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는 명상을 한다. 그때의 나는 올해에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 광고 한편 찍으면 좋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의 나는 이번달, 상반기, 하반기, 올해, 내년, 2년 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계획이 다 있고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리며 매일 되새긴다. 그때의 나를 발판 삼아 지금의 나는 도약을 준비한다.
나 지금 잘하고 있어. 나 그때도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 감정이 가라앉으면 기운이 안 나고 의욕이 안 생긴다. 감정관리를 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겠는데...
/ 그리워하다 보면 정말 언젠가는 만나게 될까?
/ 오늘 밤에는 완전히 안전한 잠을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