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당신도 관계 속에서 겪고 있을지 모를 그 고통
사소한 일에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누군가의 짧은 한마디,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
이유 없이 날카로워 보이는
얼굴 하나에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몸은 이미 위협을 감지한 듯 떨리고 있었다.
나는 자주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에 시달렸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것은 ‘불안’에 가까웠다.
다른 사람의 작은 말과 행동은 언제나 불씨가 되었고,
나는 그것을 곱씹으며 큰 불길로 키워냈다.
“이 사람의 이 행동은 뭐지?”
“그렇게 공격적인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예민한가…?”
“다른 사람들은 멀쩡히 잘 사는데, 왜 나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내가 문제인가 봐.”
사람들은 불씨를 남겼고,
나는 그 위에 자기 검열이라는 기름을 부었다.
사건은 달랐지만, 뿌리를 따라가면 언제나 ‘사람’이었다.
혼란스러웠다.
자책하면서도,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도 생각했으니까.
사람들이 부르는 지옥은 흔히 불타는 형벌의 공간이지만,
내게 지옥은 관계 속에서 되풀이되는 고통의 무게였다.
지옥은 큰 사건으로도 찾아왔지만,
대부분은 관계 속에서 작은 상처가 켜켜이 쌓이며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숨 쉬기조차 어려워졌다.
몸은 과도하게 긴장했고, 마음은 갈 곳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나는 더는 오래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음을.
내 안에 자리 잡은 이 지옥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내야만 했다.
무너져 내리던 어느 날,
화면 속에서 나와 닮은 고통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 지옥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이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고통을 안고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나처럼 작은 일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흔들려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 글은 관계 속에서 쌓인 상처,
그 어떤 성향검사로도 설명되지 않는 아픔을 겪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기록이다.
내가 그 고통의 정체를 찾아가며 길을 냈듯,
이 글이 당신에게도
어둠의 정체를 밝혀주고,
자신을 일으켜 세울,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관계 속 트라우마를 연구하고 돕는 이들에게도,
이 글이 그 고통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된다면,
나는 내 고통을 기꺼이 내어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