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이 더 힘있는 이유
편집자 B의 대나무숲 1
이건 명백한 뒷담이다.
가끔 그런 사람을 만난다. 본인이 내뱉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말이다. 요즘 내가 겪고 있는 이가 그렇다. 그는 인간관계를 중요시한다. 모든 업(業)의 시작은 사람과의 관계이고, 진실한 관계가 결국 본질이라 말했다. 그런데 나와 그의 관계는 어떠한가?
오래전, 함께 일했던 사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손주가 태어나고 나니 세상의 모든 생명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그래서 그날 아침, 엘레베이터에 본 모기 한 마리를 평소처럼 손바닥으로 내려치지 않고, 손 안에 가두어 바깥에다 풀어주었다 하셨지.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던 중 우리 옆으로 작은 벌레가 기어갔다. 사장님은 망설임 없이 손바닥을 철썩 그쪽으로 내려쳤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아마 '아, 좋은 일 하셨네요.'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아니, 사실 거짓말이다. 무어라 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사장님의 미소 짓던 표정과 그날의 식당 분위기는 기억하고 있다. 사장님은 자신이 정말로 '좋은 일'을 했다 믿고 계셨고, 지금도 그러실 거다.
글을 쓰는 중에 오후 11시가 됐다. 정확히 알 수 있는 이유는 평일 밤 11시에 집 안 모든 조명이 꺼지도록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뜬금없지만, 요즘 나는 수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충분한 잠은 체력에 도움이 되고 곧 업무 향상과 이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10시에 자려고 했다. 저 지독한 인간이 나를 화나게 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를 생각할 일은 딱히 없지만, 그와 연락을 주고받으면 종일 그를 생각하게 된다. 정확하게는 그가 한 말을 곱씹게 된다. 처음에는 업무적으로 만났기에 내가 무능력해서 그런가?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 나는 무능력하지 않다. 이것이 내가 반년 동안 그와의 대화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그가 내뱉는 말이 그렇다. 본인의 업무적 실수는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내가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고, 나의 업무적 실수(엄밀히 따지면 내 실수도 아닌데)는 내가 꼼꼼하지 못 하고, 업무를 대충해서이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오늘 그와의 연락 때문이다. 오늘은 그를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왜 말을 저렇게 할까? 왜 본인이 추구하는 말의 내용과 실제로 하는 행동이 다를까?
내 오랜 습관은 자기반성이다. 어떤 일 앞에서 남 탓을 하기보다 항상 나를 되돌아본다. 노력해서 이런 것이 아니라, 그냥 원래 타고 나기를 이렇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 가족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집에 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엉엉 울며 스스로를 탓했다. 왜 그런 말을 했지? 왜 더 참지 않았지? 애초에 그렇게 화낼 일이었나? 그런데 그때의 나는 딱히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의 대나무숲에서 울고불고 반성하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말이란 거, 결국 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르지 않나?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다. 마음속에 혼자만 가지고 있는 말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뱉어야 상대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 적어도 모순은 없어야 하는 거다. 내가 사과를 손에 쥐고 아무리 그게 포도라고 해도, 믿어줄 사람은 없다. 뭐, 간혹 있으려나?
그와의 대화를 곱씹을 때마다, 모순이 서걱서걱 씹힌다. 하지만 대개 그냥 억지로 목구멍으로 씹어 삼킨다. 그간은 꾸역꾸역 소화를 시켰는데, 오늘은 한계인가 보다. 그래서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도 나를 알 수 없는 공간에 말하고 싶었다. 한 명쯤은 내 편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