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d-700 사구체신염 말기가 되었고 그제야 펜을 들었다
매일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구체신염 진단을 받은 지 7년, 아마 발병이 처음 시작된 지는 15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신장내과 선생님으로부터 투석까지 약 2년 남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나왔다.
어째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모르겠다며, 암 환자도 많고 교통사고도 일어나고 자살률도 높은 한국에서 혼자 몇 달간을 반 혼수상태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좌절하는 나 자신이 좀 지겨워졌다.
"시한부 인생한테는 2가지 방법 밖에 없어요. 첫째, 남은 기간 동안 울며불며 이대로 못 죽는다고 괴로워하던지. 둘째, 아이고 그래도 내가 오늘도 살아남았습니다 하면서 감사하던지."
투석 생존율은 보통 70퍼센트라 한다. 30퍼센트가 너무 두려워서 밤잠을 못 이루었다. 나는 물에 컵이 반 밖에 없다고 하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악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고민 상담을 하는 걸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그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매일 행복하게 살기를 선택한 지 오래였다.
나 따위가 뭐라고... 부끄러워졌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건 내가 쓴 내 책 한 권을 손에 넣는 일이었다. 굳이 출간을 하지 않아도 좋다. 물성에 집착하는 부분이 있는 나에게는 품에 껴안고 갈 만한 것이 너무도 필요했다.
매일 유튜브와 웹서핑, 게임 등으로 시간을 날려버리는 나에게 700일은 너무 짧았다.
투석을 담대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자.
책 한 권 정도의 글을 쓰자.
그렇게 다짐하게 됐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하루 한 문장이라도 쓰는 일.
오늘의 나를 내일의 나에게 남기는 일.
그렇게 쌓은 시간이 언젠가 한 권의 책이 되든,
아니면 그냥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든
그건 지금의 나로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하나뿐이었다.
앞으로 남은 700일을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
나는 오늘 그 첫 문장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