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수 Aug 03. 2024

부족함을 드러내기

함께 더불어 사는 맛

 계약직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그리 알려졌다.

FM, 쫄보.

가만히 못있고 자꾸 일하는 사람.

이 명칭들이 싫지만은 않은데 입밖으로 나 자신을 그리 불러댄 이유도 있는 까닭이다.


약한모습을 드러내면

그게 약점이 되어 내게 좋지 않은 평가도 될 수 있음을 안다. 그러나 나는 완벽해보이는 누군가의 허술한 면을 알게 됐을때 그게 더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런 결핍을 드러내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갔다.


그걸 느꼈기에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의 약점을 알고서 제멋대로 흔들어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내 결핍을 쓰다듬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과연 그런 연결감을 느끼기나 했을까.


너무 윽박지르는 곳에만 있어봐서 혼이 날까 쫄보가 되는 건 아닐까요?
 트라우마가 된거지.
샘은 진짜 이게 내 잘못인지 아니면 그냥 화풀이 대상이 된건지 한번 생각해봐도 좋을 거 같아요.



'아!!'


병원에서 태움을 당해봤던 내 경험을 안 동기는 나의 쫄보근성에 대해 그리 말했다. 그런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데. 그저 또 한소리 들을까봐 움츠리고 자주 쫄면이 되는 나였는데. 그게 상대가 내는 정당한 화인지 가늠해본 적 없는데.





일은 무조건 열심히 성실히만 해야한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함께 일하는 동기들은 쉬어가는 맛도 알려줬다.
일을 잘하진 못하니까 성실하기라도 하자며 쉴새없이 움직이던 지난 시간.
차 한잔의 여유를 머금고 숨돌리며 일 하는게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실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만 돋보이기 보다 상대가 더 편할 수 있도록 일의 물꼬를 터주는 게 일잘하는 방법이란 걸. 혼자 일했다면 알지 못했던 온갖것들을 지금 이 자리에서 배우고 있다.



나의 약한 부분을 완벽하게 대체하려 했을 때는 오히려 삶이 더 팍팍했다. 나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그것조차 내것으로 품으려 하니 길이 보인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린 부분을 꺼내는 사람이 있을때 마음도 촉촉해지더라.

완벽에 다가서려 할 때 나를 대단하다 칭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실하게 빈틈없이 살려 하는 그 모습이 예뻐보이기도 했나 보다.
대신 나는 외로웠다. 물 위에서는 우아했겠지만 물 안에서는 쉴틈없이 발을 헤엄치는 오리들처럼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까.

빈틈을 허락 할 공간이 생기니 마음은 더 편안해진다.
이게 진짜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보듬어 주는 이런 날들이 진짜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허물을 벗은 요즘.
살맛이 난다.
인정받는 날들을 버렸더니 새로운 날들이 다가온다.
이런 삶을 배워 갈 수 있음에 감사한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성격에 화장을 덧칠하는 일은 그만하는 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