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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ul 18. 2022

전자책 출판 후 일어난 4가지 변화

블로그에 꾸준히 쓴 글들을 유페이퍼에서 전자책으로 등록했다. (7월 18일 현재, 아직 온라인 서점에 올라오지는 않았음.) 카카오 브런치를 보면 정말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다. 맛깔스럽고 정갈하고 다듬어진 글들이 부럽다. 한편 나의 글은 내 글이라기보다는 고전을 소개하는 글들이다. 내 이야기보다는 그 사실들을 소화해서 내 말로 쓰려고 했다. 작정하고 읽지 않으면 저절로 읽혀지는 내용이 아니다. 내 글이 '미운오리새끼'가 된 기분이다. 



1. 글쓰기 관련 강의나 글, 폭풍 흡입


아무튼 전자책으로 4권을 출간한 이후 변화가 생겼다. 글쓰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관한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보는데 이전과는 흡수력이 달라졌다. 완전 흡수되고 공감이 된다. 강원국의 글쓰기 특강을 몰아보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어서,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소탈하고 재미있고 글쓰기와 말하기에 관하여 1만 개 이상의 메모를 하며 준비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강원국 작가에게서 위로를 받았다. 말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자기 글을 못 쓰는 사람이었다. 그저 대통령에 빙의되어서 남의 생각을 써주는 '자기 생각이 없는 작가'였다. 그가 자기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년이 되었다고 했다(내가 듣던 동영상 기준으로). 


'강원국 작가도 자기 글을 쓰기 시작한 게 불과 4년 밖에 안 되었어.' 얼마나 위로가 되든지. 나의 글쓰기도 이제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동안은 키르케고르 관련한 번역서 <키르케고르: 신앙의 합리성>과 키르케고르의 원전 <성찬의 위로>를 출간했는데, 내 생각은 아니었지 않는가. 이 번에 낸 4권의 책도 고전을 소개하는 글이지 전적인 나의 생각과 삶의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아직 내 말을 하고 싶지 않고, 고전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래서 마음이 조급하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부럽다. 고전을 소개한다고 해도, 그것을 내가 소화하고 풀어내는 것이기에 나의 글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글이 부럽다.


베스트셀러 작가 남인숙 작가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당시에 전 재산을 들여 글쓰기 공부부터 시작하고 죽기 살기로 작가가 된 이지님 작가의 글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게 되었다. <무명작가지만_글쓰기로 먹고삽니다>는 전자책 출판 전에 사서 훑어보았는데, 전자책 출판 이후에 글쓰기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마치 내 이야기를 담은 것처럼 재미있었다. 책을 출판했기에 생긴 변화들이다.



2. 후기/서평/추천사 부탁드리기


키르케고르 전문 번역가 이창우 선생님으로부터 추천사를 부탁받았을 때 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직접 번역할 엄두를 못 내지만, 추천사는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 기분이어서 기꺼이 추천사를 썼다. 추천사를 쓰면 책을 2번 이상 읽게 되고 책 내용을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이해를 다 못해도, 독자가 이 책을 사랑하고 읽도록 소개하는 글이면 된다. 책을 이해하기 힘들어서 나는 낭독을 해서 녹음을 하고 그것을 또 듣고 책을 보면서 내용을 소화한 후에 추천사를 쓰곤 했다. 


서평이나 추천사를 쓰는 것은 대단한 공부이다. 직접 책을 쓰거나 번역하는 것보다 덜 고통스럽기 때문에 좋다. 게다가 최고의 독서 방법이기에 기분이 좋은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나도 한줄평, 후기, 서평, 추천의 글, 무슨 형식이든 읽고서 몇 자 부탁을 드리게 되었다. 대부분은 읽겠다고 수락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블로거에게나, 심지어 초면이지만 꼭 부탁을 드리고 싶은 블로거에게도 부탁을 드린다. 용기를 내서 부탁을 드리는데, 대부분 자비롭게 응해 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교정교열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문장이 쓰고 보니까 더 간결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도 몰려온다. 누군가 읽기에 부끄러운 책이라는 생각이 몰려온다. 벌거벗은 느낌이다. 그래도 책을 출판하고 인사도 하고 소식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다. 

키르케고르의 건덕적 강화집이다. 앞의 3권은 추천사를 썼고, <성찬의 위로>는 공동번역 했다.



3. 말하기도 공부하게 된다


강원국 작가는 '말하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강연한다. 8시간 말할 수 있으면 한 권의 책이 된다고 한다. 어느 주제를 8시간 말할 수 있으면 책이 된다. 1시간짜리 8번의 강연을 하면 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원국 작가의 '말하기와 글쓰기' 강연을 들으면서, 이 둘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글쓰기와 말하기의 상호 성장을 힘쓰도록 하겠다.


4. 이타적인 작가로 성장하고 싶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글을 쓴 것이다. 고전을 내가 어떻게 소개했는지, 복잡한 등장인물과 플롯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를 정리해두었다. 내 책에는 고전과 나만이 있는 느낌이다. <아들에게 들려주는 서양철학 이야기>도 하나의 설정이다. 학교에서 과제를 내주지 않는 한 읽기가 쉽지 않다. 비록 나는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듯이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고전들을 읽으면서 고전을 이해하기도 벅차서 독자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스피노자의 <에티카>, 파스칼의 <팡세>, 볼테르의 <캉디드>, 조지 버클리의 <하일라스와 필로누스가 나는 대화 세마당>, 데이비드 흄의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 등 고전을 소화하기에 바빴다.


'나의 글에 독자의 자리가 있는가?' 

책을 출판한 후 자꾸 이 질문이 나를 괴롭힌다.

'그래 알았어.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를 할게. 

지금은 못하지만, 앞으로 잘 할게.'

자문자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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