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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Oct 20. 2024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25.3.3.까지)

몸으로 발산하는 여성 미술, 국립현대미술관(서울)


4월, 국립현대미술관(과천) 관람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 나들이는 서울서북노회 목사회 이규선 회장님이 목사님과 사모님들에게 문화의 지평을 열어주며, 식사를 제공하고 차를 제공하여 쉼과 힘을 제공하기 위한 전적인 섬김에서 시작되었다. 버스 1대와 봉고차가 갈 정도의 인원이 지난 4월에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갔었다. 그때만 해도 비록 현대적인 미술작품이 가미되었지만, 60년대, 70년대의 우리나라 모습을 담는 사진과 그림들도 있었다. 근대성 비판과 페미니즘을 가미한 그림이었다. 특이한 것은 직접 그린 그림보다는 사진이 많았다는 점이다. 현대 미술에서 직접 그리는 그림은 설자리를 잃은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졌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0월 17일(목), 국립 현대미술관(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기간, 시간, 주제, 입장료 등의 정보

주차장은 넓다. 첫 1시간에 4200원이고 이후 10분마다 700원이다. 티켓으로 1시간 무료 혜택을 누린다. 무방비 상태였다. 전시실이 지하 1층인데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다시 돌아가야 해서 동선 때문에 헤맸다. 게다가 지하 3층까지 내려간다. 이번 전시는 11개국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 130여 점이 전시되었다. 그림으로 그린 것은 1점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전부 현대미술이고 설치미술이다. 입체적인 전시물, 퍼포먼스를 찍은 영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백남준의 설치미술이 떠올랐다.


1부~3부는 회화, 사진, 조각 등 평면 위주였고, 4부는 거리 퍼포먼스의 아카이브 형식, 5~6부는 영상과 퍼포먼스가 많았다. 비탄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낸다. 1960년대 이후의 아시아 여성 미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통영의 섬에 있는 바다 풍경을 독특한 화법으로 그리는 우리 동네 김용득 화가님의 작품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비판적 예술이었다.  


1부. 삶을 안무하라.


식민, 냉전, 전쟁, 이주, 자본주의, 가부장제  등의 복잡한 근현대사 속에서 신체에 새겨진 삶의 기억과 경험을 표현한 아시아의 여러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다.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는 김인순의 <여대생 취업구걸>이라는 작품이다.

김인순 <여대생 취업구걸>



2부. 섹슈얼리티의 유연한 영토


성과 죽음, 쾌락과 고통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영역이나 이미지를 다루면서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사회 규범과 문화적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이다. 

아그네스 아렐라노 <풍요의 시체> 1987 <해를 띄우기 위한 노래>



3부. 신체-(여)신·우주론


아시아 각국 고유의 민간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을 작품의 주제 및 표현 대상으로 하고, 우주론의 관점에서 신체를 우주의 축소판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이다.

모리 마리코 <미코 노이노리 (무녀의 기도)> 1996
바티커 <그리고 자비로운 자기 잠든 내내> 2008


4부. 거리 퍼포먼스


1960-2000년대 급속한 근대화가 진행될 때, 변화 속에서 탈식민주의, 냉전, 국가주의, 산업화, 신자유주의의 맥락이 스며드는 한편, 규제와 제도, 위계질서가 작동하는 공간을 무대로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작품이 전혀 아니고, 예술이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5부. 반복의 몸짓-신체·사물·언어


일상의 평범한 시공간과 행위를 낯설게 하고 이를 재인식하게 만드는 퍼포먼스의 반복성에 주목한다. 

사사모트 아키 <넛 다이어그램> 2018. 한 여성이 등장하여 양손에 도넛을 걸레처럼 사용하여 유리창을 닦듯이 문지르는 낯선 동영상이다.


사사모트 아키 <도 다이어그램> 2018. 한 여성이 등장하여 양손에 도넛을 걸레처럼 사용하여 유리창을 닦듯이 문지르는 낯선 동영상이다. 



6부. 되기로서의 몸- 접속하는 몸


정신과 육체,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인간과 비인간, 남성과 여성 등의 이분법적 구도와 위계에 도전하는 작품들이다. 대표적으로, <수업>이라는 작품은 죽은 시체, 비인간화된 존재를 대상으로 살아있는 교사가 가르치는 장면이다. 상상이 어디까지 미칠지 기괴하다.


아라야 라스잠리안숙, <수업> 2005. 16분 32초 영상.



나오는 말,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현대는 '신체'가 세계 인식의 주체이다. 전통적으로 정신과 육체 이원론과 다르다.


세상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사상이 바뀌었다. 전통적으로 플라톤-데카르트-칸트는 심신이원론의 입장에서 신체에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을 시작으로 신체를 통한 세계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의 현상학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현대 사상의 한 면모이다. 신체와 섹슈얼리티의 주제로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문제를 조명하고자 한 것이다. 


어색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근대성 비판, 인간이 만든 사회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 재미있었다, 카타르시스가 되었다고 하는 어느 여성분의 반응을 보고서 그만큼 내가 현대 여성의 관점과 동떨어졌나 하는 물음을 가진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봄으로써 현실을 새롭게 보는 백신 주사를 맞은 느낌이다. 찜찜하고 몸살이 나지만 익숙했던 질병을 치유할 것 같은 효과가 나올 수도 있으리라.


10월 17일 목요일 오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현대 미술의 냉탕에 들어갔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서 나왔다. 서울 현대미술관 투어와 식사를 제공해 주신 이규선 목사님과 임원으로 수고하신 이진원 목사님과 이준석 목사님, 동행해 준 서울서북노회 목사님과 사모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글로 정리해 보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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