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의 「수련」 을 묵상한, 질 들뢰즈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Difference and Repetition

by 오르 Ohr

프랑스 화가 Claude Monet의 대표작인 「수련(Water Lilies)」 를 바라보고 있으면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연못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오래 바라볼수록 그림은 하나의 고요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는 빛과 색의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물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색은 서로 섞이며, 수련의 잎과 물의 반사는 서로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그 그림은 마치 멈춘 장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순간처럼 보인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철학을 떠올리게 된다. 들뢰즈는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Difference and Repetition)』에서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 곧 “차이와 생성”의 철학을 제시하였다. 전통 철학이 사물의 본질이나 동일성을 찾는 데 집중했다면, 들뢰즈는 세계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차이들의 흐름이라고 보았다.


반복은 복제가 아니라 생성의 과정이다.



모네 수련.png


모네의 수련을 바라볼 때 이러한 철학은 매우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같은 연못, 같은 수련을 그린 그림이지만, 그 장면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빛이 조금만 달라져도 물의 색은 바뀌고, 하늘의 반사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모네는 동일한 장면을 반복해서 그렸지만, 사실 그는 같은 것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다른 차이를 기록하고 있었다.


바로 이 점이 들뢰즈가 말한 “반복”의 의미와 닮아 있다. 들뢰즈에게 반복은 동일한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 속에서 언제나 새로운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풍경이라도 다시 나타날 때에는 다른 빛, 다른 색, 다른 공기의 떨림 속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반복은 복제가 아니라 생성의 과정이다. 모네의 수련은 이 철학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들뢰즈는 모네의 수련을 보고 철학을 시작했을까? 다시 말하면, 예술이 그의 철학의 출발점이 되었을까?


정확히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들뢰즈의 철학은 모네의 그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서양 철학 전체에 대한 깊은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그는플라톤( Plato), 데카르트(René Descartes), 그리고 특히 헤겔(G. W. F. Hegel)에 이르는 전통 철학이 동일성과 개념 중심의 사고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고 보았다. 이러한 철학은 세계를 질서 있는 개념의 틀 속에 넣으려 하지만, 실제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한다.


들뢰즈는 이러한 세계의 모습을 “차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려 했다. 그리고 그 철학을 설명할 때 종종 예술을 예로 들었다. 왜냐하면 예술은 개념보다 먼저 세계의 변화를 포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주의 회화는 사물의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순간의 빛과 변화하는 분위기를 그린다. 이 점에서 모네의 그림은 들뢰즈 철학의 좋은 비유가 된다.


따라서 모네의 수련은 들뢰즈 철학의 출발점이라기보다는, 그의 철학을 보여주는 하나의 창문과 같다. 철학이 개념으로 말하려는 것을, 예술은 색과 빛으로 보여준다. 들뢰즈의 철학이 말하는 세계는 고정된 존재들의 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는 차이들의 흐름이다. 모네의 수련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는 그 철학을 논리로 이해하기 전에 이미 눈으로 경험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모네의 그림은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그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연못이라는 하나의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빛과 물과 공기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모네의 수련 앞에서 우리는 철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보게 된다. 철학은 세계를 설명하려 하고, 예술은 세계를 보여준다. 들뢰즈의 언어로 말하면, 세계는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나타나는 차이들의 생성이다. 그리고 모네의 연못 위에서 그 생성은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질 들뢰즈는 달팽이 속에서 태어났다”


달팽이는 프랑스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자 프랑스 문화의 상징이기 때문에, 이 말은 그가 프랑스적 토양 속에서 태어난 사상가라는 뜻을 담는다. 달팽이 껍질이 나선형으로 말려 있는 모습은 파리의 지형과 거리 구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표현은 들뢰즈가 파리라는 도시와 프랑스 문화 속에서 형성된 철학자라는 의미를 가진다.


{DC719623-65FD-4C93-B767-E949ADB59A72}.png
{8958C985-A80C-4866-8FC0-F57501D6CB52}.png
{BB0E30CB-D49F-443B-A5F9-B55951E9D9DB}.png




매거진의 이전글합일인가, 아름다운 거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