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삿날

2022.03.23

by 고주

제삿날


열세 번이 절여지고 졸아서

딱 한 번으로

네 분을 모시는 제삿날


힘겹게 넘긴 삶이

가래로 거슬러 올라오는 아버지

밥보다 많은 약으로 견디다

피부는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졌고

가려워 긁다 긁다 닳은 손톱

그 손을 내미신다


습자지처럼 얇아져

쪼개지고 일어나 삐진 손톱

가문을 지고 걸으며 버텼을

쉽게 바스러지는 발톱

조심스럽게 오래오래 깎는다

내 각진 생각을 깎는다


“욕봤다.”

엄마 몰래 드신 막걸리 한 사발

아무 일 없는 듯 죽을 드신다

잔 드리기도 버거워

늦게 나오셔서 툭 던지는

“상은 북쪽으로 놓았냐?”

“귀신이 있는 줄 아시오?

제사도 우리까지만 이요.”

10대 종부의 쨍 한 말씀


반으로 줄어든 손톱

혼자도 견디기 힘든 발톱

몇 번이나 내 손에 쥘 수 있을까?

아프고 외로웠을 그 세월을

이전 02화봄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