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호박

2021.11.03

by 고주

손자 호박


서리가 내린 후로

정성껏 키운 호박

주인께 바치고

할 일 다 한 호박잎은

시름시름 말라간다


집에서 제일 먼 곳까지

달려가느라 이제야 피운

할머니 호박꽃

미루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있으면

느린 날갯짓으로 할아버지 나비 찾아와

한참을 놀다 가신다


그리고 며칠 후

쥐 알통만 한 호박이 달리고

아이 손바닥만 한 잎을 밀어 올려

젖을 주고 있다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서


자연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숭고한 호박밭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