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2021.12.09

by 고주

엄마


장마가 끝나고

지천으로 활개를 치는 호박잎

뚝뚝 따서 드렸는데

호박 줄기까지 다 마른 12월에도

냉장고에 꼭꼭 숨겨놓고

몇 장씩 꺼내 드시고 있다

예순의 아들이 고사리손으로

힘들게 따온 것을 한 장이라도

허투루 내버릴 수 없다는 엄마


급하게 걸려 온 전화

손주 서울로 올라갔느냐며

막 담은 김치 먹이고 싶으시단다

늙은 참나무 껍질같이

주름지고 뻣뻣한 손으로

조물조물 정을 바람을 버무렸을

파김치 갓김치 무김치 배추김치

양손 가득 들고 나오는 어깨에

커다란 산 두 개가 얹어있다


아직 그 높이를 알 수 없는

환갑을 앞둔 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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