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주 Aug 10. 2024

사서 선생님

2024.06.18. 화

<사서 선생님>

     

여전히 앞서 걷는 사서 선생님.

오늘은 좀 빨리 출발했다 싶었는데, 또 같은 전철을 탔나 보다.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들어서는 길에서 나눠지겠지 했는데, 선생님의 발걸음이 자꾸 터덕거리며 늦춰진다.

“신발이 너무 커서요. 220mm를 신어도 이렇답니다.”

요즘 아이들의 발이 너무 커서 신발 작은 치수가 없다신다.

어려서 할머니가 여자가 발이 크면 못 쓴다며 자주 버선을 신기셨다고.

당신이 너무 키가 커 시집을 오래 가지 못한 고생 대물림하지 않으시려고.

며느리는 모두 쥐똥만 한 여자를 들여 자신이 이렇게 작다며 원망하는 눈치다.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모르셨겠지.

돌아가실 때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조선의 여인이라고 했다나. 

선생님도 작년까지 끝이라고 모든 짐을 다 나누었는데, 기간제교사는 65세까지 정년이 연장되어 남아 계신다고.

아! 누님이셨구나.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이, 몇 년은 더 현역으로 남아야겠네.    

 

“이것 좀 번역해 주세요.”

과학 선생님이 중국어 선생님께 실험실 사용 시 주의 사항을 보낸다.

“교육청에 부탁했더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어렵다네요.”

이렇게 깔끔한 것을.

러시아 선생님이 오시면 마저 마무리하겠다며,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신다.

여기가 범세계적인 곳이다.   

  

“한국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고는 생활하기가 힘들어요. 아버지 야리가 학업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너무 힘들어해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아이가 걱정이라며, 키르키스탄에서 교수로 계셨던 아버지의 난감한 표정.

대학을 졸업하고 첫 봉급이 대략 40만 원 정도란다.

그래서 꿈을 찾아 떠나온 한국.

숙려제나 위탁기관들을 찾아보자며 애가 달은 선생님들.

눈물겹다.

우리 한국 아이들도 저렇게 보살핌을 받고 있나?    

 

예제를 풀어주고 문제 푸는 모습을 일일이 살핀다.

소수와 분수가 섞여 있는 일차방정식.

다양한 방법들이 출현한다.

몇 아이는 너무 아깝다. 크게 될 녀석들인데.

대부분은 구구단만 빨라도 좋겠다.

이항하면 부호가 바뀐다는 것을 가지고 이렇게 뱅뱅 돌 일인가?

최소공배수, 직사각형, 가로, 세로....... 한국어 수업은 계속된다.

끝 종이 울리고 모두 쓰러지는 아이들.

내가 또 하얗게 태웠구나, 나만 타면 되는데 저 녀석들까지 다 태웠구나.

드디어 알았다는 정희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점심에 나오는 수박과 멜론 때문일까?

얼음을 사다 아이스박스에 넣고 여름을 났던 이야기.

냉장고에 과일을 가득 넣어두고 원 없이 먹고 싶었다는.

교감 샘, 교장 샘 꼰대들의 한없는 넋두리, 수박이 멜론보다 확실히 맛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의 국적은 바꾸지 않는다나.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가기 쉬워서, 특히 중국 엄마들.     




<낮 밥 >    

 

12시로 달리는 시각

쭈뼛쭈뼛 눈치만 

그때,

밥 먹으러 갑시다

식사하러 가시지요? 가 아니라

모내기 때 새참 먹으러 가는 것 같아

맘이 후끈

식당에는 밥 푸는 사람들이 

푸지게 많았다

그것도 고봉으로

작가의 이전글 내리막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