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 달 간은 여기에 적을 순 없지만 고민이 있어서 항상 마음에 짐덩이 하나를 안고 사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오는 문제였다.
나는 뭔갈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최근 이 고민이 생기니까 머릿속에서 하루 종일 이거에 대한 생각만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부터는 몸까지 아팠다. 고민을 하고 또 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소화가 안돼서 소화제를 달고 살았다. 그리고 자궁 쪽이 콕콕 찌르듯이 아프고 뼈마디가 쑤셨다.
아마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으로 통증이 발현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고민을 멈출 순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정말 이 문제만 생각하면 길을 걷다가도 주저앉아 목놓아 울고 싶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다 갑자기 퍼뜩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한테 물어보자.
워낙 고등학교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보니 부모님이랑 상의하는 습관이 안 들어있던 나는 그동안 혼자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엄마를 잊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고민 때문에 정말 너무 괴롭고 고통스럽다 보니 결국 엄마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정말 너무 힘들 때에는 항상 엄마가 떠오른다.
내가 벼랑 끝에 섰을 때 생각나는 사람은 결국 우리 엄마구나.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야간 근무 중이셨다. 엄마 목소리가 바빠 보여서 그냥 나중에 얘기할까 했지만 내가 맘이 급해 그냥 빨리 말해버렸다.
"엄마, 나 ~~~~ 한 고민이 있는데 엄마 생각은 어때?"
그러자 엄마가 진짜 1초 만에 대답했다. "라희야~엄마는 ~~ 게 생각해."
우리 엄마는 원래 신중한 스타일이라 바로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편도 아니고, 약간은 T성향이라 공감을 잘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말을 듣자마자 중대한 문제라는 걸 바로 간파하신 듯했다.
주저 없이 나오는 엄마의 대답.
나는 예상치 못하게 너무 바로 대답을 들어서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그러자 엄마는 전에 없이 따뜻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라희야, 네가 고민이 많았겠구나. 우선 엄마랑 이 문제를 상의해줘서 너무 고마워. 네가 이렇게 엄마 의견을 물어봐주니 엄마는 너무 고맙고 감동이야. 라희야, 엄마는 네가 ~~ 게 했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의 마음이야. 엄마 마음 알지? 항상 네가 제일 소중하고 귀해. 전화 끊으면 엄마가 했던 말 다시 한번 곱씹어보고 현명한 판단 하길 바라. 알겠지? 엄마 내일 휴무야. 내일 언제든 전화해. 다시 얘기 나눠보자.
순간 마음이 찡하면서도 뭔가 민망하기도 하고, 너무 고맙고, 한 큐에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속이 시원했다. 엄마 말을 들으니 내가 한 달간 고민했던 게 한 방에 날아갔다. 아주 강력한 소화제를 먹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엄마 말을 따라 나는 고민을 해결했다. 정확하게는 어떠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딸과 엄마는 정말 표현할 수 없는 어떠한 감정을 주고받는 것 같다. 가끔은 엄마가 나고, 내가 엄마인 것 같다. 엄마가 나도 놓치고 있던 나 자신을 꽉 잡아주고, 내가 진심으로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아주 든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