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젠골프' 읽기 (2부:액션) 7/19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7. 얻으려면 먼저 포기하라 (p150 ~ p153)


우리는 빈틈없는 정확성을 추구한다.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우리가 정작 포기해야 할 것은 이런 욕심이다. 샷을 뜻대로 조절하고 싶은 욕심이다. 이런 욕심은 '생각하는 정신'의 표현, 즉 원하는 결과를 확실하게 얻기 위해 스윙을 조절해보려는 정신의 표현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우리가 얻는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때로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빈틈없는 정확성을 보장해 줄 조절력을 얻으려면 먼저 의식과 의도에서 이런 욕심을 포기해야 한다. 근육까지 지배하려는 '생각하는 정신'을 포기해야 한다.


버려야 얻는다! 스윙을 하는 주체가 당신이 아니라고 느끼면서 샷을 해본 적이 있는가? 선택한 클럽을 어떻게 스윙할까 생각지 않으면서, 스윙의 결과를 생각지 않으면서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샷을 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골퍼가 한두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떄의 결과는 거의 언제나 극적이었을 것이다. 조절하겠다는 욕심을 포기할 때 놀라운 결과가 빚어진다는 확실한 증거다. '직관적인 정신'이 그 조절력을 '생각하는 정신'으로부터 인계 받는다.


식당에서 웨이터가 수프 그릇을 잔뜩 얹은 쟁반을 한 손에 받쳐 들고 여유 있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가? 그는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응시할 뿐 쟁반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지배인이 그에게 다가와 '조심하게, 쟁반에 얹은 수프 그릇을 보라고! 조심해. 수프를 쏟아서는 안돼!'라고 다그친다면 어떻게 될까? 필경 웨이터는 수프를 사방에 흘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 지나치게 조심할 때, 신경을 곧두세우고 일할 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쓸 때 어떤 결과가 닥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결국 피하고 싶은 사태를 스스로 불러오는 셈이다.




멋진 아이언 발사각


내가 40대 초반까지 골프 게임을 하던 중에 가장 자신있었고 그래서 내보이고 싶어했던 것은 상당히 높은 탄도의 아이엇 샷이었다. 특히 5번 아이언과 같이 긴 채를 통하여 높은 아이언 샷 발사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꽤 빠른 스윙스피드와 그에 따라서 증가하는 강력한 스핀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때 발생해서 몸에 가해지는 충격과 운동 에너지를 탄탄히 받아낼 견고한 근육과 균형감도 필요하다.


공의 탄도는 기본적으로 클럽헤드의 각도에서 초래되지만 아무리 헤드의 각도가 큰 채(숏 아이언)를 써서 스윙을 하더라도 스윙 스피드와 강력한 임팩트에 의한 백스핀량이 적으면 공을 높게 띄우기는 어렵다. 그외에도 공을 하늘 높게 날려 보내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예를 들면, 골프공에 새겨진 딤플의 깊이와 개수도 매우 큰 요인이다. 보통 공의 딤플이 클수록 볼을 띄우는 양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딤플의 크기가 커지면 딤플이 차지하는 표면적은 작아지고, 딤플이 작으면 딤플이 차지하는 표면적은 커진다. 물론 너무 작으면 딤플로서의 기능이 떨어질 것이다. 통상 딤플 표면적은 공 전체 표면적의 80%는 되야 한다고 한다. 골프공을 들여다 보면 알겠지만 약간 큰 딤플과 작은 딤플이 섞여 있다. 큰 딤플과 작은 딤플을 적절히 섞어서 최적 딤플 표면적을 구현한 것이고 그게 각 골프공 회사의 중요한 기술일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90타 전후의 평범한 아마추어에게는 딤플의 깊이와 개수 등과 같은 미세한 요인들이 샷의 본질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주어진 장비의 최대 퍼포먼스를 낼 수가 없다. 당신의 드라이버로 프로나 아마추어 장타 고수는 언제든지 300야드를 보낼 수 있지만 평범한 당신은 불가능하다. 운좋게 멀리보낸 샷이 카트 도로를 맞고 70~80m 정도 더 굴러가지 않는 이상 말이다. 역시 당신의 골프백에 굴러다니는 스크래치가 있는 골프공을 가지고도 그들은 정확하고 깔끔한 샷을 통해 부족하지 않은 거리의 Good shot을 만들어 낼 수있지만 당신은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아마추어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성능을 내는 장비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자주 구사하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곤 했던 높은 아이언샷 탄도도 마찬가지로 장비의 성능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미 근력이 꽤 줄었고, 연습량은 더 줄어 들었기 때문에 스윙 스피드는 과거와 비교하여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런 스윙 스피드로는 더 이상 그런 샷을 만들 수가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연습량과 근력 및 유연성 운동을 통한 원상회복이겠지만, 전문적인 선수도 아니고 또 너무 강력한 스윙 연습을 지속하기엔 부상의 위험도 따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을 인식하고 내 육체와의 타협이 필요하다. 말이 좋아서 타협이지 사실 그런 아름다운 샷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포기한 것이다.


허인회 아이언샷.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플레이스타일을 보여주는 허인회 프로)





포기의 대가(代價)


이 장에서 언급되었듯이 그런 욕심을 포기할 때 얻어진 것은 그런 현실적이지 못한 매우 높은 탄도의 멋진 아이언 샷을 하겠다는 '생각하는 정신'에게 휘둘리는 빈도가 낮아졌다는 것이고, 대신 한결 부담을 덜은 나의 몸은 '직관적인 정신'에 따라서 움직이는 빈도는 증가했다는 것이다.


말해봐야 입만 아픈 내용이지만, 되지도 않을 상황에서 억지로 15년 전의 샷을 머릿속에서 이미지 스윙을 한들 그런 결과를 만들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희박하다는 것은 그런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는 말이긴 하지만, 확률은 현저히 낮다. 아주 완벽한 라이에서 상당히 정확하게 공을 칠 때에 그런 결과가 간혹 나오긴 한다. 물론 그것도 몸이 완전히 풀린 후반이나 되야 말이다.


포기라는 단어는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기 때문에 사실 쓰기가 편하지 만은 않은 단어이다. 포기 보다는 '현실의 수용'이라는 말로 대신하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수용함으로서 실수를 줄이고 정확도는 높인 그렇게 멋지지만은 않지만 일관된 샷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代價였다.




저절로 움직이라!


매우 어렵긴 하지만 사실 골프 스윙은 우리가 몸의 미세한 동작을 거의 인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제일 좋다. 우리는 걸음을 걸을 때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걷는다. 이때 보폭을 몇 cm 로 할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을 때도 젓가락을 몇도까지 벌려서 얼마 만큼의 손가락 힘으로 김치를 집어야 안전하게 내 입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도 계산하지 않는다. 두 가지 모두 자연스럽게 그냥 몸이 움직여 진다.


골프 스윙을 이렇게하면 참 좋을 텐데, '우리'에겐 거의 불가능하다. 내 생각에 우리가 주어진 조건(정신적 혹은 육체적)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스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욕심을 버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편안하게 스윙을 하고 최대한 정확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직관에 따라서' 몸과 정신이 움직일 가능성을 가장 높게 할 수 있다.


길을 다니다 보면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특히 아이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전거와 한 몸이다. 심지어 핸들에 손을 대지도 않고 방향까지 튼다. 나도 어렸을 때는 그렇게 자전거를 탔었다.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다. 혹시라도 시도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절대로 도전하지 않는다.


골프 스윙도 거의 비슷하다. 보통의 '근력과 유연성을 잃어가는 연습량이 적은 평균적인' 골퍼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비하여 실패의 대가가 너무도 큰 샷을 자주한다. 제대로 구사될 가능성이 10%~20%도 안되는 드로샷을 치겠다고 시도해서 공을 오른쪽 OB 구역으로 날려 보낸적이 기억나지 않는가? 이런 빈도만 줄여도 한 라운드에서 3~4타는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참, 최근에는 보기 어렵지만, 과거엔 머리에 짐을 이고 자유롭게 다니던 어머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요즘은 배달 어플로 인하여 주로 남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지만 말이다. 그런 분들을 보면 머리에 이고 있는 것과 거의 한 몸이 된 것 같다. 만약 그 짐을 조심스럽게 운반하기 위하여 과도하게 염려(생각)한다면 온 신경이 머리 끝으로 모일 것이고 이로 인하여 중심이 흔들리고 앞도 제대로 주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그 분들은 중심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유유히 이동하여 짐을 안전하게 내려 놓는다. 아마도 '생각하면서 움직인 것'이 아니라 그냥 몸이 '직관적으로 움직인 것'이기 때문이리라.


음식배달 자전거 어머니.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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