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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Jun 24. 2024

나의 '젠골프' 읽기 (2부:반응) 17/18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17. 골프 자체를 즐겨라 (p255 ~ p258)


  18개 홀은 물리적으로 제각각이기 때문에 처음 홀에서 성적이 부진했다 하더라도 다른 홀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라운드 전체의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악전고투하면서 결국 라운드가 끝날 즈음에 "이젠 포기하겠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체념한 듯이 공을 스트로크 한다. 그때 놀랍게도, 공은 멋지게 날아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단지 부담감을 털어 냈을 뿐이다. 이렇게 부담감을 털어 낼 때 라운드의 분위기가 바뀐다. 무엇인가를 이뤄 보겠다는 부담을 떨쳐 낼 때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스윙이 다시 나타난다.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누구도 그날의 게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평소보다 성적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17번 홀에서 홀인원을 한다면 어쩌겠는가? 누구도 형편없는 라운드였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앞 홀에서 저지른 실수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 낼 때, 지금 게임하고 있는 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커진다. 성적에 대한 걱정은 백해무익하다. 성적에 대한 걱정을 버려야 골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낼 때, 당신이 잊었다고 생각하던 스윙이 기적처럼 되살아날 것이다. 


 '성적' 에서 '학습'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도 골프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성적에 상관없이 모든 라운드를 학습 과정이라 생각하라. 골프에 대해 그리고 당신 자신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알아내는 것이 당신 목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두가 형편없는 라운드라고 평가할 라운드에서도 무엇인가를 배운다면, 그것은 드든한 밑거름이 되어 훗날의 라운드를 흐뭇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보람 있는 날을 보낸 셈이다. 


 티업을 하기도 전에 최종 성적부터 생각한다면 형편없는 라운드가 되기 십상이다.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경기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골프 인구


 한국의 골프인구는 2023년 기준 R&A(영국왕립골프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535만명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총인구의 10%가 넘는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통계의 구체적인 방식은 알 수 없으나 실제 라운드, 파3, 스크린 골프, 드라이빙레인지 사용자수 등 골프 관련 시설 이용자가 모두 고려된 것이라고하니 비교적 정확한 수치를 반영한 통계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우리 나라에 골프 인구가 많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왜곡된 접대 문화, 골프장에서의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그리고 다양하지 못한 여가 문화도 이유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한국인의 매우 도전적인 성향도 이유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한다. 골프장 매출의 1/4이 법인 카드 접대로부터 발생한다고 하니 이런 접대 방식만 감소해도 골프장의 내장객 수는 감소할 밖에 없을 같다.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많은 골프 인구가 있기 때문에 전국에 5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어도 골프장이 늘 북적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상당수의 골프장 사용 비용의 급등을 용인하지 못하는 골퍼들은 동남아시아나 일본으로 빠져 나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골프 인구는 810만으로 전체 인구의 약 6%를 차지한다. 많은 일본 골프장이 도산해도 여전히 남아 도는 이유이다. 총 인구가 약 3,800만명인 캐나다는 560만명으로 거의 15%의 인구가 골프를 즐긴다.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이니 그만큼 낮은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환경적 요인이 반영된 수치일 것이다. 인구 8,300만명인 독일의 경우는 불과 210만명으로 2.5%에 불과하다. 골프 인구가 적어서인지 베른하르트 랑거라는 걸출한 독일 출신 골퍼가 있긴 하지만 이 외에는 생각나는 독일 출신의 유명한 골퍼는 거의 없다. Martin Kaymer(마틴 카이머)도 독일 출신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고 2011년엔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었는데 아마도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골프의 종주국이라는 영국의 경우는 6,800만명의 총인구에서 약 340만명이 골프 인구로 집계되기 때문에 불과 5%만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이나 영국에 골프 인구가 총 인구 대비 비교적 적은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만큼 다양한 취미활동이 가능한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독일이나 영국은 골프 보다는 축구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주말에 골프장에 가는 대신 축구 경기장에 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독일은 분데스리가, 영국은 프리미어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가 있으니 말이다. 





골프를 즐기는 이유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는 이유는 개인별로 다양할 것이다. 먼저 사회적 필요성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경우에는 '즐기는 이유' 라기보다는 '하는 이유'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골프장 매출의 1/4이 법인카드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머지도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된 라운드가 많을 것이다. 가족끼리 골프를 즐기러 오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비율은 매우 낮을 것이다. 가족 4인이 주말 라운드를 하려면 최소한 150~2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정도를 개인 비용으로 감당할 가구수는 절대적으로 소수이다.  


 골프장은 일종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능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식사, 최소한 4시간 이상 걸리는 라운드 시간 그리고 1~2시간이나 걸리는 이동 시간까지 동행하는 경우 매우 독립된 공간에서 동반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한다. 이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근거리에서 접촉할 수 있는 '놀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골프라는 '놀이'는 사회적 관계 수립 목적을 위한 수단인 면이 강하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골프는 '즐긴다' 보다는 '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비록 사회적 관계를 수립하고 주변인들과 어울리려는 큰 목적이 있지만 그 속에서도 골프를 최대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실제로 즐겁지 않다면 굳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관계 수립만을 위하여 쓰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에는 매우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535만명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골프가 '매우 도전적인 스포츠'라는 점이다. 정밀하게 몸과 정신을 통제하면서 스윙해야 하고, 매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골프는 가히 무한 변수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골프 샷은 매번 다른 환경에서 하게 되고 골퍼는 그때마다 새로움 혹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티 박스에서 긴장이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어쩌면 매 티 샷마다 새로움을 접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같은 홀에서의 티 샷이라도 매번 날씨가 다르고 잔디 상태도 다르다. 이렇게 같은 홀이라도 기본적인 다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골프장에서는 매번 티 박스의 위치를 조정하면서 골퍼가 새로운 시야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와같이 골프는 새로움이 끝없이 발생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스포츠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평소에 경험하기 어려운 넓은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하고, 그 속에서 휴식의 시간 혹은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골프를 즐기는 분명한 이유이다. 그리고 연습과 실전이 거듭되면서 실력이 향상되고 그에 따라서 성취감이 배가되면서 골프는 더욱 즐거운 스포츠가 되기도 한다.   

 

 조셉 패런트는 부담감을 덜어내야 자연스러운 스윙이 가능하고 단순히 스코어에 집착하지 말고 과정을 즐기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지극이 당연한 말인데, 아쉬운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골프가 '무한 변수가 존재하는 매우 다이나믹한 스포츠'라는 본질적인 면을 받아 들인다면 실수가 일어나도 너무 과하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매번 변하는데 어떻게 매번 좋은 샷, 내가 생각하는 샷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이때 한 홀에서의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인상이 다음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은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자신에서 너무 관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왜 골프를 즐기는지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왜 즐기는지도 모르는데 즐길 수는 없지 않는가? 즉 재미있어서 즐긴다고 하지 말고, 왜 내가 골프에서 그렇게 큰 재미를 느끼는지를 생각하는 것도 골프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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