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18. 행운인지 불운인지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p259 ~ p262)
행운 혹은 불운처럼 여겨지는 일이 생길 때, 우리는 곧잘 과거나 미래에 비추어 판단한다. 불운한 사건이 다른 식으로 전개되었더라면 모든 일이 훨씬 순조롭게 풀렸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 불운을 기억에선 꺼내 되씹는다. 세상사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미리 알아낼 방도는 없다. 다만 우리는 '내가 저번 퍼팅을 성공해서 우승했더라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그 이후의 삶이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캐시 휘트워스는 프로로 데뷔한 후 여러 해가 지나서야 첫 승리를 거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면서 더 나은 승자가 될 수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잭 니클라우스가 1986년 마스터스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했을 때였다. 12번 홀에서 짧게 퍼팅한 공이 스파이크 마크를 때리면서 방향이 틀어졌다. 그리고 그는 그 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불운이었다. 하지만 그 불운이 그의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후반 9홀에서 30타를 기록하면 65타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여섯 번째 '그린 재킷'을 입었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누가 감히 미리 판단할 수 있겠는가?
캐시 휘트워스
캐시 휘트워스는 LPGA 투어 통산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이다. 1958년 LPGA에 데뷔해서 통산 88승을 거두었다. 1960~1970년대가 전성기였는 그는 올해의 선수상이 처음 생긴 1966년부터 1973년까지 8년 간 1970년을 제외하고 7차례 수상하면서 골프의 전설이 되었다. 그가 기록한 88승은 우리에게 이름이 친숙한 '골프 여제'인 아니카 소렌스탐의 72승 보다도 16승이 더 많으니 그의 현역시절 파괴력은 엄청났을 것이다.
PGA투어 최다 우승은 샘 스니드와 타이거 우즈로, 각각 82승이다. 물론 시대도 다르고 경쟁자 층의 두께도 확연히 다른 PGA와 LPGA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캐시 휘트워스의 88승이 엄청난 성과인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는 1975년엔 LPGA 명예의 전당, 1982년엔 세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022년 12월 24일에 사망한 그의 기록은 앞으로도 거의 깨지기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타이거 우즈가 골프 이외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줄였어도 충분히 깰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캐시 휘트워스 같은 위대한 골퍼도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먼저 배우면서 실력을 다졌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알았기 때문에 승리에도 자만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즉 패배했을 때에도 위축되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승리했을 때에도 교만해지거나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훌륭한 태도가 결국 그를 최고의 반열에 오르게 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복권의 저주는 없다
“돈은 나에게 슬픔만 가져다줬다”. 영국에서 2700만 파운드(400억원 이상)의 유로밀리언스 복권 당첨자인 마가렛 러프에이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그녀는 복권 당첨 이후 줄곧 불행한 삶을 살다가 결국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복권에 당첨된 이후 완전히 삶의 패턴이 바뀐 그녀는 음주 폭행, 부당 해고로 인한 피소 등과 같은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일들을 겪으면서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결국 제대로 부(富)를 활용할 그릇이 되지 못했던 그녀는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벌이면서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되고 결국 때이른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가히 '복권의 저주'라고 할 만하다.
흔히 복권 1등 당첨자들의 말로가 불행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것이다.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조기 파산하거나 가정내에 불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면서 인생을 망쳤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런데 2018년에 스톡홀름대학교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에리크 린드크비스트 교수의 연구팀은 세후 10만달러 이상의 복권 당첨금을 받은 3362명을 조사해 보니 의외의 결과가 확인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평균적인 행복도는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권 당첨 후 5년 후에 당첨자들의 상황을 조사해 보니 그들의 재정적 안정감은 평균 이상이었고, 당첨금을 낭비하지도 않은 것을 확인 되었다. 물론 다 써버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돈을 잘 관리했으며 결과적으로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안정감을 높게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고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와같이 에리크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흔히 말하는 복권의 저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복권 당첨금을 받은 사람의 행불행은 결국 그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기로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저주가 결정되었을 뿐이다.
내려 놓기 그리고 긍정성
'새옹지마'라는 말은 너무도 유명하여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니 늘 평정을 유지하라는 가르침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계속 변화하고 따라서 지금은 이렇지만 내일은 저럴 수 있다. 좋은 일이든 그 반대의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바뀔 수 있으니 경거망동하거나 불안해 하지도 그리고 걱정하지 말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새옹지마는 내려 놓기, 인정하기, 긍정하기와 같은 의미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 '새옹지마'에 해당되는 경험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의 경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승진을 계속 하다가 어느 순간에 그를 인정하고 끌어주던 줄이 끊어지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에는 남들보다 일찍 회사에서 내몰리는 사람도 있다. 반면 능력 부족으로 계속 뒷전으로 밀려서 자잘한 일이나 하면서 근근히 버텨왔는데, 갑자기 회사에 변화가 생기면서 잘 나가던 그의 선배들이 어느날 일순간에 조직에서 팽당해서 느닷없이 부서장 발령을 받는 사람도 있다. 누가 정말 능력이 있는지 혹은 누가 옳은지에 대한 말이 아니라 언제든지 예기치 않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정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결국 그 험한 파도를 넘어서면 다시 잔잔한 바다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로 지금 온갓 권력을 쥐고 맘대로 힘을 휘두르고 있을지라도 결국은 그 끝이 있을 것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것에 흥망성쇠가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만약 당신이 중요하고 권세가 있는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 자리는 당신이 긴 인생을 통과해 가면서 잠시 들리는 곳일 뿐이다. 그리고 타인이 당신에게 고개 숙이는 것은 당신 자신에게 숙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신이 앉아있는 약간 좋은 의자에 대한 인정의 표시일 뿐이다. '승리'는 잠시만 만끽하고 빨리 평정심과 겸손을 되찾아야한다. 그리고 만약 '패배' 혹은 '불행'을 겪고 있다면 잭 니클로스처럼 다시 투지를 불태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