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14. 깨어 있어라, 그리고 그 방법들 (p109 ~ p122)
과거나 미래의 생각에 몰두한 채 지금 발등에 떨어진 문제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면 십중팔구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스윙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한다. 우리는 깨어 있다고 하지만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자각'은 선천적 능력으로, 우리가 언제나 '깨어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각력 계발의 첫걸음은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다. 참선 수행자들은 자각력을 키우기 위해 앉아 있는 수련을 기본 훈련으로 삼는다. 전통 불교에서는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수련법을 '전념'이라고 부른다. '전념'은 한 점을 지향한다. 이 수련에서 중요한 것은 몸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순수한 집중'이다.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확인할 뿐, 그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어떤 생각, 어떤 감정, 어떤 느낌이 샘솟더라도 느끼기만 할 뿐 그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더불어 함께하면서 관조할 뿐이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무엇인가를 하면서 움직인다. 차분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라기보다 '행위자로서의 인간'이라 불릴 지경이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지루해한다. 지금 이 순간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신은 다른 곳을 향해 떠돌아다니는 성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닻'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해주는 기준점이다. 이 기준점이 바로 호흡이다.
"네 생각은 네가 아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방치해 두어라. 생각을 다만 지켜보고 듣는 것에 만족하라. 생각에 어떤 판단도 내리지 마라. 생각이 무엇이든 그것에 간섭하지 말고 단순한 관찰자로 만족하라. 생각의 포로가 되어, 정신이 생각의 끈을 따라 과거나 미래로 쫓아간다고 느껴지면 호흡과 자세를 재확인해보라. 당신의 관심을 호흡과 자세로 돌리는 것이다. 생각이나 잡념을 떨쳐 내려 애쓰지 말고, 그저 호흡과 정신을 일체시키는 데 관심을 돌려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능력을 키워 갈수록 당신의 목표를 성취할 가능성도 아울러 커진다.
골프에서나 삶에서나 긴장과 자의식에서 해방될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예컨대 어려운 티 샷이나 짧은 퍼팅을 앞두고 순서를 기다릴 때, 공을 응시하며 공략법을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 정신을 작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늘을 쳐다보며 숨을 크게 내쉬어라. 자각력을 하늘까지 확대시켜라. 이렇게 한다면 당신 차례가 되었을 때 훨씬 상쾌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스윙하거나 퍼팅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존재하라
2부 '준비'의 맨 마지막 장이라서 인지 꽤 긴 내용이지만, 요점은 '지금 존재하라'이다. 지금 존재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을 인식해야 한다. 왜 이 말이 중요하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과거와 미래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뭘 할지 생각하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인 설명이긴 하다. 최소한도의 삶의 계획을 하면서 현재를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 기상하면서 부터 '지금 현재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와 미래에 산다는 의미는 지난 것을 후회하며 반추하고, 앞으로 올지도 모를 미래의 상황에 대하여 걱정과 두려움에 쌓여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순간으로 당신의 삶을 채운다면 결국 거기에는 현재의 삶이 자리를 잡기가 어려워진다.
자각이란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도 세밀하게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이 순간에 순수하게 집중하기, 나와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기, 나를 제 3자의 눈의로 관조하기, 등 자각은 명상과도 같다. 명상을 하는 것은 잠시 그 행위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쉬울 수도 있지만, 몇 분이라도 길게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잠시 자리에서 눈을 감고 1분 혹은 2분이라도 차분하게 한 곳에 집중하며 명상을 해보라. 온갖 생각이 물밀듯이 떠밀려 들어와서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이런 문제가 우리는 지금 존재하는 것을 방해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멍때리기 대회
매스컴에서 봤겠지만 꽤 오래전부터 '멍때리기 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현대 사회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것을 장려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대회라고 하며 우리나라 서울에서 2014년에 최초로 개최되었다고 한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한국인들의 창의력이 놀라울 뿐이다.
이런 종류의 대회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록 변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일하고 움직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계속 살다가는 사달이 나고 말거라는 두려움과 걱정에서 잠시 한 템포 쉬어가는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사회적 욕구에서 그런 대회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2014년 10월 25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제1회 멍때리기 대회"가 그 시작이라고 하니, 서울시 종로구 공무원들이 정말 큰 일을 한 것 같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어야 한다.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해서도 안되는 상태를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버텨 내야 한다. 특히 참가자들은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만약 참가자가 눈을 감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하면 실격처리가 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대회 방식은 거의 명상과 같다. 결국 '조용히 앉아 있기'이며 그 상태에서 무심하게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환경을 관조하는 것이니 명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골프를 칠때나 평소의 삶을 살 때에도 늘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현대인에게 어쩌면 꼭 필요한 대회가 아닐까 한다. 분명히 이 대회에 참가해 보면 지금 존재하기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 않는 것을 하라.
인간은 끊임없이 뭔가 하려고 한다. 이 글에서 언급한 행위자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존재자로서의 인간이 되기는 쉽지 않고 따라서 보통 인간은 계속 부산하게 뭔가 한다. 집에서나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에서나 친구를 만났을 때나 그 순간에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많겠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인하여 인간이 산만해 질 대로 산만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왜 산만할까? 먼저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다. 공부든, 일이든 할 때 그로부터 스트레스를 피하기는 어렵다. 결국 스트레스는 뇌의 기능을 방해하며 이는 집중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그럼 다른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많은 일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도 산만하다. 소위 멀티태스킹이다. 직장인이라면 윈도우 화면을 10개 이상 열어 놓고 이화면 저화면을 넘나 들면서 일하는 경우가 잦을 것이다. 맡은 일의 속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겠지만 결국 그런 방식의 일도 멀티태스킹이다. 심지어 그런 다중 화면을 보면서 전화도 하고, 잠시 짬을 내서 카톡도 본다. 이런 상태에서 산만해지지 않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우리를 멀티태스킹 환경에 놓이게 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는 그래서 '인간의 산만함'의 주요인이기도 하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그리고 그외 다양한 웨어러블기기는 우리가 눈앞에 늘 마주해야 하는 기기들이고 웨어러블 장치도 우리의 귓구멍을 막고 있고 손목을 둘러싸고 있다. 그런 환경에 노출된 우리는 결국 잠을 잃게 되며 이런 수면 부족은 더욱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 수면 부족에서 초래되는 가장 큰 문제중에 하나가 뇌기능 저하에 따른 집중력 하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정신적인 혼돈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명상 혹은 요가 등을 통하여 뇌도 안정시키고 집중력도 향상을 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존재자로서가 아닌 행위자로서의 인간일 수 밖에 없다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도 하는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사실이다.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에 대하여 궁금한 사람은 울리히 슈나벨이 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의 일독을 권한다. 가속화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들, 특히 초광속의 삶에 24시간 노출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삶을 이어가야할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내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