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ㆍ전원이야기 4

새 봄을 마주하다

by 허은숙

창밖으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봄기운을 닮아 이름 붙여준 우리 막내, 새봄 이의 생일이다."그래, 새봄이야." 새봄 이가 태어나서 지어진 이름이다. 2019년 오늘, 봄에 태어났으니 벌써 칠 년이 되었구나. "새봄아 축하해, 간식을 못 사줘서 어떡해." 아침부터 포항에서, 양산에서, 새봄이 생일축하 메시지가 온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생명의 귀중함은 마찬가지가 아니겠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동물을 사랑하고 보살펴 주는 마음을 키우는 것은 가치로운 일이다.


우리 앞 건물이 부북 행정복지 센터다. 우리 집 앞에 고양이가 많은 이유는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보살피기 때문이다. 아침산책길을 나서면 복지 센터 건물 앞마당에 사료 그릇이 곳곳에 있다. 언제부터인가 출근하면 누군가 사료를 그릇에 채운다. 물과 함께, 주로 젊은 직원들이 보살피고 있는 듯하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 못 이룬 밤도 있다. 직원들이 떠돌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생각하니 용서가 된다. 고양이들이 가족을 데리고 와서 먹고, 우리 집 담장아래 웅크리기도 하나 새봄 이의 경비(?)로 나무정원 속으로 사라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아지와 함께 식당에 간다는 건 '운 좋게' 테라스 자리를 얻거나, 식당에 가면 아예 밖에 매어 놓고 우리만 들어갔다. 새봄 이는 우리 식사가 마칠 때까지 밖에서 안절부절,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들려온 반가운 소식은 우리 삶의 풍경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위생과 안전 기준을 갖춘 곳이라면 이제 당당히 '반려동물 동반' 표지판을 걸고 우리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새봄 이의 목줄을 짧게 잡고, 미리 챙긴 예방접종 증명서를 가지고 식당 문을 열 것이다. "어서 오세요"라는 사장님의 환대 뒤로 새봄 이를 위한 전용 의자가 놓여 있을 것이다. 조리장과 분리된 깨끗한 공간, 테이블 간의 넉넉한 거리. 법이 정한 깐깐한 기준들은 오히려 비반려인에게는 안심을, 우리 같은 반려인에게는 당당함을 선물해 주었다.


점심은 외식을 했다. 늘 가던 집이라 데리고 들어갔다. 식탁 아래 매어져 얌전히 엎드린 새봄 이의 까만 코가 킁킁거리며 맛있는 냄새를 쫓는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동물 사랑이란 거창한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당연한 일상'을 공유하는 너그러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그저 동물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의 가장 고단한 순간을 함께 견뎌준 가족이다. 그 존재를 우리 사회의 공적 공간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여보내 준 이번 변화가 고맙기만 하다. 물론 이 자유에는 책임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타인을 배려하는 에티켓, 철저한 위생 관리, 그리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마음. 우리가 이 매너를 잘 지켜낼 때, 새봄 이가 갈 수 있는 세상의 지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봄볕이 따스하다. 내년 생일에는 새봄이 와 또 어디를 함께 갈 수 있을까? 꼬리를 살랑이는 새봄 이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경쾌하다.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쉴 수 있는 세상. 새봄 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생일 선물은 바로 이런 배려가 아닐까" 새 봄을 맞아 새봄 이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