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전야제
정월대보름은 한자어로 '상원.' 달 숭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날에는 부름 깨기, 귀밝이 술 마시기, 묵은 나물 먹기, 달 떡먹기 등 세시풍속으로 전해 내려오는 음식이 있습니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보름동안 동네 웃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드리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보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내일 대보름 놀이행사로 쥐불놀이. 척사대회, 등 현수막이 곳곳에 붙여 있습니다. 하여, 집단적이고 개방적인 마을 공동체 명절입니다. 절기놀이는 사라져 가지만 음식은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봄비가 내려 한층 운치가 있습니다. 해마다 미리 정월대보름의 기분을 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오전 11시까지 목향갤러리에 집합명령은 한 달 전에 예고되었지요. '우천불구'라는 암묵적인 규칙으로 진행됩니다. 회원 10명이 각자 역할분담으로 보름음식 한 가지를 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는 일입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오곡밥 담당자는 10시 30분에 왔습니다. 산외면 회원은 압력밥솥에 밥을 안쳐, 솥 채로 들고 와서 콘센트에 연결했습니다. 초동면에서 오는 회원은 찜통에 동탯국을 끓여 봉지 봉지 담아 와서 다시 데우기 시작합니다. 달떡을 주문한 회원, 묵은 나물들을 가지가지 만들어온 회원들. 곱창김을 준비하고, 김치 썰고, 단장면 회원은 과일을 아예 씻어서 준비해 왔습니다.
오늘의 최고 맛은 오곡밥이었습니다. 찹쌀과 팥, 서리태, 수수, 찰기장, 녹두 등 곡식을 준비해 미리 불려 왔기에 더욱 찰지고 맛있었지요. 그리고 동탯국의 솜씨는 널리 자랑해도 되겠습니다. 고사리, 묵나물, 무채나물, 시금치나물 반찬은 사찰음식을 방불케 했습니다. 잘 익은 김장김치와 콩잎김치는 혀 깨물기 안성맞춤이었고요. 호박달떡은 개인당 나누었기에 아껴 먹으려고 가방에 넣었습니다. 한식뷔페 마냥 진열해 놓고 먹을 만큼 가져와 먹었습니다. 나는 맛난 동탯국을 두 차례나 먹었습니다. 부럼대신 일본과자를 먹었습니다
거나하게 먹고, 보이차를 마시면서 다담을 나눕니다. 커피를 내려서 먹는 회원도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정기모임이지만 할 이야기는 늘 많습니다. 오늘의 토픽은 남편의 뒷담화였습니다. 올해 육순이 되는 회원부터 칠십 중반까지 골고루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는 남편의 험담(?)입니다. 앞다투어 내뱉는 이야기가 솔솔 합니다. 집집마다 이어지는 남편들의 과오(?)는 끝이 없습니다. "앞앞이 말 못 하고 산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이야기는 남편 혈액형부터 성향 분석까지, 습관 지적질 등 "나의 대체방안은 이렇다."라고 서슴없는 도마질에 박장대소를 하였습니다.
11시에 만나서 오후 3시까지 이어진 우리들의 이야기는 행복에 겨운 아우성이었습니다. 삶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우리 회원 10명 부부는 아웅다웅 살고 있지만, 결국 '여기까지 잘 왔다.'였습니다. 인연이란 말을 합니다. 앞으로도 순리대로 다만 성실을 다하며, 작아도 알차게 예쁘게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모두들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나니. 남편이 보고 싶은 지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