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May 01. 2023

징계 받은 공무원, 회계의 달인이 되다

예산회계실무 카페 운영자 이야기

 얼마 전 와이프가 근무하는 기관에 예산회계 관련 강사 초청 교육이 있었다.


 매년 직원 상대로 치러지는 일상적인 교육이라 교육 내용 자체에는 별다를 것이 없었지만, 올해 교육만큼은 예년과 다르게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예산 교육을 해주신 강사님이 그 유명한 '예산회계실무 카페'의 운영자님이셨기 때문이다.


 공무원분들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계시겠지만, 예산회계실무 카페는 예산회계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마치 '바이블'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아주 간단한 회계 지식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법령 해석에 이르기까지, 업무 시 필요한 예산 관련 자료들을 이 카페에선 언제든지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나 역시도 구청에서 근무할 때 이 카페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탈출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평소에도 이런 카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늘 감사해하며 직장생활을 하던 차에, 마침 그 카페의 운영자가 하는 강의를 직접 듣고 왔다는 아내의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졌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예산회계실무 카페의 운영자님은 놀랍게도 아직 현직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자체 일반행정직 9급 공무원 출신이시라고 한다.


 정확히는 현재 한 자치구의 5급 과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동시에 카페 운영예산 관련 강의 활동, 예산 관련 도서 집필까지 하고 계신다고.


 한 가지만 제대로 하기에도 벅찰 것 같은데 공무원 신분으로 그 많은 일을 해내고 계신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그분의 경력보다도 더 놀라운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분이 예산회계실무 카페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다.


 때는 2002년, 이분께서 한 동사무소의 자원봉사센터에서 일하실 때였는데, 당시 초보 공무원이셨던 이분께서는 1억짜리 자원봉사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관련 법규에 대한 무지로 인해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실수를 저지르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항이 향후 감사에 지적되어 결국 징계까지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진급마저도 동기들에 비해 3,4년씩 밀리게 되면서 더이상 공직생활을 이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셨다고.


 그런데 바로 면직하고 다른 일을 알아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이분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내가 비록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예산회계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히 깨달은 후에 그만둬도 그만두고 싶다."​


 그날 이후 이분께서는 자치구 내 직원들끼리 예산회계 공부를 위한 스터디를 조직했고, 서로 자료를 주고 받기 위해 2004년 자치구 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예산회계실무 카페를 최초로 오픈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가 시간이 흘러흘러 조금씩 성장해나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20년이 흘러 회원수 26만 명에 달하는 지금의 '예산회계실무 카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분께서는 그 20년의 시간동안 예산회계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이어나가 결국 하루에도 수십 건의 강연 요청을 받고 있는 '예산회계의 완전한 달인'으로 거듭나셨다.


 마치 영화와도 같은 이야기다. 그저 대단할 뿐이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비단 공직생활에서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에서도, 또 인간관계에서도, 나의 서투름과 부족함이 문제가 되어 일을 그르치게 되는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가끔은 그 정도가 심해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게 될 때도 있다.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라도 쥐구멍으로 숨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 점점 작아지는 우리 자신을 결코 나약하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후회와 자책 속에 자포자기만 하고 있으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 자신뿐인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를 포함해 혹시 현재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이 예산회계실무 카페 운영자님의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결국 부족함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족함과 두려움의 대상에 정면으로 맞서 그것을 나의 확실한 강점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만약 현재 자신의 부족함이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좀먹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쯤은 이분의 결기 어린 자세를 따라해보셨으면 좋겠다.


 당장 내일부터 엄청난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매거진의 이전글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닌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