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아기가 예뻐 보일 줄이야
정말 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 현재 그 사람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게 뭔지 알 수 있다.
가령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졸업식 사진을 프로필 사진에 올리고, 한창 테니스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테니스 관련된 사진을 프로필 사진에 올린다.
나 역시도 한창 마라톤에 푹 빠져 있을 무렵에는 내가 마라톤 코스를 뛰고 있는 사진을 한동안 프로필 사진으로 해두기도 했었다.
그런데 거의 100%의 확률로 단 한 가지 종류의 사진으로만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가득 채우는 희한한 집단이 하나 있다.
바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아빠들'이다.
실제로 지금 카카오톡을 켜고 내 주변의 아기 엄마아빠들의 프로필을 보면, 십중팔구 아기 엄마아빠들은 자기들의 아기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게 참 이해가 안됐었다. 아니 자기 아기가 예쁜 건 알겠는데, 굳이 1년 365일을 거기서 거기인 똑같은 아기 사진으로만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채우고 있을 필요가 과연 있는걸까?
그런데 요즘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역시도 조만간 아이를 낳고 기르는 상황이 되면 거의 99%의 확률로 나를 닮은 내 아기의 사진을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20대 때까지만 해도 갓난 아이를 보고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며 예쁘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얼마전 회사 동기 부부의 백일 남짓된 아기의 얼굴을 보고 나서는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인연도 없는 동기 부부의 아기도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데, 내 아내와 나를 꼭 닮은 우리의 아기는 대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질까.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 가면서 느끼는 거지만 사람은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점점 '그 나이'에 맞는 생각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뭐 하러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을 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좋은 학교에 진학하려 쪽집게 학원을 다니고 밤을 새워 공부를 한다.
또 대학생 때는 '연애만 하지 뭐하러 결혼을 해 부담스럽게.'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취직을 하고 결혼할 나이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부탁을 해 소개팅을 하고, 괜찮은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날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니 이제 나와 아내를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저 한 켠에서부터 자연스레 차오르기 시작한다. 내 삶에 찾아온 반갑고도 즐거운 변화다.
주변 사람들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아기 사진을 올리는 순간 아줌마, 아저씨 다 된 거라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대지만, 이제 나는 내 아이의 사진만으로 카카오톡 프로필을 가득 채울 그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 만약 이런 것이라면, 나는 웃는 얼굴로 조금씩 늙어가는 내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철쭉이나 개나리 같은 꽃 사진'으로만 카카오톡 프로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중년의 내 모습을 문득 발견하게 될지라도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