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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가지 않아도 되는 삶

홋카이도를 다녀와서

by 옹기종기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장소는 일본 홋카이도. 바로 옆나라기도 하고, 자유여행도 아닌 패키지라 긴장할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떠나 해외로 ‘출국’ 한다는 사실에 두근두근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다.


여행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주변의 모든 글자가 한글이 아닌 일본어로 쓰여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또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평생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의 눈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홋카이도의 온천, 편의점, 번화가, 주거지 등을 거닐며 즐거운 3박4일을 보냈다.


해외여행은 국내 여행과 다르게 ‘확실하게’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제주도나 부산 등 서울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도, 언제나 마음 한 켠엔 업무에 대한 부담 등 현실의 문제들이 남아있어 잠들기 전의 나를 은근하게 괴롭혔지만, 홋카이도에서 지낸 3박4일 동안은 정말이지 단 한 순간도 한국에서의 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하루 종일 새로운 풍경을 눈 속에 담는 것만으로도 뇌의 용량이 가득 차서 한국에서의 일을 떠올릴 겨를조차 없지 않았나 싶다.


짧은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이 시간이 이전보다도 훨씬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원래도 무의미하게 느껴진 공무원으로서의 일들 역시 ‘훨씬 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세상엔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수많은 경험들이 있는데, 왜 나는 이 좋은 시절에 닭장 같은 사무실에 앉아 억지웃음을 짓고 있어야 하는 걸까. 나는 과연 현재의 삶을 포기한 대가로 미래의 행복을 받아낼 수 있을까. 늘 하던 생각들이 여행을 다녀온 후 더더욱 증폭되어 내 머리와 가슴을 때린다.


굳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늘 새롭고 설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 사진 출처: 영화 <김종욱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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