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구 작가 이야기
고등학생 시절, 소설깨나 읽던 나의 1순위 롤모델은 작가 김영하였다. 야자 시간에 선생님 몰래 <검은꽃>, <퀴즈쇼>, <빛의 제국> 등 김영하 작가의 작품들을 닳도록 읽으며, 나도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간 이런 작가가 될 수 있겠지? 라는 야무진 꿈을 꾸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꿈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머리가 커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면서, 김영하 작가처럼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소설가가 된다는 것은, 곧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이 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이후부터는 누군가에게 나의 미래의 꿈을 이야기할 때 '김영하 작가처럼 유명한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라는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게 됐다. 마치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스무 살이 훨씬 넘은 어른이 '나는 아이유처럼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만큼이나 철없이 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요즘 들어 김영하 작가가 아닌 다른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바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쓴 송희구 작가를 보고 나서부터다.
송희구 작가는 대기업 출신 직장인로서 약 15년동안 토지 등 부동산 투자를 하여 큰 자산을 일군 사람으로, 그때의 투자 경험을 토대로 쓴 <김부장 이야기>, <나의 돈많은 고등학교 친구 이야기> 등의 작품으로 대중적인 히트를 친 작가다.
대표작인 <김부장 이야기>의 경우 이미 웹툰으로 제작되어 서비스 중이고, 조만간 류승룡, 명세빈 배우 주연의 JTBC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웬만한 전업 작가보다도 훨씬 더 큰 히트를 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송희구 작가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 젊은 시절 열심히 돈을 벌고, 절약 하고, 투자해서 더이상 노동을 통한 소득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에 다다르게 되면, '돈과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때부터의 삶은 '돈 때문에' 억지로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 될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대기업을 퇴사하고 난 후,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유튜브를 하며 평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이 한 말을 완벽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나도 지금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살면 머지 않아 이 지긋지긋한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어린 시절부터 진짜 꿈이었던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보게 된다.
그래서 10대 후반의 어렸던 내가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전문 작가의 삶을 꿈꿔 왔던 것처럼, 30대 중반이 된 지금의 나는 송희구 작가의 글과 유튜브를 보며 무엇이 됐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지금 꾸고 있는 이 꿈은 어린 시절의 꿈보다는 비교적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영하 작가의 삶이든, 송희구 작가의 삶이든, 내가 그들의 삶에 부러움을 느끼고 그들의 삶을 롤모델로 삼게 된 이유는, 결국 그들이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스스로를 스스로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로 데려가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지금. 나 역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하루 빨리 그들과 같은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 배경 출처: 작가 송희구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