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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Feb 08. 2022

예민보이 부모 십계명

-예민보이들 개개인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음

까다로운 기질의 예민보이를 키우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다음의 <예민보이 부모 십계명>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하나! 화가 날 땐, 이를 악물고 작게 말하세요. 부모가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예민보이들은 더 크게 소리치거든요. 아이가 화를 낼 때 같이 화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제 인생에서 길이 남을 '모자대첩'은 거의 대부분 같이 화를 냈을 때 발생했습니다. 몇 번의 모자대첩을 겪으면서, 저는 같이 화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어요. 물론 매 순간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예민보이 부모를 '시험에 들게 하는' 장애물들은 도처에 널렸으니까요.


둘! 예측할 수 있는 사건은 미리 예방하세요. 예를 들어, 과자가 쏟아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예민보이가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럴 경우엔 쉽게 쏟아지는 과자-초코픽 같은 것은 절대 사주면 안 됩니다.


셋! 다이어트는 당분간 멀리하세요. 다이어트를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배가 고프면 짜증 지수가 올라갑니다. 사람이 그렇게 뾰족해질 수가 없어요. 아이의 잘못된 행동들이 더 크게 부각되고, 그로 인해 미움이란 감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좀 푸근해지면 어떤가요? 어차피 아줌마인걸요. 하하.


넷! 예민보이 가정은, 아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빠가 주말마다 예민보이를 데리고 나가는 게 좋아요. 잠깐이지만 주양육자인 엄마에게 휴식을 줄 수 있거든요. 무거운 돌은 같이 들어야 힘이 덜 들잖아요. 배우자에게 SOS를 보내는 것을 망설이지 마세요.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말이 있지만, 예민보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우에는 남편과 전우애로 똘똘 뭉쳐야 합니다.  


다섯!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으세요. 저는 감정휴지통을 활용하고 있어요. 화가 나면, 휴지통 뚜껑을 열고 C8C8 하면서 온갖 욕을 내뱉습니다. 휴지통에 욕하는 게 부끄럽다고요? 물론, 처음에는 잘 안 됩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상적인 행동처럼 보이진 않거든요. 그러나 몇 번 중얼중얼 하다 보면 사이다를 마신 것마냥 답답했던 가슴이 쑥 내려간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욕을 잘하게 될지 미처 상상하지 못했어요. 예민보이 육아 경력 10년차가 되면 욕은 껌입니다.  


여섯! 날카롭게 충고하는 사람은 멀리하세요. 그 대신 따뜻하게 조언하는 사람은 가까이 두세요. 아무리 바른말이라 할지라도 충고하는 방법이 칼날과 같다면, 마음을 먼저 다치게 됩니다. 네, 저 많이 아파봤습니다. 칼날 같은 충고 때문에 며칠 동안 앓아눕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충고란 자고로 따뜻해야 한다! 돌아보니, 제가 예민보이에게 칼날 같은 충고를 종종 했더라고요. 왜 가까운 사람에겐 더 엄격한지, 어른되기 참 어려워요.   


일곱! 끼니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육아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끼니까지 신경을 쓰면 멘탈은 안드로메다로 향하기 쉽습니다. 냉동볶음밥과 즉석식품에 대한 죄책감은 잠시 묻어두자고요. 그런 거 먹고 잘 큰 어른들 많잖아요. 게다가 입맛도 까다로운 예민보이들은 집밥을 해도 잘 안 먹어요. 우리 긍정적인 면만 보도록 해요.  


여덟! 엄마들 모임에 끼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지 마세요. 모임에 끼지 못해도, 마음 맞는 몇 명은 사귀게 니다. 게다가 모임이 잦으면 어쩔 수 없이 내 아이와 비교하게 돼요. 비교는 또 다른 화를 부른다는 것, 다들 아시지요? 살다 보면, 모르는 게 속 편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


아홉! 육아서, 육아멘토들을 너무 신봉하지 마세요. 예민보이들은 일반화가 어렵습니다. 같은 이유로 <예민보이 부모 십계명> 역시 정독하되, 재독하진 마세요. 참고만 하시라는 얘깁니다. '시간 예민보이를 조금씩 무뎌지게 만든다'사실, 그 하나만 신봉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무 오랜 시간 자책하지 마세요. 예민보이의 참을 수 없는 예민함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저 역시 한때 '왜 나일까? 왜 나한테 이런 힘든 고난이 닥쳤을까?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 나는 정말 전생에 나라를 팔았을까? 그래서 시부모님도 안 주는 눈치를, 아들에게 받으며 살고 있는 걸까?' 하며 지하 100층에서 바닥을 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화를 못 참아 자책하고, 공감 못 해준 걸 자책하고,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것을 자책하기도 했요. 그러나, 우리 거기까지만 하기로 해요. 똑같은 실수를 자주 반복하지 않게끔 노력한다면, 그것으로 된 겁니다.


바닥 찍으셨나요? 그럼, 다시 올라오세요! 원래 떨어져 봐야 더 높이 올라오고 더 높이 날 수 있어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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