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éal 이야기

by 황진희


들어가며 — 아름다움을 과학으로 만든 기업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뒤에는 수십 년에 걸친 과학과 혁신의 역사가 숨어 있다. 그 중심에 바로 '로레알(L'Oréal)'이 있다. 1909년 프랑스에서 작은 화학 실험실로 시작한 로레알은 오늘날 86,000명 이상의 직원과 36개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며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화장품 기업이다.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케어, 향수까지 — 로레알은 아름다움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지금 이 순간에도 혁신을 멈추지 않는 기업이다. 이 장에서는 그 긴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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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창업과 초기 성장 (1907~1940년대)


1. 유진 슈엘러, 화학으로 아름다움에 도전하다

1907년, 파리의 한 화학자가 작은 실험실에서 역사를 바꿀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가 바로 로레알의 창업자 유진 슈엘러(Eugène Schueller)이다. 당시 여성들이 헤어 염색을 위해 사용하던 제품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두피 손상과 트러블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학을 전공한 슈엘러는 이 문제에 주목하였다.

1907년 유젠 슈엘러가 자신의 부엌에 설치한 실험실

그는 수차례의 실험 끝에 세계 최초의 합성 헤어 염색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1909년, 이 혁신적인 제품을 앞세워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의 로레알이다.

"과학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 이것이 로레알 탄생의 철학이다."


2. 유럽을 넘어 세계로 — 염색제의 글로벌 확장

슈엘러의 염색제는 곧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였다. 1910년대에 유럽 시장에 수출되기 시작한 로레알 염색제는, 1920년대에는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브랜드의 초석을 다졌다. 더 나아가 1940~1950년대에는 남미,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시장을 넓혀갔다.

단순한 프랑스 브랜드에서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의 변신이 시작된 것이다.

3. 자외선 차단제의 선구자 — Ambre Solaire (1935)

1935년, 슈엘러는 또 하나의 혁신을 세상에 내놓았다. 바로 개척적인 자외선 차단제 Ambre Solaire이다. 로레알은 이미 1930년대부터 자외선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였고, 그 결과물이 세계 최초 수준의 선케어 제품으로 탄생하였다. 이는 단순한 화장품을 넘어 피부 건강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첫 번째 시도이다.

image.png 개척적인 선크림 Ambre Solaire



제2장 브랜드의 확장과 M&A 전략 (1950~2000년대)


1. 헤어스프레이의 전설 — Elnett (1960)

1960년, 로레알은 또 하나의 전설적인 제품을 출시하였다. 바로 에르네뜨(Elnett) 헤어스프레이이다. 출시 이후 1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전문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 제품은, 로레알의 오랜 역사 속에서 가장 사랑받는 제품 중 하나이다.


2. M&A로 쌓아올린 뷰티 제국

로레알의 성공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 중 하나는 바로 '인수합병(M&A) 전략'이다.

전 CEO인 장 폴 아공(Jean-Paul Agon) 회장은 이렇게 말하였다.


"단기적인 성과를 가져다 줄 스타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가 스타 브랜드로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브랜드를 사는 것"


이 철학 하에 로레알은 직접 설립한 로레알 파리 등 3개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를 모두 M&A를 통해 확장하였다. 주요 인수 역사는 아래와 같다.

이처럼 로레알은 다양한 가격대와 연령층을 아우르는 방대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어떤 소비자도 놓치지 않는 '완전한 뷰티 그룹'이다. 특히 2018년 한국 브랜드 '스타일난다' 인수는 K-뷰티의 글로벌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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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로레알의 경영 전략과 조직


1. 세 가지 성공 비결

로레알의 성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M&A를 통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 + 끊임없는 연구개발 + 탁월한 인재 경영'이다. 이 세 축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로레알을 글로벌 뷰티 1위 기업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2. 매트릭스 조직 구조

로레알은 독특한 이중 보고 체계를 운영한다. 브랜드 중심의 조직과 지역 중심의 조직을 결합한 매트릭스 구조가 그것이다.

본사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하며, 북미·유럽/아프리카·아시아 3개 지역 지사장이 CEO에게 직접 보고한다. 브랜드 팀은 글로벌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을 총괄하고, 각국의 컨트리 매니저는 현지 시장의 특성과 소비자 요구를 본사와 브랜드 팀에 실시간으로 피드백한다. 이를 통해 로레알은 글로벌 일관성과 로컬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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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케팅 — 4가지 유통 채널 전략

로레알은 세계 유일하게 모든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화장품 그룹이다. 브랜드를 크게 전문점(살롱), 대중 시장,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하고 아래 4가지 유통 채널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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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지화 마케팅의 성공 사례 — 일본 Maybelline

로레알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있다. 2000년 메이블린의 Moisture Whip 립스틱이 일본에서 실적 부진을 겪자, 로레알은 일본 소비자의 니즈를 심층 분석하였다. 그 결과 미국 제품 개발자들과 협력하여 촉촉하고 윤기 있는 질감을 강조한 'Water Shine 립스틱'을 개발하였고, 이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더욱 발전시킨 'Water Shine Diamonds'는 전 세계에 출시되어, 2002년 프랑스에서 판매된 립스틱 3개 중 1개가 이 제품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지 아이디어가 글로벌 히트로 이어진 로레알 혁신의 대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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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연구개발 (R&D) — 혁신의 엔진


로레알 R&D의 규모와 철학

로레알이 단순한 뷰티 기업을 넘어 '과학 기업'으로 불리는 이유는 막대한 R&D 투자에 있다. 로레알은 매출의 약 3%를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며 다음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제5장 디지털 전환과 뷰티테크 혁신


1. CDO 선임 — 디지털 뷰티의 선언

2014년 3월, 로레알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벨텍 출신의 루보미라 로쉐(Lubomira Rochet)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영입하였다. 그녀는 취임과 함께 이렇게 선언하였다.

"로레알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디지털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통합하여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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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로레알은 매년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획기적인 뷰티 디바이스를 선보이며 '뷰티테크'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있다.


2. CES에서 펼쳐진 뷰티테크의 역사

■ CES 2017 — 헤어 코치(Hair Coach)

스마트 헤어 브러쉬인 '헤어 코치'는 브러쉬 내부의 센서가 머리카락 상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기기이다. 앱은 현재 모발 상태를 진단하고, 잘못된 브러싱 습관을 교정하며, 최적의 헤어 케어 방법을 제안한다. 머리를 빗는 일상적인 행위가 개인 맞춤형 헤어 케어로 진화한 사례이다.

image.png CES 2017에서 공개된 헤어 코치


■ CES 2018 — 웨어러블 UV 센서

2016년 개발한 UV 패치를 고도화한 웨어러블 UV 센서가 공개되었다. 엄지손가락에 부착하는 이 소형 기기는 NFC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자외선 노출 정도를 앱으로 실시간 전송한다. 앱은 태양광 노출이 위험 수준에 달하면 경고를 보내고, 그늘로 피해야 할 시점을 알려준다. UV 노출 기록은 개인 프로파일에 저장되어 장기적인 피부 관리에도 활용된다.

image.png CES 2018 발표한 2016년 로레알이 개발했던 UV 패치를 좀 더 발전시킨웨어러블 UV센서

■ CES 2018 — 모디페이스(ModiFace) 인수 · AR 뷰티 시대

로레알은 페이스북과 협력하여 캐나다의 안면인식 기술 기업 모디페이스(ModiFace)를 인수하였다. 모디페이스는 셀카 한 장으로 피부를 분석하고, 피부 상태와 톤에 맞는 화장품을 가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AI 기반 피부진단 앱이다. 이 모디페이스의 AI 알고리즘에는 로레알 R&I팀과 스킨 에이징 아틀라스가 함께 연구한 임상 사진 6,000장에 대한 딥러닝 학습이 적용된 것이다.

로레알은 AR 기술 도입 이후 온라인 최종 구매 전환율이 약 2.5배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로레알 그룹 34개 글로벌 브랜드 전체에 접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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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 2019 — 라로슈포제 마이 스킨 트랙 pH(My Skin Track pH)

세계 최초의 피부 pH 센서 기기가 공개된 것은 CES 2019에서이다. 팔 안쪽의 피부 모공에서 극미량의 땀을 채취해 pH 수준을 측정하는 이 기기는 습진, 건조증,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미세유체 기술을 활용하며 측정 완료 시 색상이 변하고, 5~15분 소요되는 측정 결과는 앱으로 전송되어 맞춤형 스킨케어 루틴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CES 2019 피부센서 기기’라포제 포세이’

■ CES 2020 — 페르소(Perso) —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대

인공지능 기반의 가정용 개인 맞춤형 화장품 제조기 '페르소'는 로레알 뷰티테크의 집약체이다. 높이 약 16.5cm, 무게 약 500g의 컴팩트한 이 기기는 전용 앱을 통해 사용자의 피부 상태, 날씨, 환경 정보를 분석하여 그날에 맞는 최적의 포뮬라를 즉석에서 만들어낸다. 모이스처라이저, 파운데이션, 립스틱까지 온-디맨드로 추출 가능하며, 이브생로랑 뷰티 브랜드와 협력한 '루즈 쉬르 므쥐르(Rouge Sur Mesure)'는 셀카를 찍어 올리면 AI 알고리즘이 그날의 옷 색상, 피부톤, 헤어 색상을 종합 분석해 수천 가지 맞춤형 립스틱 색상을 추천하고 조제해 주는 디바이스이다.

image.png CES 2020 인공지능 기반의 가정용 개인 맞춤형 화장품 디바이스 '페르소'


■ CES 2021 — 워터 세이버(Water Saver)

지속가능성을 향한 로레알의 의지가 담긴 '워터 세이버'는 최대 80%의 물 절약 효과를 구현하는 혁신적인 샤워 헤드이다. 로레알 프로페셔널과 케라스타즈의 헤어케어 제품이 샤워기에서 바로 분사되도록 설계되었으며, 강력한 물줄기와 절수 기술을 동시에 구현한 제품이다. 아름다움과 환경 보호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image.png CES 2021 로레알 워터 세이버(L’ORÉAL WATER SAVER)’

■ CES 2022 — 컬러소닉(Colorsonics) · 컬러라이트(Coloright)

가정용 헤어 염색 디바이스 '컬러소닉'과 헤어 스타일리스트용 AI 염색 시스템 '컬러라이트'가 공개된 것이 CES 2022이다. 컬러소닉은 무암모니아 염색 키트 40가지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하면 진동 노즐이 1분당 300회 진동하며 빠르고 균일하게 염색을 완성하는 기기이다. 컬러라이트는 총 1,500가지 이상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으며 AR 가상시연 기능을 통해 염색 전 결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용 시스템이다.

image.png CES 2022에서 뷰티 디바이스인 컬러소닉과 컬러라이트


■ CES 2023 — HAPTA · 로레알 브로우 매직(Brow Magic)

CES 2023에서 로레알은 두 가지 혁신 제품으로 혁신상을 수상하며 뷰티테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기업이다.

'HAPTA'는 손과 팔의 움직임이 제한적인 장애인이나 노인도 편리하게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세계 최초의 휴대용 로봇 메이크업 어플리케이터이다. 기기 내장 AI 시스템이 사용자의 움직임 패턴을 학습하여 사용할수록 더욱 정교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신체적 한계를 넘어 모두가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 제품이다.

image.png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합타’(HAPTA)와 ‘로레알 브로우 매직’(L’Oréal Brow Magic)

'로레알 브로우 매직'은 모디페이스의 AR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눈썹 모양을 추천하고, 2,400개의 미세 노즐과 1,200 DPI의 정밀 프린팅 기술로 단 몇 초 만에 완벽한 눈썹을 완성해 주는 세계 최초의 눈썹 프린터이다. 블론드, 브라운, 블랙 등 내장 컬러 카트리지로 피부 및 헤어 색상에 맞는 맞춤형 눈썹 색조 추출이 가능하며, 일반 리무버로 손쉽게 지울 수 있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제6장 다양성과 포용의 기업 문화


여성이 이끄는 뷰티 기업

로레알은 아름다움을 다루는 기업답게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를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는 기업이다. 2023년 기준 로레알 그룹 여성 리더 비율은 53%에 달하며, 로레알 코리아의 경우 전체 정규직 중 여성 인력 비율이 80% 이상, 여성 임원 비율이 6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레알 관리자들은 '매일 세계를 관찰하고 그들이 보고 느끼는 것을 상품으로 바꾸는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꼽는다. 아이디어는 본사에서만 나오지 않으며, 다양한 문화와 경험 속에서 나온다는 것이 로레알의 믿음이다.



마치며 — 아름다움의 민주화를 향하여


1909년 파리의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된 로레알의 여정은, 한 세기를 넘어 이제 AI와 로봇공학, 증강현실의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 긴 역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Beauty for All)'이다.

과학적 혁신으로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고, 다양한 유통 채널로 모든 소비자에게 닿으며, 최신 기술로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 — 이것이 로레알이 오늘도 멈추지 않는 이유이다.

"Beauty for All — 모든 사람을 위한 아름다움. 이것이 로레알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