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맞춤형 화장품: 거울이 나의 피부를 읽는 시대1

by 황진희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 런던의 한 살롱에서 한 여성이 조용하지만 혁신적인 선언을 했다.

“모든 피부는 다르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같은 것을 팔아서는 안 된다.” — 헬레나 루빈스타인 —


그녀의 그 선언이 이제 인공지능(AI)의 손을 통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1장 — 왜 맞춤형 화장품이 필요한가?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화장품 소비 시장은 오프라인 소비보다 온라인 소비에 주력하게 되었다. 현재 온라인 시장은 수많은 쇼핑채널과 브랜드, 솔직한 사용 후기, 전 성분표와 성분 정보, 추천 제품을 소개하는 전문가로 넘쳐난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내 피부에 맞는 제품"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마다 피부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건성 피부라도 나이에 따라 다르고, 사는 지역의 기후에 따라 다르며, 생활 습관과 식사 패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런 다양성을 하나의 제품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히려는 것과 같다.

소비자들도 이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다른 이들의 소문만 따르기보다 자신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가장 잘 어울리는 개인 맞춤형 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시장 변화는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니즈를 겨냥한 뷰티테크 기술의 발달은 개인 초 맞춤을 위해 발전하고 있다.



2장 — AI란 무엇인가? 매트릭스로 이해하는 인공지능

이쯤에서 핵심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도대체 AI가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1999년에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를 아는가?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명작이다. 영화 속 세계는 2199년, 인류가 AI의 지배를 받는 디스토피아이다. AI는 인간을 "배터리"로 사용하면서, 인간들의 정신이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AI가 어떻게 수십억 명의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을 통째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을까? 바로 패턴(pattern)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감정을 느끼는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보고 '규칙'을 찾아냈다. 그 패턴들을 학습해서 '가짜 현실'을 만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인사이트가 나온다. AI는 결국 "데이터를 보고 패턴을 찾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보자. AI에게 고양이 사진을 100만 장 보여주면, AI는 '귀 두 개, 수염, 작은 코' 같은 패턴을 스스로 발견한다. 그다음엔 처음 보는 사진도 '고양이다!'라고 맞출 수 있게 된다. 당신이 스마트폰에서 얼굴인식을 써본 적이 있다면, 그게 바로 AI 패턴 인식이다.


AI의 세 가지 얼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AI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ANI(약한 인공지능)이다. 한 가지 특정 과제만 잘하는 AI이다. 올리브영 같은 매장에서 '내 피부 타입'을 측정해 주는 기기, 수분량과 멜라닌 수치를 분석해 주는 피부 진단 AI가 바로 ANI이다. 피부 진단은 기가 막히게 잘 하지만,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감성적인 인스타그램 광고 카피를 써봐"라고 시키면 아무것도 못하는 친구이다.

두 번째는 AGI(강한 인공지능)이다. 인간처럼 여러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AI이다. ChatGPT처럼 글을 쓰고, 번역하고, 코딩도 하는 수준이다. 아직 완전히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세 번째는 ASI(초인공지능)이다. 인간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AI이다. 매트릭스 속 AI가 바로 이것이다. 아직은 이론의 영역이다.

지금 화장품 매장 속에서 여러분의 피부를 분석하는 AI는 ANI이다. 하지만 이 ANI가 뷰티 산업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AI는 어떻게 학습하는가?

AI가 피부를 '이해'하는 방법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핵심은 두 가지, 머신러닝과 딥러닝이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수많은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 '규칙'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수천 명의 피부 타입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AI는 '유분량이 이 정도면 지성 피부다'라는 상관관계를 스스로 찾아낸다. 사람이 일일이 규칙을 정해주지 않아도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의 피부 상태를 예측하는 결론을 도출한다.

딥러닝은 머신러닝 중에서도 가장 고도화된 기술이다. 사람의 뇌의 뉴런이 연결된 모습을 본떠 만든 인공신경망을 사용한다. 딥러닝은 단순한 수치 분석을 넘어, 수만 장의 피부 사진을 보고 마치 숙련된 피부과 의사처럼 주름, 모공, 색소침착을 구별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 딥러닝의 핵심에 CNN(합성곱 신경망)이라는 기술이 있다.

CNN은 이미지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패턴을 찾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피부 이미지를 조각조각 나누어 '이건 주름이야', '이건 잡티야'를 인식하고, 이를 조합해 전체 피부 상태를 이해한다. 여러분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친구 얼굴을 찾아내고, 화장품 성분표를 찍으면 텍스트로 읽어주는 기능이 모두 CNN 덕분이다.



3장 — 매트릭스의 오라클, 뷰티 AI의 탄생

매트릭스에는 '오라클(The Oracle)'이라는 AI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오라클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예측하고 분석하여, 마치 예언자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다. 오라클은 네오에게 "당신이 선택받은 자인지 아닌지"를 꿰뚫어 본다.

지금 뷰티 산업의 AI도 마치 오라클처럼 작동한다. 여러분의 피부 사진 한 장을 보고, AI는 "이 사람의 피부 나이는 실제보다 3세 많다. 유분량이 T존에 집중되어 있고, 볼 쪽은 건조하다. 자외선 손상 지수는 중간 수준이다"라고 정확하게 예측한다. 과거에 상담원이 피부 진단 기기를 사용해 고객의 피부 상태를 분석했지만, 이제는 AI가 이를 자동으로 수행한다.

이 AI 피부 진단 프로세스는 크게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Measurement(측정) 단계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나 IoT 센서 기기가 피부 상태를 디지털 데이터로 읽어 들인다. 다음으로 Feature Extraction(특징 추출) 단계에서 수만 장의 피부 사진 중에서 '이건 주름이야', '이건 잡티야'라고 AI가 특징을 잡아낸다. 그리고 Classification(분류) 단계에서 딥러닝이 이 특징들을 수많은 데이터와 비교해 피부 타입을 분류한다. 마지막으로 Output(결과) 단계에서 피부 나이, 피부 타입, 주요 피부 고민을 출력하고 맞춤 제품을 추천한다.

매트릭스 속 초록빛 숫자들이 세상 전체를 표현했듯이, AI는 당신의 피부를 숫자와 패턴으로 읽어낸다. 그리고 그 데이터 속에서 오직 여러분만을 위한 해답을 찾아낸다.



4장 — 뷰티 시장에서 AI 맞춤형 화장품


그렇다면 이 기술이 실제 뷰티 시장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크게 다섯 가지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첫 번째: 뷰티 서비스 매칭 플랫폼

뷰티 서비스 매칭 플랫폼은 고객의 연령, 피부타입, 고민 등을 설문조사와 센서를 이용하여 진단하고, 이를 AI로 분석하여 고객의 피부타입과 취향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이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II Makiage가 있다. 이 브랜드는 얼굴을 보지 않고도 50가지 파운데이션 쉐이드 옵션 중에서 쉐이드를 찾는 새로운 PowerMatch 알고리즘을 출시하였다. 온라인 색상 매칭 설문조사가 고객의 답변만을 토대로 90% 정확도로 색상을 처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가게 대신 집에서 어떤 기초를 바로 얻을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즉, 파운데이션이 자신에게 맞는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것은 헬레나 루빈스타인이 100년 전 살롱에서 한 명 한 명의 피부를 직접 보며 처방을 내렸던 바로 그 정신을, 디지털 세계에서 전 세계 규모로 구현한 것이다.


두 번째: 가상 뷰티 체험 (Virtual Beauty Experience)

"이 립스틱 색이 내 피부톤에 어울릴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테스터를 손등에 바르고, 입술에 발라보고,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해서 집에 와서 후회하곤 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AR(증강현실) 기술과 AI가 결합되어,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수백 가지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가상 뷰티 체험은 스마트 기기에 안면인식 센서를 증강현실(AR) 기술과 결합시켜 인공지능(AI)을 통해 고객이 제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이다.

로레알은 2018년 AR 뷰티테크 전문 기업 Modiface를 인수하며 이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였다. 이 서비스는 주로 색조 화장품과 헤어 컬러 제품이 본인과 어울리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색조 브랜드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와 MAC Cosmetics의 협업, 아르마니 뷰티와 위챗의 협업 사례처럼 플랫폼과 브랜드 간 경계를 넘나드는 형태로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화장품 체험의 기회가 제한되면서 AR을 이용한 가상 뷰티 체험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제는 변화하는 트렌드와 소비자 요구 사항을 따라잡고자 모든 뷰티 브랜드에게 필수적인 기술이 되고 있다.


세 번째: 디지털 3D 메이크업

가상 체험을 넘어, 이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창의적인 메이크업을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하는 시대이다. Apple의 Memoji Makeup처럼 나만의 아바타에 메이크업을 입히거나, 디지털 아티스트 Ines Alpha처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3D 오브젝트를 얼굴 위에 구현하는 작업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메타버스와 디지털 패션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디지털 공간 속 나의 외모'가 '현실 속 나의 외모'만큼 중요해지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뷰티 브랜드들은 이 흐름을 선점하기 위해 디지털 3D 메이크업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네 번째: 맞춤형 화장품 제조 디바이스

앞선 세 가지가 '추천'과 '체험'의 영역이었다면, 이것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바로 눈앞에서 나만의 화장품을 즉석으로 만들어내는 맞춤형 화장품 제조 디바이스이다.

시대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와 산업의 발달로 화장품 생산 방식은 기성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에서 개인 맞춤형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맞춤형 화장품 디바이스를 살펴보면 ICT(인터넷 통신 기술)와 BT(바이오 기술)를 적용하여 개인의 피부 상태를 '센싱기술'을 통해 정확히 측정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여 화장품을 제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장 내 파운데이션 즉석 조제 시스템은 피부톤 측정 → AI 색상 계산 → 로봇 자동 조제의 과정을 30초 안에 완성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색상, 나만의 제품이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경험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 하나의 이벤트이다.


다섯 번째: 홈 뷰티 디바이스 (Home Beauty Device)

팬데믹 이후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스로 피부를 관리하는 홈 케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홈 뷰티 디바이스는 얼굴 및 전신 피부를 아름답게 하거나 그 상태를 유지·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이다. 홈 뷰티 디바이스의 장점은 화장품의 효능을 더해주고 경제적인 부담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피부관리샵에서 관리를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스킨케어 디바이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영양분의 흡수를 돕는 갈바닉 기기, 초음파기기, 고주파기기, LED기기, 피부의 청결을 위한 진동 클렌저 등이 있다.

나아가 AIoT(지능형 사물인터넷) 기술과 결합된 홈 뷰티 디바이스는 단순한 기기를 넘어선다. IoT를 감각기관이라고 표현한다면, 인공지능이 두뇌 역할을 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매일 아침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오늘은 수분 크림을 평소보다 더 두껍게 바르세요"라고 알려주는 개인 주치의 같은 기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에필로그 — 매트릭스에서 깨어나, 진짜 내 피부를 만나다

매트릭스 속 주인공 네오는 파란 약과 빨간 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파란 약을 먹으면 가상현실 속에 계속 머물고, 빨간 약을 먹으면 불편하지만 진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뷰티 산업의 AI 혁명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에게 빨간 약을 내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좋다는 제품"이라는 가상의 편안함을 벗어나, AI가 분석한 "진짜 내 피부 데이터"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뷰티테크(Beauty Tech)는 AI와 AR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생명공학, IoT 기술을 결합하여 초개인화된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한다. 피부과 시술과 기능성 화장품, 홈 뷰티 디바이스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소비자가 집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케어를 받도록 돕고 있다.

이 수업을 듣는 여러분은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조제관리사로서, 뷰티테크 기획자로서, 혹은 AI 뷰티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 어떤 역할을 맡든, 핵심은 같다. AI는 도구이다. 그 도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앞으로의 뷰티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오늘 아침 거울 앞에서 느꼈던 그 막막함, 기억하는가? 머지않아 그 거울이 먼저 말을 걸어올 것이다. "오늘 당신의 피부는 평소보다 15% 더 건조하다. 이 세럼을 추천한다."

그 거울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 될 수 있다.


"뷰티는 항상 미래 지향적이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포착한다. 인공 지능도 예외는 아니며 뷰티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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