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기 Mar 27. 2024

자성(自省)만 하지 말고 참회(懺悔)를 하렴.

새벽을 깨우는 별들

 AM 04:00, 새벽 예배를 가기 위해 꿈에 젖어 있는 육신을, 물에 젖어 있는 인형처럼 무겁게 일으켰다. 예배당까진 꽤 거리가 있었기에 5시 예배를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서 채비를 해야 했다. 두꺼운 파카를 껴입고 털로 짠 비니 모자를 눌러썼다.


 새벽 예배를 나간 지는 한 달쯤 되었다. 한탕주의라는 탐욕의 악마에게 영혼을 잠시 뺏겨 어마어마한 빚더미를 짊어졌다. 빚은 내 멱살을 잡고 삶의 끝자락을 향해 날 자성(磁性)처럼 끌고 갔다. 절망이 희망을 완전히 잠식하기 전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빚이 아닌 빛이 필요했다. 직장인으로서 쉽지 않은 이른 일과였지만 참회와 회복이라는 문학 자습서에서나 볼 법한 거창한 주제를 놓고 신께 간절히 빌고 싶었다.


 새벽 예배를 마친 AM 05:30, 꽁꽁 언 차를 몰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코로나가 끝나고 인력사무소도 활기를 띠는 것 같았다. 예배를 올 때는 썰렁했던 인력사무소 앞 거리는 어느새 그 날 일거리를 구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들은 인력사무실 앞에서 전기줄의 참새처럼 나란히 서서 양손을 어깻죽지나 무릎 사이에 파묻고 각자의 오늘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어둠을 밝히는, 새벽을 깨우는 별들 같았다. 낡은 작업복으로 드레스 코드를 통일하고 매서운 추위를 막기 위해 군밤장수모자, 스키모자, 방울모자 등으로 각자의 개성을 반짝반짝 뽐내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인력사무소장한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생계 유지를 위해 이른 새벽부터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졸린 눈을 비비며 이곳까지 왔을 터이다. 꽁꽁 언 손을 따스한 체온이 담긴 입김으로 녹이며 인력사무소 안의 따뜻한 난로를 기다리는 새벽의 별들. 허탕이라도 치는 날이면 철근 같은 마음을 어깨에 매고 각자의 집을 향해 축 늘어진 발걸음을 옮기겠지.


 자동차 핸들 열선으로 인해 뜨끈하게 데워진 내 손이 부끄러웠다. 새벽을 깨우는 별들은 나로 하여금 노동이란 그 빛나는 가치에 대해서 자성(自省)케 하였다. 탐욕이라는 허상에 눈이 멀어 한탕주의를 꿈꿨던 나의 지난 삶을 참회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늘에 드문드문 떠 있는 별들은 아침이 오기 전 마지막 빛줄기를 이 거리에 뿌려대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