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관찰 + 환경 설계 + 연습 전략

재능 vs. 노력 뭣이 중헌디? 두번째 이야기

by 등대지기 지니


재능(Talent)은 대개 선천적으로 주어진 ‘잠재력’이나 ‘자원’을 의미한다. 노력(Effort)은 그 자원을 활용하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행태’나 ‘과정’을 의미한다. ‘재능과 노력 중 어느 것이 우선 하느냐’의 논쟁은 대체로 무의미한 싸움으로 종결 되는데, 때로는 ‘노력도 재능의 일종이다’라는 애매한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노력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인데, 이 ‘과정’을 ‘자원’에 포함시켜 버리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자원의 발현’이라는 위험한(?) 결과가 도출된다. 그래서 이 주장에는 논리적 허점이 보인다. 그런데..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저 문장에 공감할 때가 있다.



동양의 부모들은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노력과 인내를 강조하는 반면, 서양의 부모들은 타고난 고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을 교육의 시작이라 믿는다 한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 속에서 부모들은 혼란스럽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로 아이를 독려하다가도, 정작 성과가 나지 않으면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안되는 건가”라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흔히 노력의 상징처럼 인용되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오히려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킨 면이 있다.


무튼, ‘재능과 노력, 뭣이 중헌디?’ 이것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한 적절한 교육 방향을 잡아가는데 해결되지 않는 숙제처럼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다. 그 고민의 무게를 덜어줄지 더해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콤 글래드웰, 안데르스 에릭슨, 그리고 잭 햄브릭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에 재능과 노력을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에 대한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이의 타고난 재능, '씨앗' 자체이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잭 햄브릭 교수는 ‘노력이 실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즉 선천적인 인지 능력이 성취의 임계치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라고 주장하며, 노력 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이는 아이가 가진 고유의 '그릇'과 '결'을 무시한 채 상위 1%의 결과만을 요구하는 잔소리가 독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아이가 특정 분야에서 태생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라는 질책은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행위일 뿐이다. 햄브릭의 시각은 부모에게 아이의 씨앗이 어떤 종류인지 면밀히 관찰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은 그 씨앗이 싹틀 '환경'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는 흔히 "1만 시간을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개인의 의지를 강조하는 책으로 오해받지만, 실제 내용은 오히려 그런 주장을 부정하는 쪽이다. 그는 "누가 1만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채울 수 있는 환경을 가졌는가"를 묻는다. 1만 시간은 단순히 성실함의 지표가 아니라, 재능 있는 개인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환경에서, 방해받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던 '행운의 총합'이라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성취를 오로지 개인의 의지력 문제로 치부하며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아이가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토양을 마련해 주는 '환경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옥한 토양에 씨앗을 심었다고 해서 모든 식물이 거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안데르스 에릭슨의 '의식적인 연습'이라는 전략이 등장한다. 에릭슨은 단순히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순진한 연습'은 성장이 멈추는 정체기를 만든다고 경고한다.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자신의 안락한 영역(Comfort Zone)을 벗어나 끊임없이 한계를 밀어붙이는 '고통스러운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이라는 양적인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라는 질적인 지표이며, 1만 시간의 법칙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인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무턱대고 오랜 시간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단 10분을 하더라도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다르게 열심히 하기'가 더 중요하니,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과 질이라는 거다. “노력과 성실함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그러하니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부족함을 객관적으로 직면하고 이를 극복할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결국 성공이라는 아웃라이어는 재능 관찰(햄브릭) + 환경 설계(글래드웰) + 연습 전략(에릭슨)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하는 것 같다. 부모의 역할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버무리는 데 있다. 햄브릭의 관점에서 아이가 가진 씨앗의 종류를 면밀히 관찰하고, 글래드웰의 관점에서 그 씨앗이 싹틀 비옥한 환경을 제공하며, 에릭슨의 관점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자라나도록 정교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바른 교육이란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모양으로 깎아내는 '조각가'가 아니라, 아이 본연의 잠재력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돕는 '정원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후자의 마음으로 오늘 우리 아이가 걷고 있는 1만 시간의 여정이 단순한 반복의 늪이 되지 않도록, 얼마나 했는지 양적 결과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과 메타인지를 향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어떨까?



꾸준히 해야하는 활동들에 있어서..

"오늘 어떤 지점이 가장 힘들었어?‘

"가장 집중이 잘 됐던 순간은 언제였어? 그때 기분은 어땠니?"

"네 집중력을 방해했던 것이 있다면 엄마가 어떻게 도와줄까?"


수학 문제풀이에서 실수를 실패가 아닌 데이터로 인식하도록..

"방금 틀린 문제에서 정답으로 가는 길을 방해했던 복병은 무엇이었을까?"

"다음에 비슷한 문제를 만난다면, 어느 단계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네가 방금 쓴 답을 처음 보는 친구에게 설명해준다면 어떻게 말해줄래?"


그리고 아이를 칭찬하는 방법으로..

"오늘 네가 노력해서 얻은 작은 '성취' 하나를 자랑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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