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번아웃, 100%의 저주 피하기

by 등대지기 지니


아이를 키우며 엄마들이 겪는 슬럼프번아웃은 그동안 100의 노력을 쏟았다는 증거다. 그런데 엄마의 이러한 상태 변화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아이의 슬럼프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엄마'의 일상은 몸과 마음이 아플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기에, 엄마의 심신 건강 관리는 곧 가정 전체의 안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친인척들에게 100으로 애쓰신 친정 엄마를 보며 자랐다.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은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내 가정을 꾸리니 수많은 이름이 저절로 생겼다. 분명히 하자면 ‘역할’이 생긴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이름의 이름값을 위해 100으로 노력하지 못했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수용하기 어려운 일은 받아들이고 견디기보다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하는 쪽이었다. 미운털? 박히면 좀 어때!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100으로 애쓰는 엄마는 아니었다. 100을 써버리면 내가 나로 버티지 못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일상 관리에 적극적이거나 디테일하지 않았다. 넓은 경계 안에서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그런 시간이었다. 세상이 정해 놓은 '정도'를 자주 벗어났던 것은 엄마의 100이 거름이 되어야 하는 정답 '같은' 길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도 100으로 애썼던 시간은 있다. 아이를 타이르고 설득하여 지켜야 할 것을 '당연하게' 만들고, 해야 하는 일을 '일상으로' 만드는 초기 1~2년의 일관성 있는 정성이다. 이런 기약 '있는' 100의 노력 이후에는 100이 아닌 50도 안 되는 에너지로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편해질 수 있었다. 만약 모든 시간에 100을 쏟아부어야 했다면 틀림없이 중간에 나자빠졌을 엄마다.


중고등학교 교육을 홈스쿨로 하면서 직접 가르치는 것에 손댄 과목은 하나도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 모두를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 홈스쿨이라 판단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길이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점심으로 일품요리 준비해서 랩 둘러놓고, 인강 듣는 아이 혼자 두고 나가 동네 엄마들과 점심 먹고 차 마시고 다 했다. 아이가 전자레인지 사용 정도는 잘할 수 있는 나이였으니까. 엄마 없는 시간에 인강을 제대로 들었는지 꾀부리며 적당히 했는지 확인도 꼼꼼히 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좋을 만큼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꼼꼼함에 자꾸 부딪칠 아이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둘 다였을 거다.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슬럼프나 번아웃으로 힘든 적은 없었다. 아이가 성인이 되고 완전히 독립한 뒤, 때때로 드는 가라앉는 기분은 나이 듦으로 오는 호르몬 변화가 한몫했을 거다. 아이 키우면서 슬럼프나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은 것은 100으로 애쓰지 않았다는 의미일 거다. 대신 욕심 그릇을 '간장 종지'로 바꾸기는 했다. 차지 않는 항아리에 목마르기보다, 채울 그릇을 작게 만들고 자꾸 비워내는 연습을 했다. 찰 때마다 기쁘고 비울 때마다 기대에 찼다.


부모 뜻대로 자라주는 자식은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일찌감치 인정했다. 머리가 굵어졌다 느껴지면서는 밀착 마크가 아니라 적당히 거리를 두는 쪽을 택했다. 부모가 100으로 애써도 그 마음이 아이에게 1도 전달되지 않는, 온갖 ‘지랄기’인 사춘기는 더 거리를 두었다. 부모의 울타리가 탄탄하고 유연하다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오래 걸리지 않아 제자리를 찾을 거라 믿었다. 울타리 언저리에서 믿음을 가지고 지켜 봐주고 기다리는 부모를 못 본 척할 아이는 없을 것이기에.


아이의 잠재력 확인이나 시대적 분위기에 휩쓸려, 이것저것 시도해보지 않아서 스펙트럼이 넓은 아이로 자라지는 못했다. 하지만 없는 체력 안에서 적절한 분배로 엄마의 텐션은 언제나 일정했다. 아이에게 그런 안정감은 주었다고 자신한다. 아이를 훈육하고 교육하는 장기전의 관건은 엄마의 심신 체력이다. 엄마의 몸과 마음이 건강했을 때 일정한 페이스 유지가 가능하다. 주 양육자가 엄마라면, 아이의 슬럼프가 엄마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엄마의 슬럼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롤러코스터 속도와 각도일 수 있다.


엄마의 흔들림이 티 나지 않도록 몸 건강을 위해 맛난 거 많이 먹고, 마음 건강에 필요하다면 대나무숲을 찾아보라. '엄마는 100으로 애쓰고 있는데 너는 왜 몰라주냐'며, 쏟아내고 풀어버리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이가 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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