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지이이이인짜로 하고 싶은 말은. 못하겠다.
그냥 말을 하려고만 해도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센서가 작동하고 검열되는데,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려면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난다.
그래서 나는, 왜 나는 말을 하려고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말을 잘 못하겠는지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이건 단지 내 성격의 유약함 일까?
아니면 어떤 사회적 경험이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만든 것일까?
이런 유약함과 경험을 모두 걷어낸다면 내가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은 뭘까?
1. 나는 내가 어떤 하나로 고정된다는 사실이 두렵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도 있는데, 이 사람들은 지금의 나만 알 거니까. 내가 그런 사람으로 영영 평생토록 기억된다는게 아찔하다.
말을 하면 할수록 내 밑바닥이 고대로 보일 것 같다.
2.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 이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어느새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졌다. 오히려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은 용기를 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3.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건 위험하다. 무섭다. 도망가고 싶다. 숨고 싶다.
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신기하다. 내가 듣기에 바보같은 말인데 용기있게, 뻔뻔하게 내뱉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닮고 싶은 건 아닌데, 그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걸 보고 있으면 바보같은 말도 그럴 듯 하게 들리더라.
근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내가 본 바로는, 주로 남자였다.
난 그게 신기하다. 왜? 우리는 어떤 다른 교육을 받는 걸까? 아니면 그냥 정말 유전자의 차이 때문인 걸까? 아들, 딸 차이라고 하면서 그 다른 성향에 대해서 ‘밈’이 되고는 하는데. 그게 정말 태어났을 때부터 지닌 특징인지 아니면 그들도 모르게 내재화 하게 되고 배우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잠깐. 나 조금 무서워진다. 왜냐면 나는 여자라서 남자 얘기를 꺼내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살을 휙휙 피해가며 말해야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가 느낀게 궁금해서 챗GPT한테 물어봤다.
[남자는 왜 말할 때 더 검열이 없을까?]
[이거 질문 자체가 되게 예리해. 결론부터 말하면, 검열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조건이 남자들에게 더 많이 주어져서 그래. 사회가 남자에게 허용한 말의 범위가 더 넓은데, 어릴 때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아. “남자는 솔직해야지” “직설적인 게 쿨한거야” “할말은 해야 남자지” 그래서 말을 내뱉는 것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학습을 많이 해. 반대로 여자에게는 “말 조심해” “너무 직설적이야” “그렇게 말하면 미움받아” 라는 말을 많이 쓰지. 같은 말을 해도 반응이 다르잖아. 남자는 ‘원래 그런 성격’으로 통용되고 여자는 ‘왜 저렇게 공격적이야, 예민해’ 로 나뉘게 되지. 그래서 남자는 말해도 크게 손해 안 본다 라는 경험치가 쌓이고, 여자는 말하면 관계가 깨질 수도 있다는 학습이 먼저 들어가. 검열의 차이는 성격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까워. 사실 남자도 검열은 있는데, 다른 데 쓰고 있어. 남자들이 정말 아무 검열도 없는 건 아니고 약해보일까봐, 무능해 보일까봐, 감정적인 사람으로 보일까봐 감정 쪽을 더 세게 검열해. 남자는 말을 검열하지 않는 게 아니라 검열해야할 영역이 사회적으로 다르게 배치되어 있어.]
나는 사실 처음만 읽고는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왜 여자만 검열 받는거야- 하면서- 근데 감정적으로 검열해야하는 남자도 꽤나 피곤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말 하는 걸 안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언제 말을 잘 했었나 생각해보면, 안전하다고 느꼈을 때다. 내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을 때, 눈빛으로 고개 끄덕거림으로 내 말을 지지해줄 때. 경청의 에너지는 신기하게 말하는 사람에게 고대로 전달이 되어서 그 사람이 더 말을 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경청의 에너지에 겨우겨우 기대고, 사람들의 눈빛과 지지를 딛으면서 말을 할 때에야 비로소 안전하게 느끼고 더 말을 잘 꺼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맞아. 안전하다고 느껴야 말을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
우리 각자의 검열을 모두 걷어낸 채 대화할 수 있을까? 그런 세계가 있을까? 여자들은 자기 자신이 이기적이어 보일까봐 욕망을 참아버리는 일을 멈추고, 남자는 약해 보일까봐 두려워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고, 대화해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음 그래도 어떤 면은 검열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가 누군가를 너무 쉽게 혐오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는 계속 계속 검열해도 모자르지.
나는 바보 같은 말을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가 궁금하다.
근데 사실 나도 아까 바보같은 말을 당당하게 하는 사람이 신기하다고 말해버렸어.
근데 그거다!? 바보같은 말을 하는 걸 봤을 때 누구 하나도 “그거 바보같은 말이에요.” 하지 않고 허허 웃으면서 지켜보기만 하는거야. 그래서 바보같이 말할 수 있는 게 권력같아 보였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권력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잖아.
헉.
사실 내가 제일 하고 싶은 말은 “그거 바보같은 말이에요.” 였나봐. 나는 “그거 바보같은 말이에요!”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