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생 공무원 에세이에 '진격의 거인'이 등판한 이유

이스터에그 2

by 박운서

오늘 해제할 내 책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속 이스터에그는 분위기를 확 바꿔 아주 서늘하고 잔혹한 현실의 마라맛을 보여줄 참이다. 바로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다크 판타지 작품, <진격의 거인>이다.


<진격의 거인> 속 인류는 식인 거인들을 피해 50미터의 거대한 방벽 안에 갇혀 산다. 그곳은 세상과 단절된 '파라디 섬'이다. 사람들은 방벽 안이 안전하다고 믿지만, 주인공들은 그 답답한 새장을 부수고 '방벽 밖의 자유로운 세계'로 나아가길 갈망한다.


나는 이 웅장하고 잔혹한 세계관을 자본주의 생태계와 낡은 편견에 빗대어, 책 곳곳에 교묘하게 오마주 문장을 심어두었다.


첫 번째, 파라디 섬과 방벽 밖의 세계

모두가 "지방은 소멸한다", "수도권으로 가야만 기회가 있다"며 지방을 고립된 섬 취급할 때, 나는 그 낡은 인식을 깨부수고 싶었다. 80일간의 세계일주 등 더 넓은 세상을 누비는 이야기를 다룬 책의 프롤로그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셋째 걸음은 방벽 밖의 세계를 누비는 이야기입니다. 지방은 고립된 섬이 아닙니다."

지방은 갇혀있는 섬이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전 세계 자산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원한다면 언제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완벽한 베이스캠프다.


두 번째, 잔혹한 세계와 마주할 용기

작품 속 주인공 미카사의 가장 유명한 명대사, "이 세계는 잔혹하다. 그리고 매우 아름답다." 자본주의라는 거친 야생으로 나선 독자들에게, 나는 투자의 현실을 다루는 '투자 게임 공략집' 첫 페이지에서 이 서늘한 경고를 날렸다.

"이 공략집은 당신을 일주일 만에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루한 과정을 묵묵히 견디라고 요구할 것이다. 세계는 잔혹하다."

자본주의 생태계는 잔혹하다. 시장은 끊임없이 우리의 멘탈을 시험하며, 준비되지 않은 자들을 소리 없이 잡아먹는다.


세 번째, 끝없는 '자유'에 대한 갈망

<진격의 거인> 주인공 에렌 예거의 행동 원리는 단 하나, 바로 억압받지 않는 '자유'다. 내 책을 관통하는 궁극적인 주제 역시 자본주의가 가져다주는 진정한 자유다. 내가 남들의 비아냥 속에서도 묵묵히 자본의 갑옷을 입고자 했던 이유는 단순히 통장 잔고를 불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상사의 눈치나 승진이라는 목줄을 끊어내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당당하게 지를 수 있는 '시간과 선택의 자유'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시간을 관통하는 서사 : "10년 후의 우리에게"

<진격의 거인>의 전설적인 1화 제목은 "2천 년 후의 너에게"다.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이 거대하고 웅장한 서사의 구조를, 나는 우리 가족의 가장 로맨틱한 챕터 제목으로 오마주했다. 바로 『10년 후의 우리에게』다. 신혼여행지였던 하와이 해변에서 아내와 "10년 후에 꼭 셋이 되어 다시 오자"고 했던 소박한 맹세. 그 약속은 10년 뒤 치열한 자본주의 생존기를 거쳐, 마침내 딸아이의 손을 잡고 떠나는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완벽하게 회수되었다. 2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애니메이션 속 서사만큼이나,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우리 가족의 서사 역시 나에게는 벅찬 에픽(Epic) 그 자체였다.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자본주의는 잔혹하지만, 룰을 이해하고 스스로 자산 배분이라는 입체기동장치를 달고 밖으로 나가는 자에게는 반드시 '경제적 자유'라는 아름다운 전리품을 안겨준다. 책 곳곳에 숨겨진 진격의 거인의 서늘한 경고를 읽어낸 독자들이라면, 부디 무지성 영끌이나 욜로의 환상에서 깨어나 자신만의 궤도를 설계하시길 바란다.


낡은 성벽을 부수고 자본주의 거인과 싸우는 법이 궁금하다면

[교보문고]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 박운서 - 교보문고

[예스24]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 박운서 | 북루덴스 - 예스24

[알라딘]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 박운서 | 알라딘


매거진의 이전글88년생 공무원 책에 '장송의 프리렌'이 숨겨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