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피날레 :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왜 아이를 키워야할까

by 박운서

경험이 세상의 해상도를 결정한다

딸을 낳고 키우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세상에는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만 비로소 '고화질'로 이해되는 영역이 있다는 거다.

'왜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거나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식의 진부한 답을 할 생각은 없다. 내 답은 훨씬 실용적이고 단순하다. 세상을 더 선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내 인생 영화인 《쇼생크 탈출》을 예로 들어보자. 10번은 족히 넘게 봤을 거다. 영화 중간에 주인공 앤디가 세금 전문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도관들이 연말정산을 맡기려고 줄을 서는 장면이 나온다. 학창 시절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저 '앤디가 대단한 기술이 있구나' 정도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어 연말정산을 해 본 뒤에 본 그 장면은 완전히 달랐다. 앤디는 교도관들에게 단순한 죄수가 아니었다. 그는 지옥 같은 일상에 내려온 '구원자'였다. 경험이 영화의 해상도를 4K로 업그레이드시켜준 셈이다.


육아, 그전엔 보이지 않던 '이치'를 해킹하다

육아는 이런 '경험의 업그레이드' 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이다.

영화《패밀리맨》에서 성공한 월가 투자자 잭(니콜라스 케이지)이 가족 있는 삶으로 강제 전입당한 뒤 "젠장, 난 하루에 6시간도 못 자!"라며 절규할 때, 예전의 나는 그저 힘들다는 투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신생아의 울음소리에 1시간 간격으로 소환당하며 뇌가 녹아내리는 토막잠을 자본 지금, 그 대사는 내 심장을 후벼 파는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또 어떤가. 토니 스타크가 딸 모건을 두고 세상을 구하러 떠날 때, 예전엔 '영웅의 위대한 희생'으로만 봤다. 하지만 내 손으로 딸을 품에 안고 그 작은 생명의 무게를 느껴본 지금, 토니가 느꼈을 그 지독한 번민과 결단이 내 살갗에 절절하게 와닿는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만이 비로소 "3,000만큼 사랑해"라는 대사 속에 담긴, 우주보다 무거운 무게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경험의 부재가 빚어낸 참사는 고통스럽다. 최근 《오징어 게임》에서 출산한 지 10분 만에 산모가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보고 나는 바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검색창을 켰다. 역시나, 감독이 미혼이라니! 그런 '육알못'스러운 장면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경험하지 못한 자의 상상력은 때로 현실의 숭고함을 훼손한다.


인류라는 위대한 RPG의 '신규 직업' 언락

지하철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부모를 보며 짜증 대신 안쓰러움을 느끼고, 뉴스에 나오는 저출산 정책이 내 삶의 생존 문제로 체감되는 것. 이건 공부로 되는 게 아니다. 오직 육아라는 '통행세'를 지불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이다.

나는 확신한다. 육아는 RPG 게임에서 새로운 직업군을 언락하는 것과 같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이전의 '박운서'로서는 절대 접근할 수 없었던 감정의 영역과 통찰의 깊이를 얻었다. 나 자신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그러니 당신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당신이 살아온 삶과 당신이 사랑한 영화와 책들을 전혀 다른 눈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면, 한 번쯤은 아이를 낳아 키워보자. 그 작고 여린 생명이 당신의 뒤통수를 치며 선사할 놀라운 깨달음은, 그 어떤 학문이나 여행으로도 얻을 수 없는 당신 인생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모두가 "지방은 끝났다",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고 말할 때, 저는 이 변두리 소도시를 저만의 든든한 '자본주의 베이스캠프'로 개조했습니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온전히 누리며, 80일간의 가족 세계일주를 완주해 낸 현실적인 실전 생존기입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 대신 나만의 궤도를 유쾌하게 설계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이 팍팍한 일상의 확실한 돌파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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