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과 푸름 사이에 존재하는 고독한 우리들.
첫 에피소드부터 곧 사라질 것처럼 연소하는 에너지가 압도적이다.
'성난 사람들'은 제목과 같이 현대인들의 초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리즈 중 하나이다.
흔히 ‘현생에 치여산다’라는 표현처럼, 정신없이 바쁘게 일상생활을 하다 나도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욱한 감정들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계속 참아가며 쌓였던 묵은 감정들이 한 번에 터져 나오는 순간들. 그 엇나간 찰나를 시작으로 대니와 에이미의 인연이 시작된다. 단지 길을 막았다는 이유에서 서로를 향한 원색적이고 유치하다 싶은 행동들은 점점 도를 넘게 되고, 주변 인물들까지 얽히게 되며 상황은 점점 뒤엉켜간다.
둘을 마주하고 있는 환경들은 사뭇 다르다. 대니는 부모님을 미국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전전긍긍하며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아 사촌 아이작과 교묘한 범법행위들로 큰 한방을 노리고 있다. 에이미는 고요하우스의 대표로, 본인 사업을 회사로 인수하는 큰 거래를 앞두고 있다.
서로를 미워하던 감정들 사이에 의외의 요소들이 채워지기도 한다. 처음엔 좋지 않은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지만, 에이미는 대니의 동생 폴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대니는 에이미의 남편 조지와 깊은 유대감을 쌓으며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의 인생처럼, 갑작스러운 잿빛이 찾아온다. 나를 위한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이루고자 한 것들이 있었는데, 세상이 나를 가지고 장난치나 싶을 정도로 방해를 한다. 이제야 조금 안정을 찾고 잘 풀리나 싶던 하루에 또다시 폭풍이 몰아치면서 다시 찾아온 무력감과 절망. 그들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보고 있던 나로서는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매일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순간과 감정들을 마주하면서 이들에게 더 공감하고, 행동들과 감정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 가장 많이 와닿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댓글이나 멘션 하나로도 사람들과 쉽게 연결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살을 맞대며 가장 가까이 있지만 나를 좀 봐달라고 말하고, 우연히 하게 된 가벼운 DM에서 나를 인정하며 위로해 주는 사람에게 온 마음을 쏟는 행동들은 우리 내면에 있는 공허함과 외로움의 민낯을 보여준다. 짙은 고독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줄 누군가를 절실하게 원하는 그 마음들, 하나하나가 헤아릴 수 없이 애틋하다. 결국 서로에게서 가장 최악의 모습을 이끌어내지만, 그만큼 닮은 조각들이 많은 에이미와 대니는 애증을 넘어선 연대로 나아간다. 분노를 쏟아내며 퍼붓던 말들을 잠시 내려놓고 한 심도 있는 대화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 자신의 가장 아픈 조각들까지 꺼내면서 그들은 더 가까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게 된 에이미가 대니를 끌어안는 모습은 곧,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마주하고 사랑하려는 시작점으로 보인다. 어쩌면 둘은 자신이 마주하기 싫었던 본인 스스로의 모습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여유를 챙기면서 그들의 하루가 조금 더 무탈하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