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만만해 보이는 사람에게 화풀이?

by 방랑자

장인, 장모와의 저녁식사 자리였다.

장인은 심성이 착하지만, 유독 식당에서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직원에게 강하게 표현한다.

그럴 때면 나는 너무 불편하다.

나는 그런 상황이면,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 않고, 다시 그 식당에 안 가는 걸로 조심스럽게 복수(?)를 하는 편이다.

그날따라 장인이 좀 세게 직원을 나무라신다.

매우 불편하다.

직원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허리를 굽신거린다.

직원이 안되어 보인다.

밥 먹는 내내 그 직원을 곁눈질로 보게 된다.

안 좋은 소리를 듣고,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착한 직원으로 보인다.

더욱더 불편해진다.. 밥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식사를 끝내고 모두들 자리를 나설 때,

혼자 늦게 남아 그 직원에게 “죄송합니다. 저의 장인이 너무 심하게 말씀하신 것 같네요”

나는 그 직원 편에 서서, 그 직원을 위해, 해준 위로였다.

마냥 장인의 불만을 듣기만 하며 허리를 굽신거렸던 직원은,

나의 말을 듣자마자, 나를 째려보며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 직원은 장인에게는 아무 말 못 하다가, 오히려 자기편에 서준 나에게 왜 화를 냈을까?

뭔가 순간적으로 나를 약자(?)라고 느껴, 그렇게 화를 낸 것일까?

내가 훨씬 덩치도 크고, 무섭게 생겼는데도?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부서에 , 일 못하고, 일 하기 싫어하는 나이 많은 부장이 있다.

부서원들은 그 부장을 무시한다.

한 차장이 그 부장이 불쌍해 보였는지, 유독 그 부장에게 친절히 대하고, 업무도 챙겨(?) 준다.


차장이 부서 전 직원에게 금요일까지 회의자료 작성요청 사내메일을 보낸다.

역시나 부장은 금요일이 되어도 회의자료를 보내지 않는다.

차장은 그냥 내가 작성할까 하다가, 큰마음을 먹고 부장에게 조심스럽게, 그것도 아주 친절하게

“부장님, 아직 회의자료 안 주셨어요......”

다른 직원들한테는 아무 말 못 하며 기죽어 지냈던 부장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 친절하던 차장에게

대뜸 화를 낸다. “좀 기다려봐!!!. 그리고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요청 메일은 일주일 전에 보냈다)


두 에피소드가 비슷한 맥락이다.

이성으로 억누르고 있던 화나 분노가,

조금 만만한 상대에게는, 그 분노를 이성으로 억누를 필요가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끼면서

표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