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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꾸 Sep 06. 2024

우당탕 UXUI 디자이너 이직 연대기 - 처참히 실패

경력직 이직인데... 취준생 맛이 난다면


2023년 말, 퇴사를 했다. 


나름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고, 신입이었어도 빠르게 성장하여 맡았던 프로덕의 큰 프로젝트들을 포트폴리오로 가지고 간다면 취업 시장에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나도 드디어 상경해서 안정적인 회사에 힘겨워도 생존을 위해서 버티고 살아내는 그런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 수 있구나 이 정도 열심히 했는데 이직은 쉽겠지.

그렇게 자만을 해버렸던 것 같다.



가지고 있는 이전 회사 프로젝트와 퇴사 이후 진행한 사이드 프로젝트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왕복 8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일주일에 두 번, 당일치기로 다니길 3개월. 학원 한 번 빠지지 않고 등원하며 학원에서 찍어내는 남들과 비슷한 포트폴리오가 싫어 요즘 대세(?)라는 플랫폼의 포트폴리오 가이드까지 구매하여 나름 논리 있고 구성지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수정하고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이 나왔을 땐 나름 뿌듯하고 마음에 들었고, 본격적으로 기업들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경력은 2년 6개월 남짓, 대부분의 공고들은 3년 차 이상 디자이너들을 원했고 나는 어찌 됐든 상경을 하고 싶었기에 1년 차부터 3년 차까지 그리고 신입부터 인턴까지 과감하게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원티드 플랫폼에서만 본다면 이 정도... 지원 완료는 한 달이 돼도 답 없는 회사들이 대부분

퇴사한 지 10개월,


약 100여 개의 서류를 넣었으나 서류 합격은 9개 남짓, 그리하여 갔던 1차 면접들도 모두 탈락했다.

쌩신입 때는 서류 합격률이 90% 정도에 면접에 가기만 하면 오라고 했던 회사들이 많았기에, 물론 지금의 채용 시장과 다를 것이고 직무도 편집 디자이너에서 UXUI로 옮겼다지만 차갑기만 한 고용 시장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서류 불합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불러서 면접이라도 볼 수 있지 않나? 내 포트폴리오가 그렇게 형편이 없었다고?라고 생각하며 한없이 자존감이 떨어져 갔고 30개쯤 넘었을 때는 이제 불합격 메일의 멘트를 외울 지경에 다다라 이후에는 보지도 않고 메일들을 지워냈다.


그러다 가뭄에 콩 나듯 처음 면접이 잡혔을 때 이제 취업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경험과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1분 자기소개와 포트폴리오 PT를 열심히 준비해 갔다. 그리고 면접관의 질문에 최대한 경험과 연관 지어서 대답했고 나의 강점인 특유의 밝은 성격과 적극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래서 딱딱했던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면접의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고 생각했기에 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집에 와서는 부동산 앱을 켜서 그 근처 자취방을 알아봤고, 결과 발표까지 기다리며 점점 기대에 부풀었던 아무것도 모르고 무지했던 나...


그렇게 1차 면접에 아홉 번 떨어졌다.


그래, 핏이 맞는 사람이 있었겠지. 그 회사는 너무 작았어.라고 생각하려고 애썼고 주위 사람들도 한껏 위로를 건넸지만 마음먹기와 다르게 자존감은 점점 바닥을 쳐갔고, 서류 불합과 다르게 10번째 면접 탈락 통보를 받은 나는 이 결과가 아직도 익숙지 않다.

그러면서 유튜브에서만 보았던 1년, 2년 취업을 준비하며 눈물짓던 취준생분들의 마음이 정말 공감이 갔다. 나는 본격적으로는 5개월 차에도 이렇게 힘든데, 유튜버가 되고 싶었던 내가 정말 실행했었더라면 지금 쯤 눈물을 광광 흘리는 나를 찍으며 유낳괴라고 생각했겠지. 또 주변 사람들에게 현 상황을 공유하기도 눈치가 보인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점점 나를 고립시키게 되는데 그게 우울해지고 그렇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만나면, 또 '오늘 하루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딜레마가...


다른 취준생들은 더 처절하고 힘겹게 하루를 날 텐데, 금방 몰두하고 금방 번아웃이 와버리는 내가 어쩔 땐 한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뭐라도 움직여야 하고, 다시 피그마를 켜서 머리를 부여잡고 뭘 해야 하지... 도저히 다시 디자인 툴 잡을 용기가 나지는 않아서 전에도 해보고 싶었지만 글 솜씨에는 자신감이 없어 미루고 미뤘던 브런치에 이 사태를 남겨본다.


아침마다 가족들의 얼굴을 볼 때 마다 괜히 죄책감들고 모두가 나간 10시까지 침대속으로 파고들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엄마가 와서 말을 걸어준다. 그럴 때마다 찡하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상한 양가감정... 그렇다고 정말 여기서 포기할 건 아니니까. 


계속해서 여러 방면으로 피드백 받아보고 현재는 취업이 목표지만 좋은 UXUI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나를 다듬고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서 면접 결과만 기다리며 조금 나태해졌던 나 자신을 좀 깨우고, 뭐가 문제였는 지 찬찬히 살펴가며 하반기 취업을 목표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조금 늘려 보고... 공백기 질문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오다가다, 지나가다 이 글을 발견하게 된다면 위안을 얻길 바라고 응원하자.

그래도 우당탕 연대기에 성공편까지 적어내보고 싶다. 화이팅!



미드저니로 만들어본 나... 해변에서 맥북을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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