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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y 14. 2024

핑퐁 용돈


3년 전이가? 4년 전인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기록 없이 뭔가를 기억해 내는 건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하여튼 아들이 처음 취직은 하고 사준 노트북을 아직도 사용하는 중이다. 중간에 용량을 업그레이드하고 굳이 지금까지 용하는 건 첫 월급으로 사준 그 마음이 이뻐서다. 필요한 걸 사준다고 내겐 노트북을 선물해 줬다. 빨간 내복 대신 ^^  받은 선물은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학원용 노트북은 늘 그 자리에 붙박이고 난 집에서 사용하는 이 노트북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어쩌면 나의 일과를 거의 모두 이 노트북이랑 함께 보내는지도 모른다.


새벽에 눈뜨면 일단 노트북을 켜고 부팅되는 시간에 차 한 잔을 준비한다. 따스한 물 마시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단 몸의 온도를 살짝 높이며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자동으로 로그인되는 블로그와 카카오톡을 먼저 클릭한 후 글쓰기 모드로 진입해 한 시간가량 블로그를 발행한다. 그리고 여기저기 인증 후 6시 운동을 시작한다. 가끔 블로그 글이 잘 안 써지면 운동이 늦어 맘 졸이며 후다닥 일단 발행하고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 지난주 1주일 아프다고 운동을 못했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하루를 놓치면 그다음 며칠이 자동으로 다운되어 어지간하면 맘먹은 일은 빨딱 일어나 해치우는 편이다. 그러다 게으름이 찾아오면 궁둥이 무겁게 눌러앉아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며칠 전 아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들이 직장에 매여 자주 못 가는 게 안쓰러웠는데 어째 시간을 만든 모양이다. 직장은 왜? 방학이 없냐며 툴툴거리는 녀석의 애교 섞인 투정이 귀엽다.  지난 어버이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보내온 용돈을 여행 용돈으로 보냈더니 녀석 왜 보냈냐며 다시 보내왔다. 왜 그러냐고 엄마가 주는 건데 받으라고 하고.. 난 다시 보내고 아들이 다시 보내고... 아들은 안 받는다고 둘이 실랑이를 한다. 결국 그 용돈은 내 통장에 자리를 잡았다. 아들이 용돈을 주면 "그래 고맙다 잘 쓸게~" 하고 받으란다. 참나~ 다시 도로 돌려주거나 하지 말라고 핀잔을 준다. 


머릿속에 파노라마가 지나간다. 어쩜...

"엄마 자식들이 주는 용돈 아끼지 말고 맘껏 쓰세요. 자꾸 안 받고 도로 주면 엄마 미워요." 

"오~냐~ 그라꾸마. 그란데 자슥들이 주는 돈은 몬쓰겠더라. 내새끼들 얼매나 욕보고 벌었는가 시퍼서~ 가슴이 아린다카이~ 느그 아버지 돈은 개안은데 느그들 용돈은 다르다카이~"

엄마께 용돈을 드리면 그 돈 고스란히 다시 돌아온다. 손주  용돈 쓰라고 주거나 집에 갈 때 휴게소 커피 마시라고 용돈에 덤을 얹어서 다시 돌아온다. 그러면 집에 가서 다시 용돈을 송금한다. 이렇게 돈이 이리저리 통장 이동을 하게 된다. 


엄마랑 실랑이를 했는데 이제 아들과 내가 똑같은 상황이다.

피식~ 웃음이 난다. 이런 것도 대물림되나? 

그땐 몰랐다. 엄마가 왜 자꾸 용돈을 안 받고 다시 돌려주는지를...

이제 내가 그 엄마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 마음이 그래도 읽어진다.

어렴풋하게 그러려니 하던 마음들이 딱 그 상황이 되고 경험되는 순간이 있나 보다. 그래서 "너그들도 크면 알끼구먼~" 엄마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용돈 핑퐁게임이 끝난 후 살면서 엄마 말씀이 참 잘 맞는다 싶다. 엄마의 생활철학이 찰떡같이 와닿는다. 지나버리고 스쳐버린 엄마 말씀이 자꾸 떠오르는 건 내가 그 말 되새김으로 사용하는 까닭이다. 엄마 인생철학에 나의 것이 더해지면 모녀의 개똥철학 하나 나오겠다. 인수대비의 '내훈'은 아니더라도 뭐 짧은 메모 집 하나는 만드어지겠다. 

핑퐁 용돈 게임이 끝난 후 통장에 찍힌 아들의 이름 석 자!

짠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가슴에 가라앉는다. 이번 주말엔 아들 불러 맛난 식사를 나눠야겠다. 일본 다녀온 여행 후기도 좀 들어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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