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를 찾아가는 과정

사랑이 차오르는 과정

by 하철미

나는 [모성애가 없는 엄마]였다.

책임감으로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웠지만

도대체 이 작은 생명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채로 1년 정도를 보낸 것 같다.

뱃속에서 태동만 해도 기특하고 사랑스럽다던데,

난 내 몸의 변화에 적응하며 하루하루 직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다 임신기간을 다 보냈다.

그리고 첫 만남.

피와 양수를 칠갑하고 나타난 쪼글쪼글한 아이를 나에게 들이대며 뽀뽀를 해주란다.

왜 저런 걸 시키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둘만 남았을 때도 그냥 내가 낳았으니 키웠다.

아기의 정서에 나쁠까 봐 애써 예쁘다 귀엽다 사랑한다 스스로 최면이라도 걸리라고 주문 외우듯이 중얼거리면서.


그렇게 또 여기저기 비교하며, 비교당하며 아이를 키우고 둘째도 낳았다.

동생이 생길 짠한 아이에게 책임감을 죄책감이 밀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둘이 7살, 4살이 되었다.

갑자기, 이제야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 느낀다


분명 책임감이었는데, 그냥 서서히 아이들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입양을 했어도 똑같았겠다 싶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니 모성애 없는 엄마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진다.


미디어에 나오는, 초음파 사진에도 눈물 나게 감격하는 그런 부모가 아니라 미안했다.

첫 만남에 전기충격 오듯 찌릿하지도, 자는 너희를 보며 현실감 없었던 적도 없었다.

그저 매일의 과제를 해내야 했을 뿐.


갑자기 깨닫고 나니

나는 내 양팔에 파고드는 너희에게 마음껏 뽀뽀할 수 있는 특권이 감사하고,

불편하지만 너희와 함께 잠드는 매일이 소중하고 아쉽다.

너희의 웃는 모습, 우는 모습, 화내는 모습, 처음 도전하는 떨리는 모습, 실패하고 머쓱한 모습, 성공하고 으쓱한 모습 등 모든 걸 담아두고 기억하고 싶다.


가끔 감정이 넘쳐흐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냥 잘 있는 애들을 급하게 불러서 안아줘, 뽀뽀해 주라 하면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놀라서 뛰어와주고, 안아주고 뽀뽀해 준다.

애교 많은 둘째는 한참을 안겨서 종알거리거나, 온 얼굴에 뽀뽀를 쏟아주고 간다.


살면서 [정말 행복하다] 싶은 순간들은 있어도 기간은 없었는데,

요즘은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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