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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공돌이 Nov 22. 2022

대표의 멘탈관리법

본질에 충실한 경영

회사를 지탱하는 가장 원초적인 자원은 대표의 멘탈이다. 사업은 왜 망할까? 현금이 떨어져서? 아니다. 사업은 대표가 포기한 순간 망한다. 다른 것은 다 부차적인 문제다. 그리고 대표는 멘탈이 완전히 소진되면 사업을 포기한다.


대표라는 자리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자리이다. 세상은 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만 하는 기업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대표를 맡는다는 것은 365일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선장이 되는 것과 같다. 배가 잘 나아가도 불안하고 배가 침몰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대표의 정신건강 관리에 대해 많은 글도 읽어보았고 나 또한 VC들의 요청으로 후배 창업가들에게 많은 조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조언에도 불구하고 대표의 멘탈관리는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난제인 것 같다. 운동을 한다고 대표끼리 모인다고 사업을 성공한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위로가 되는 일을 하면 잠깐 괜찮아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울증세와 무기력증이 엄습한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멘탈을 관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본질적으로 멘탈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신뢰순도 높이기


멘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단연 1 번은 내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의 수에 비해 내가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수, 즉 "신뢰순도"이다. 내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의 수는 단순히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직원 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주, 협력사, 주요 고객을 넘어서서 가족과 친구, 정기적으로 대화를 하는 소셜미디어 상 지인까지 모두 아우른다. 신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어떠한 관심을 주지 않아도 잘 못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직원이라면 일을 맡겼을 때 내 머릿속의 기대를 명확히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을 하는 것이고, 친구나 가족이라면 오랜 기간 도리를 못해도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들일 것이다. 신뢰순도를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분모인 내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 수를 줄이거나 분자인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수를 늘리는 것이다.


분모를 줄이려면 팀의 크기를 과감히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의 공백이든 메꿀 수 있는 프로세스를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 없이 디자인하는 법, 적은 개발자로 개발하는 법, 마케터 없이 직접 콘텐츠 마케팅을 하는 법을 약간씩 알고 있어야 한다. 혼자 하는 것이 무리라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끼리 나누어서라도 스킬 한 두 가지씩 더 가지고 있으면 좋다. 그러면 불만을 가득 안고 후임자를 구하는 기간 동안 참으면서 멘탈이 무너지는 경험을 막을 수 있다.


나를 피로하게 하는 개인적 인간관계는 단절과 유예를 고려해야 한다. 대표라는 자리는 당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지휘하는 지휘관이다. 가족도 챙겨야 하고 잘 삐지는 친구한테도 하나 미안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면 애초에 머리에 포가 떨어지는 전쟁터에 나오질 말았어야 했고, 나왔다면 짐 싸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해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 친구는 오히려 가장 부끄럽고 비참한 순간에도 숨지말고 더욱 가까이 지내야 한다.


반대로 분자를 늘리는 첫 번째 방법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두는 것이다. 많이도 필요 없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거나 현재 부부 사이라면 한 명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두 명과 함께 하여 삼인 파트너 체계가 되면 베스트이다.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냥 신뢰해라. 대신 신뢰가 깨지면 사업을 접을 각오를 하면 된다. 신뢰하는 파트너는 오랜 기간 서로 알고 지냈을수록 좋고, 같은 정치적 문화적 지역적 가치관을 공유하면 더 좋다. 나를 업무적 스킬 면에서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은 좋으나,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 함께 창업하는 것은 두고두고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는 무모한 일이다.


두 번째 방법은 바르게 살고 불문율을 지키는 것이다. 아무리 가깝거나 편한 관계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도움을 받았으면 감사 갚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났을 때 내가 대화에 오리지널 한 콘텐츠를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거짓말은 정말 필수적인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고 약속은 최선을 다해 지켜야 한다. 열등감은 내려놓고 진심으로 축하해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 초기에는 손해도 보고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더 꼬이는 것 같지만 시간이 충분히 오래 지나고 나면 나를 지켜주고도 남을 만큼 주위에 좋은 사람이 쌓인다. 신뢰할 수 있는 서포트 그룹이 생기면서 신뢰순도가 올라가고 자신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2. 통제순도 높이기


멘탈에 그다음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가 해내야 할 전체 일에 비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의 비중을 나타내는 "통제순도"이다. 대표들이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는 시기가 투자를 유치하는 시기이다. 이는 투자유치 활동에서 내가 통제하는 범위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내가 만점짜리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를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사업을 못하고 있다고 해서 투자를 못 받는 것도 아니다. 통제순도도 신뢰순도와 마찬가지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은 늘리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은 줄여서 개선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방법은 첫째로 목표를 작고 현실적으로 잡는 것이다. 예전에 사업계획서에 현실적 목표를 써갔더니 VC분이 수정을 해달라 요구를 하신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뭐든지 힘을 줘서 목표를 잡는 습관이 생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그런 목표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 폭탄 돌리기 게임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대표님들이 일생의 결심을 폭탄 돌리기에 실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은 목표를 세우면 없어 보이고 인정도 못 받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정말 큰 회사를 만든 사람은 오히려 정말 작은 목표로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하자. 거품이 절정을 달린 시기에도 가장 크게 매각된 피그마는 자그마한 꿈을 가졌던 학생창업팀이었다. 작은 목소리는 정말 커질 수 있다. 남 눈치 보지 말자.


I only see my goals, I don't believe in failure  

'Cause I know the smallest voices, they can make it major - 7 years, Lucas Graham


두 번째 방법은 업무적으로나 일상적으로 통제력이 높은 일을 일부러 하는 것이다. 스스로 재능이 있다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대표로서 비교우위는 생각하지 말고 하나 정도는 직접 하자. 나는 디자인을 직접 한다. 디자인 전공도 아니지만 매일 1시간 정도 이미지 작업을 완성하고 올릴 때 느끼는 만족감은 멘탈을 정말 강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도 내가 그냥 재능이 있다 느끼는 것 하나를 하자. 운동이든 게임이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든 무엇이든 좋다. 개인적으로는 숨이 정말 긴 편이라 수영을 하고 허리 스윙을 좋아해서 테니스를 친다.


반대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줄이는 방법은 첫 번째로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다. 고정비는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이다. 고정비를 많이 쓴다는 것은 런웨이가 짧다는 것이고 내가 시간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정비를 많이 쓴다는 것은 사람이 불필요하게 많다는 것이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고정비를 많이 쓴다는 것은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익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고정비는 만악의 근원이다. 고정비를 줄이면 멘탈도 좋아진다.


두 번째 방법은 통제할 수 없는 일은 짧고 굵게 끝내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은 절대적 기간에 비례하여 멘탈을 잡아먹는다. 투자유치처럼 어차피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면 짧고 굵게 기한을 정해놓고 하자. 그리고 기한을 초과하면 바로 Plan B로 넘어가버리자. 대표의 멘탈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밀당 희망고문은 시간낭비다.


세 번째 방법은 내 시대를 기다리는 것이다. 기업활동이 미시적 관점에서는 시대의 흐름과 별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밀접한 영향이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핫했던 블록체인 사업을 지금 시작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추가 진동하면서 나아간다. 산업, 정치, 종교, 국제정세, 기업 환경까지 모두 함께 움직인다. 내가 본질적으로 잘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면 억지로 하면 할수록 가장 아까운 자원, 멘탈만 낭비하게 된다. 특히 지금 사업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내 시대가 아닐 때 천천히 하다가 내 시대일 때 다시 힘차게 뛰어도 절대 늦지 않다.




좋은 생활 습관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다. 하지만 대표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조금 더 본질적이고 지속적이다. 그래서 진통제 만으로 버티기에는 쉽지 않다. 근원적으로 신뢰순도와 통제순도를 높여서 개선한다면 롱런하는 대표, 성공적인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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