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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경주, 익산 미소지진

땅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숨소리

by 내셔널지영그래픽
땅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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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에세이



​오늘 하루, 땅은 수없이 작은 떨림을 겪었습니다. 바로 '미소지진'의 흔적입니다.

미소지진이란 통상 규모(magnitude) 2.0 미만의 아주 약한 지진을 일컫는데, 일반 사람들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정밀한 지진계로만 관측됩니다.


하지만 이 작은 떨림이야말로 우리 땅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가장 솔직한 증거입니다.

​첨부된 사진은 11월 29일 하루 동안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서 감지된 미소지진의 기록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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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남구 해역 (규모 1.4, 15시 3분): 포항은 2017년 규모 5.4의 강진을 겪으며 아픔을 기억하는 땅입니다.

그 후로 이어진 여진과 미소지진들은 땅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이자, 끊임없이 에너지를 조절하는 땅의 노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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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남동쪽 지역 (규모 1.1, 7시 5분):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는 2016년 규모 5.8의 지진으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이 땅은 작은 떨림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듯 미세하게 맥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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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북쪽 지역 (규모 1.3, 1시 23분):

익산 역시 2015년에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했던 곳입니다.

상대적으로 지진이 적다고 알려진 서해안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밤 깊은 시간에 기록된 이 작은 떨림은 땅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변화를 우리에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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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땅입니다.

매일 크고 작은, 특히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약한 미소지진들이 수십 차례 발생하며 지구 내부의 에너지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이 미소지진의 기록들은 한반도가 지질학적으로 안정기라 하더라도, 지구의 거대한 순환 속에서 끊임없이 미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작은 떨림들이 모여 땅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우리는 그저 땅 위를 딛고 서 있지만, 땅은 묵묵히 자신의 기록을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미소지진들이 땅이 우리에게 보내는 조용하고 작은 신호라 생각하며, 이 땅 위에서 더욱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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