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어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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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헤는 블루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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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17세 어린 엄마
이미지출처 짧아진 텔로미어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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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솔직한 감상문들을 올리고자 합니다.​저의 언어로 되새겨진 이 감동들이, 혹시 다른 독자님의 마음에도 작은 울림이 되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2025년 12월, 김지영(올림)

17세 어린 엄마(감상문)


​이 글을 읽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아릿하게 저려왔습니다.

평범한 병원 진료실에서 마주친 17세의 엄마, 그녀의 삶은 우리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고등학교 2학년'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 차트는 단순히 나이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여학생이 감당해야 했을 삶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큰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감기약을 처방받기 위해 진료실 문을 들어섰던 그 모습. 그 작고 여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묵한 책임감은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중이염에 걸린 큰아이, 콧물로 힘들어하는 석 달 된 둘째, 그리고 식당에서 설거지를 마치고 부랴부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빠듯한 일상. 그녀는 이미 자신의 청춘과 자유를 두 아이의 생계와 건강과 맞바꾼 지 오래였습니다.


​진료가 끝나고 며칠 뒤, 간호사가 발견했다는 예방접종 수첩 속 메모지 한 장 이야기는 이 에세이의 가장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그 목록은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몇 만 원 남짓이면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작은 소망들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17세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소녀의 꿈'의 잔해였을 것입니다.


친구들과의 수다, 좋아하는 연예인 포스터, 따뜻한 길거리 음식 한 조각…. 그녀는 그 작은 소망들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실현하지 못한 채, 단지 '포기한 목록'으로 조용히 수첩에 적어두었던 것입니다.

​그 메모지는 눈물과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과정에서, 아주 가끔씩 고개를 들던 '나'라는 개인의 아주 작고 귀여운 외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 외침을 억누르고 다시 두 아이의 엄마로 돌아가는 단단한 결심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쓴 의사의 고뇌 역시 공감이 됩니다. 진료비를 받고 싶지 않았던 안쓰러운 마음. 하지만 '동정'이 '선'을 넘는 순간, 그것이 의료법 위반뿐 아니라, 그녀의 단단한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성숙한 깨달음.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세심한 진찰과 최선의 진료뿐이었다는 담백한 결론은, 진정한 존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색안경'을 끼고 타인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이 어린 엄마는 자신의 묵묵한 삶의 태도로 그 모든 편견을 부수었습니다.

그녀는 그저 '갖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을 조용히 포기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단단한 17세의 엄마'였습니다.

​벌써 십 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17세의 엄마는 27세의 청년이 되었을 것입니다.


필자의 마지막 바람처럼, 언젠가 그 아이들이 열일곱이 되었을 때, 자신들의 엄마에게도 '조금 갖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소망합니다.


​그 작은 소망들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며 보낸 어린 엄마로서의 시간들이, 사실은 그 아이들을 예쁘게 잘 자라게 한 가장 강력하고 숭고한 힘이었음을.


이 이야기는 모성애라는 이름의 위대함뿐만 아니라, 인간이 짊어진 책임과 사랑의 무게가 얼마나 아름다운 성숙을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에세이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