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붉은 고독이 내게 말을 걸었다

[제7화] 붉은 침묵 속에서 길어 올린 아주 오래된 대답

by 별을 헤는 블루닷
화성의 붉은 고독이 내게 말을 걸었다

[제7화] 붉은 침묵 속에서 길어 올린 아주 오래된 대답


별에 닿는 것은 강철의 바퀴가 아니라, 멈추지 않는 심장의 박동이다.


출처: NASA/JPL-Caltech/ASU/MSSS


​억겁의 세월 동안 바람만이 머물다 간 자리, 화성(Mars). 그 붉은 먼지 아래 잠들어 있던 고독의 땅에 인류의 눈 하나가 가닿았습니다.


이름조차 찬연한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즉 '인내'라는 이름을 가진 탐사선입니다.
​이 로버가 보내온 사진 속에는 '제제로 분화구'의 델타(Delta) 지형이 담겨 있습니다.


한때는 강물이 호수로 흘러들며 생명의 박동을 전했을 그곳은 이제 메마른 바위의 성채가 되어 서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지나온 삶의 굽이마다 남겨진 마른 눈물 자국처럼 말이지요.

​지구로부터 수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 전파마저 십여 분을 달려야 겨우 닿는 그곳에서 퍼서비어런스는 홀로 바퀴 자국을 새깁니다.


누구의 박수 소리도, 따스한 온기도 없는 그 절대적 고독 속에서 로버는 묵묵히 돌을 수집하고 지층을 읽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붉은 사막을 걷는 단독자입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지만, 결국 내 안의 가장 깊은 질문 앞에서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로버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 고독의 끝에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희망의 단서가 있음을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진 속 어둡게 솟아오른 델타의 잔해는 말해줍니다.

이곳에 물이 흘렀고, 어쩌면 아주 작은 생명들이 찬란하게 피어났을지도 모른다고요.


지금은 비록 황량한 돌덩이로 보일지라도, 그것은 죽음의 증거가 아니라 '삶이 존재했었다'는 뜨거운 기억의 파편입니다.

NASA의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착륙 지점인 "옥타비아 E. 버틀러 착륙장"에서 마스트캠-Z 장비를 이용해 삼각주로 알려진 부채꼴 모양의 퇴적물 흔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마음속에도 이런 마른 분화구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한때는 열정으로 충만했으나 지금은 식어버린 꿈, 상처 입어 굳어버린 관계의 흔적들.


하지만 퍼서비어런스가 그 메마른 땅을 헤집어 가치를 찾아내듯, 우리 역시 상처받은 과거 속에서 미래를 살아가게 할 '인내의 결정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은 풍요로운 대지에서만 피어나는 꽃이 아닙니다.

희망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믿었던 그 절망의 지층을 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더 내딛는 발자취 속에 맺히는 것입니다.

오늘 밤, 창밖의 먼 별 하나를 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나의 인내는 어느 델타를 향해 흐르고 있는지. 비록 응답 없는 침묵뿐일지라도, 우리는 그 침묵을 뚫고 나아가는 중입니다.

가장 깊은 고독은, 가장 눈부신 희망을 품기 위한 자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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