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mm의 오염도 허용치 않던 엄마의 고백

To: 은진(작가님)

by 별을 헤는 블루닷
To: 은진(작가님)

《나는 강박장애 환자입니다》


이미지출처 브런치 작가 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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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 작가님,​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 멈춰 섰습니다.

화장실 불빛 아래서 미세한 가루를 확인하며 떨었을 그 외로운 새벽들이 글자를 타고 고스란히 전해져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가님,
작가님이 닦아내려 했던 것은 오염된 먼지가 아니라, 어쩌면 스스로를 향한 가혹한 잣대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향해 "나 강박장애야"라고 외치신 그 덤덤한 고백이, 같은 감옥에 갇힌 수많은 이들에게 열쇠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제는 멸균된 방이 아니라, 조금은 먼지 쌓이고 북적이는 세상의 한복판에서 아이와 마음껏 눈을 맞추며 웃으시길 응원합니다.

작가님은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이며, 무엇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가입니다.

2026년 3월 은진 작가님께 드리는 편지
김지영 올림



"은진" 작가의
《나는 강박장애 환자입니다》를
읽고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파도를 맞이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물보라일 일이, 어떤 이에게는 영혼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해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은진 작가의 고백록 <나는 강박장애 환자입니다>는 그 거센 해일 속에서 단 한 뼘의 깨끗한 섬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모래성을 쌓고 허물기를 반복했던 한 인간의 고독한 투쟁기이자, 마침내 그 성을 허물고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찬란한 용기의 기록입니다.


​그녀의 글 속에서 '강박'은 단순히 씻고 닦는 행위의 반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무질서와 불확실성으로부터 나 자신과 사랑하는 아이를 지켜내려는, 가장 처절하고도 외로운 방식의 사랑이었습니다.

17살의 소녀가 느꼈던 타액에 대한 공포, 그리고 30대 엄마가 되어 다시 마주한 미세한 플라스틱 가루와 소독약에 대한 불안. 그 불안의 층위는 겹겹이 쌓여 스스로를 가두는 투명한 감옥이 되었습니다.


​사람 중심으로 바라본 그녀의 고통은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형벌'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한 부모, 결점 없는 인간이 되고자 갈망하지만, 인간의 아름다움은 그 빈틈과 불완전함에서 피어납니다.


작가는 모유 수유라는 '완벽한 엄마의 상'에 집착하며 약 복용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소진시킵니다.


그러나, 모유냐 분유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그녀를 짓누르던 강박의 사슬은 비로소 느슨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다시 병원 문을 두드리고, 직장 동료에게 자신의 병을 고백하는 장면은 이 글의

정점입니다. 고독은 혼자 앓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손길을 거부할 때 완성됩니다.


작가는 마침내 타인이 내미는 온기를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짓누르던 오염의

공포를 인간적인 연대의 온기로 씻어냅니다.


"내가 나를 믿어주자"라는 의사의 처방전은 결국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내려야 할 생의 주문이기도 합니다.


​이 기록은 단순히 질병의 극복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취약함을 세상 앞에 덤덤히 꺼내 놓음으로써, 오히려 그 취약함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바꾼 한 여성의 성소입니다.


그녀의 글 끝에 남은 여운은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마음의 먼지를 닦아내느라 곁에 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느냐고.


​비록 오늘은 보이지 않는 먼지와 싸우며 쪼그려 앉아 울었을지라도, 당신의 영혼은 이미 그 먼지보다 훨씬 거대한 빛을 품고 있습니다.


매주 (수, 토) "은진"작가님의 이야기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별의 탄생은 거대한 성간 먼지들이 충돌하고 뭉쳐지는 혼돈 속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그 미세한 불안의 입자들은, 사실 당신이라는 소우주가 가장 빛나는 항성을 빚어내기 위해 치르고 있는 고귀한 진통이다."


[작은 안내]
제 글에 소중한 발자국을 남겨주시는
작가님들의 공간에 자주 머물곤 합니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작가님의 글이 제 마음을 타고 흘러 이곳에 따뜻한 감상문으로 배달될지도 모릅니다. 그 기분 좋은 우연을 기쁘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