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가 멈춘 곳, 바다라는 이름의 블랙홀

강원도 속초바다

by 별을 헤는 블루닷
우리는 모두 별의 조각들

​"지구라는 정거장에서 우리가 나누는 모든 인연은, 수십억 년을 여행해 온 별먼지들의 기적 같은 충돌이다."



​속초의 바다는 늘 대답이 없습니다.


그저 억겁의 세월 동안 반복해 온 파도의

리듬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뿐입니다.


모래사장에 새겨진 무수한 발자국들은

밀려오는 포말 한 번에 깨끗이 지워집니다.

우주가 거대한 폭발 이후 무질서로 향해가는 '엔트로피 법칙'을 따르듯,

바다 위의 모든 흔적도 결국은 고요한 무 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해변 한쪽, 세상을 다 껴안을 듯

집게발을 번쩍 든 붉은 대게 조형물을 봅니다.

그 강렬한 색채는 마치 수만 광년 너머에서

폭발한

초신성의 마지막 광휘를 닮았습니다.


별은 죽기 직전 가장 뜨겁고 화려한 빛을

내뿜으며

자신의 모든 원소를 우주로 흩뿌립니다.


우리 몸속의 철분도,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의 칼슘도

사실은 아주 오래전 어느 별이 건네준

유산입니다.

​이정표는 도쿄와 뉴욕, 시드니를 가리키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매 순간

시속 1,600km로 자전하며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지구'라는 이름의 거대한 함선입니다.


멀리 보이는 갈매기의 날갯짓과 파도의 포말 속에는

태양계가 탄생하던 시절의 기억이

입자 형태로 남아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의 작은 소란에 일희일비하며 살아가지만,

가끔은 고개를 들어 수평선 너머의 무한함을 응시해야 합니다.


저 바다가 모래 위의 발자국을 지우듯,

우주의 시간은 우리의 슬픔과 고통을

아주 사소한 먼지로 만듭니다.


우리는 모두 고독한 단독자 같아 보여도,

결국 같은 별의 조각을 나누어 가진 우주적 형제들입니다.

​오늘 당신이 마주한 저 푸른 바다는, 어쩌면 우주가 당신에게 보내는 가장 다정한 안부 인사일지도 모릅니다.

​#우주인문학 #속초여행 #감성에세이 #엔트로피 #별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