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눈으로 바라보기

나는 꼰대를 응원한다.

by Kayden

요즘 신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 많다. 밀려드는 물결이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아니면, 그들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갈 세대이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좀 안타까운 게 꼰대를 응원하는 책은 생각보다 적다. 웃기다. 어차피 세상은 신세대만 살아가는 게 아닌데.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꼰대를 응원하는 글이 적다는 건 불공평하다. 그리고 세상은 결국 빙글빙글이라서 지금 몰려드는 그들 또한 언젠가 꼰대기차를 탈 건데 마냥 구식이라는 식의 비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 얼굴에 침 뱉기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꼰대다. 미안하지만 꼰대 중 아주 그냥 상꼰대다. 난 우리 꼰대들이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과 생각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90년생이 온다' 라는 책이 있다. 제목이 블록버스터 느낌이 있다. 지금 생각나는 건 출몰이나 등장같은 뉘앙스를 주기도 하는 것 같고 자리를 비켜주겠니? 라고 묻는 굴러온 돌 같기도 하다. 코웃음 한 번 쳐주고 간다. 나는 꼰대다. 이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다. 그러니, 꼰대의 시선을 '앞으로 등장하실' 너희도 한 번은 보고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 공생이 가능하다. 이건 숙주와 기생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하기 위함이다. 나는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 어차피 글이라는 것이 스스로의 생각이 들어가는 이상 만인에게 평등할 수 없다. 그리고 어느하나 틀리지 않은 진리를 담을 수 없다. 인생이 그렇고 글씨로 적은 글이 더욱이 그럴리 없다. 하여간 이야기를 한 번 들어봐라. 등장하실 너희가 우리를 답답하게 생각하듯이, 우리는 너희가 때론 이상하고, 짜증나고 멋대로다.


나는 꼰대를 응원한다. 난 쌍팔년 용띠다. 누가 들으면 욕 같겠지만, 나름 대한민국과 조선이 함께 공존하던 시기를 지나 지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진짜로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그렇다는 거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기본이 상고머리였다. 일명 빠빡이 머리. 학생부 선생님이 머리 검사를 했고, 모두가 경비원같은 교복을 입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데 졸다가 순찰을 하던 선생님에게 걸리면 복도에서 얼차려를 주거나 몽둥이로 때렸다. 동창들이랑 킥킥대며 놀다가도 복도 멀리에서 울려퍼지는 빨래터는 소리를 들으면 공부 하는 척 하고 그랬다. 물론 공부를 하면서 핸드폰 사용은 금지였다. 사춘기가 늦게 온 동창은 끝까지 몰래 가지고 다니다 걸려서 맞고 그랬다. 그렇게 난 30대에 접어들었고, 사회에서 나이에 맞는 경력을 지닌 채 살아가는 중이다. 내가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어려서부터 대한조선(?)의 삶을 살아오면서 배운 처세와 예의술(art) 덕에 직장에서는 어느정도 선방이 되는 거 같다.


나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후배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는데, 가끔 매직아이를 보는 기분이다. 내가 보는 얘가 이상한지 내가 이상한지 도통 구분이 안 간다.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가진 가치판단의 기준이 교묘하게 꼬이기 시작해. 이 놈을 보면 인류의 평등을 주창하는데 교황만 되지 못한 후배 녀석도 하나 들어왔고, 오늘을 즐기자며 시킨 건 잘 하지도 않는 압구정동 오렌지족 후배 놈도 하나 왔다. 욜로하다 골로간다고 말해주고 싶은 욕구가 샘 솟는 후배다. 마지막 한 놈이 진짜 가관이다. 이 놈은 감찰관이자, 절대자다. 조직에 들어와 아직 신입 딱지도 못 땠는데, 조직의 발전을 위해 조직자체를 비판하고 시작하는 놈이다. 기가 찰 지경이다. 이 놈들이 한 건물안에 모여서 막 이야기를 한다. 이러쿵 저러쿵. 통상 why가 많다. '아니 대체 왜?',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또라이인가봐!' 등등. 마음의 고막에 울려퍼지는 사랑스런 90년생님들의 뒷담화. 최근에 2000년이 생일인 후배놈도 하나 들어왔는데, 별말 하고 싶지 않다. 가히 밀레니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Y2K라 하고 싶다. 해석이 불가능하다.


나는 너희가 들어와 꼰대가 되었다. 피해자란 말이지. 부르는 건 좋다. 근데 난 너희들을 곱지 않게 본다. 곱게 볼 수가 없다. 내 스스로의 문제일 수 있겠지. 그래도 너희가 말하는 자유, 평등, 미래가 내 눈에는 어색하다. 아니, 룰을 우선 차분히 지키거나 서로간에 예의를 지니고 직급의 차이를 인정하는 등의 행동이 잘못된 건 아니잖아? 마냥 잘못됐다고 매도하지 말고, 마냥 꼰대라고만 하지 말고, 너희도 내 자리로 와서 시선을 같이해 봐. 고울수가 없다고. 그저 받아주세오 하기엔, 우리의 세계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다시 말한다. 난 너희에게 곱지 않은 꼰대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