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간식사기

꼰대라고 다 사야하는 건 아니잖아?

by Kayden

평일 하루가 시작된다. 지하철과 버스는 사람으로 꽉 차서 설 자리도 없다. 이리저리 밀치면서 서 있는데, 각종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어디서는 땀 냄새, 향수 냄새. 이놈의 출근은 안 그래도 정신도 지치는데 코까지 지치게 한다.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힘껏 치르고 도착한 나의 회사. 맘에도 없는 인사 한 번 던져줘야지. '좋은 아침 입니다~' 개뿔이 좋은 아침이다. 세상에서 월요일 아침이 제일 싫다. 일요일 저녁을 먹은 다음부터 내 몸안에는 아드레날린이 쉼없이 분비된다. 내일은 뭔 말을 할까. 또 무슨놈의 정치가 벌어질까. 말 같지도 않은 상황만 발생하지 마라. 각종 소원을 빌어본다. 그렇게 제대로 자지도 못한 채 누워서 유튜브만 보다가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정신을 차리니 어느 새 월요일 새벽이다. 참으로 징글징글하다.


아침부터 지치고 피곤한 마음이지만 얼굴은 최대한 화사하게, 조커다 조커. 사람이야 수 많은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내가 윗사람이기 때문에 그나마 웃어야지. 회의가 시작된다. 웃음체조를 한단다. 하나 둘 셋, 하하하하하하하하. 나라는 조커가 제일 잘 웃는다. 도대체 이걸 왜 할까. 웃다보면 몸이 속아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해보는 모든 사람은 생각할 거다. 몸을 속이기는 개뿔이다. 이게 가장 어렵고 힘든 정신노동이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부터 회의를 하며 수많은 과제들과 지시사항이 하달된다. 노트를 보니 저번주에 한 일을 하나씩 지우고 남은 10개의 수행과제가 있다. 그 위로 또 10개의 과제가 쌓였다. 하, 이놈의 일은 도대체가 줄지를 않는구나. 뫼비우스의 일생이다.


안 그래도 한 껏 나빠져버린 기분이 회의실에서 올라가는 길이다. 내 사무실은 2층 인데. 이것도 진짜 짜증이 난다. 계단이 너무 많아. 숨 막혀. 회의실에 도착하니 새싹같은 우리 전설의 90년생들. 한 껏 웃으면 말한다. '회의 별일 없으셨죠~?', '그래그래. 잠시들 모여서 결산 한 번 합시다.' 서로 그렇게 모여 앉으려 시동을 거는 순간. 한 명이 패를 깠다. '팀장님이 오늘 결산 때 커피 다 사주시나요?', 매일 웃으며 생글생글한 친구다. 갑자기 옆에서 동조하는 또 하나의 친구가 있다. '역시 우리 팀장님 대단하시다. 이래서 따를 수밖에 없어.' 독일의 괴벨스가 생각났다. 본인이 맘만 먹는다면 누구든지 다 나쁜 놈을 만들 수 있다던 괴벨스. 저 생글생글한놈이 우리 팀의 괴벨스다. 그렇게 도미노처럼 서로를 밀어 넘어뜨리며 나에게 누워온다. 눕지마라. 난 니네를 떠 앉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마지막 한 놈까지 깔끔하게, 내 위로 기울었다. 가끔 민주주의는 참으로 불공평하다. 그 불공평의 환경에 내가 혼자 섰다. 이 팀에서 가장 오래된 꼰대. 그렇게 내 용돈카드는 막내에게 전달되었다. 이윽고 이어지는 회의. 서로가 깔깔대며 잘도 웃는 우리 90년생 신삥 친구들. 나도 용돈받아 사는 블루카라일 뿐인데.


아니 안 산다는 건 아닌데 생리가 웃기잖아. 권한과 책임이라는데, 권한은 없고 책임만 늘어가는 꼰대의 지랄맞은 환경이 우습다. 안 사봐라. 세상 속 좁은 자식으로 낙인이 박힌다. 그 문장이 네 가슴에 찍히는 게 싫어 나도 없는 작기만한 카드를 내밀어 본다. 맡겨놨나. 참. 꼰대로서 말한다. 하나만 하자. 시키는 거 잘하면서 맛있는 것도 얻어 먹던지, 아니면 그냥 돌아가면서 사던지. 사줄때만 헤헤헤 하는 건 비겁한거 아니야? 꼰대가 때론 선의의 약탈(?)을 당하는 것처럼 젊은 90년생 친구들, 너희도 도리를 지키자. 그런 의미에서 나중에 너희가 한 번 사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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