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는 항상 내 마음을 달래줬다.
한국어는 배울수록 점점 깊어지고 어려워졌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한국어는 4위에 속한다고 들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문학 수업 시간에 국어 선생님께서 시를 낭독해주실 때 나는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순간이었다. 단발 웨이브 머리와 키 170 정도 되시는 국어 선생님, 항상 감정을 이입하면서 시를 낭독하셨다.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욺을 우는 곳,
ㅡ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돌아 고이시는 곳,
ㅡ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힘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ㅡ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중략---
굵으신 목소리로 박자를 맞추어 시를 낭독하신 국어 선생님, 고전 시, 근대 시를 시대에 맞게 낭독해주셨다. 나는 어느 때 보다 눈이 가장 반짝이며 넋을 놓고 선생님만 바라 보았다. 그리고 감정 이입은 반에서 내가 가장 으뜸이었다. 집에 와서 엄마를 생각하며 시를 써보았다.
<어머니>
-한별이-
멀고 먼 바다 끝에 구슬픈 파도 소리
끼룩끼룩 우는 갈매기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을 리야.
어린 씨앗에 물을 주고 곱게 자라 꽃이 피고
피눈물로 가꾸다가 예쁜 꽃이 멀리 갔네..
낡고 낡은 오래 된 집
꼬불꼬불 굽으러 진 길
하늘을 바라보는 시든 해바라기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야.
아낌없는 환한 미소
말과 소와 대화하고 팔과 어깨 찜질하고
홀로 밥을 지어먹네.
신이여! 신이여!
홀로 사는 양천사가 병이 들어
참새들이 슬피 울어
신이여! 신이여! 곁에 있어 지켜줘 다오.
※ 멀리 다른 나라로 시집을 와서 사랑하고 소중한 엄마 곁에 지켜주지 못해, 항상 마음이 아프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시를 지었습니다. 지금 어머니께서 편찮으시지만 곁에서는 아무도 없고 신이라도 어머니 곁에서 지켜주기를 바라며 날마다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어머니 제발 건강하기를...
2015.5.27
<단심가>
此身死了死了(차신사료사료)
이 몸이 죽고 죽어
一百番更死了(일백번갱사료)
일백 번 고쳐죽어
白骨爲塵土 (백골위진토)
백골이 진토 되어
魂魄有也無 (혼백유야무)
넋이라도 있고 없고
向主一片丹心(향주일편단심)
寧有改理與之(영유개리여지)
가실 줄이 있으랴
단심가는 한국사의 가장 유명한 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도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매일 외치면서 다녔다.
과목 중에서 고전 시는 내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이었다. 하지만 국어 시간만 되면 나는 늘 들떠 있었다. 무엇 보다 시는 정서적 표현과 따뜻한 풍경을 묘사하는 글들이 많이 있다. 이는 나의 외로움을 달래줬던 것 같았다. 아직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우리 나라는 마치 한국의 과거와 같았다. 그래서 인지 나는 어느 누구 보다 국어를 더욱 더 진심이었다.
졸업 날에 국어 선생님께서 나에게 다가 오셔서 말씀하셨다.
“별(가명)아, 정말 잘 버텼다.” 고생 많았어.”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잘 해내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늘 글을 쓰면서 외로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