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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디자인 침해로 판매 중지됐던 캐리어, 판매 재개

온라인 셀러를 위한 실전 분쟁 이야기

by 김용덕 변리사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 입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알람 하나로 일상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플랫폼으로부터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지식재산권(디자인권) 침해가 의심되어 상품 판매를 중지합니다.”


이번 글은 실제로 쿠팡에서 기내용 캐리어를 판매하던 한 판매자가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어떻게 디자인 침해 의혹을 해소하고 판매 재개까지 이르렀는지 정리한 기록입니다.

브런치를 읽는 온라인 셀러, 창업 준비생, 브랜드 담당자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춰 버린 판매 페이지


판매자 A는 오랜 시간 여행용 소형 캐리어를 판매해 왔습니다. 상품 평도 나쁘지 않았고, 재구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쿠팡 판매자센터에 로그인하니 상품 상태가 낯선 문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지식재산권(디자인권) 침해 의심에 따른 판매 중지”


쿠팡의 안내에 따르면,

해당 상품이 특정 등록 디자인과 유사 또는 동일해 보이고

그 결과 디자인권 침해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를 해명할 수 있는 소명 자료 제출이 필요하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판매자 A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가 된 캐리어는 이미 국내외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아왔던 흔한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디자인권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등록 디자인을 근거로 쿠팡에 침해 신고를 한 상황이었습니다.


등록 디자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화면 캡처 2025-12-01 120405.jpg


이때부터 판매자 A는
“내가 뭘 잘못한 걸까”에서 “혹시 내가 모르는 법적 쟁점이 있나”라는 고민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 지점에서 저희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에 자문을 요청하셨습니다.



디자인 침해 판단, ‘느낌’이 아니라 법의 언어로 본다


많은 분들이 디자인 분쟁을 이야기할 때
“그냥 딱 봐도 비슷하던데”, “대충 똑같이 생겼던데”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하지만 디자인보호법에서 말하는 침해 여부는 이렇게 단순한 ‘느낌’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디자인이 침해에 해당하는지 보려면 두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심미감을 주는지를 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몇 가지입니다.

첫째,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일반 수요자의 관점에서 보는가
둘째, 그들이 가장 눈에 띄게 느끼는 요부(要部) 가 어디인가
셋째,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는 구조는 아닌가


예를 들어 캐리어라면 바퀴가 달려 있고 손잡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 캐리어를 베꼈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거의 모든 캐리어가 공유하는, 기능적으로 필요해서 생긴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도

단순히 “캐리어라는 점이 같다”는 부분은 논외로 하고, 실제 수요자의 시선이 머무는 부분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비교했습니다.



잠금장치와 바퀴 연결부,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나다


디자인 비교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잠금장치였습니다.

화면 캡처 2025-12-01 120529.jpg

등록 디자인에 따르면, 잠금장치는 전면 상단부에 위치하고, 숫자 다이얼이 중앙부에 배치된 형태였습니다. 버튼과 다이얼이 수평으로 정리된 구조라 상당히 정제된 인상을 주는 구성이었습니다. 반면 판매자 A의 제품은 구조가 크게 달랐습니다. 사각형 잠금장치 아래쪽에 숫자 다이얼이 돌출되어 있고, 버튼의 위치와 비례도 전혀 다른 형태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검은색 캐리어일 수 있지만, 잠금장치라는 요부를 확대해서 보면 두 제품이 주는 인상은 확연히 갈렸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바퀴 연결부였습니다.

화면 캡처 2025-12-01 120757.jpg

등록 디자인은 캐리어 하단과 바퀴가 마치 하나의 직선처럼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심플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판매자 A의 캐리어는 캐리어 하단에서 아래로 내려왔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꺾이는, 이른바 ‘L자형’ 지지대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지지대가 외부로 드러나면서 제품 전체에 보다 입체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을 부여하는 구조였습니다. 이 두 가지 요소, 즉 잠금장치와 바퀴 연결부는 일반 소비자가 캐리어를 바라볼 때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구조와 인상이 뚜렷하게 다른 이상, 법적으로 두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검토 결과도 “전체적인 심미감이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 등록 디자인 자체의 유효성


디자인 침해 소송이나 분쟁에서 항상 “등록됐으니 유효하다”는 전제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디자인 침해 여부를 따지는 것과 별개로 “과연 이 등록 디자인이 제대로 된 절차와 요건을 갖추고 등록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조사를 진행하던 중 놀라운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등록 디자인의 출원일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거의 동일한 구조의 캐리어가 판매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구매자가 올린 후기 사진을 분석해 보니 잠금장치, 리브(줄무늬) 패턴, 전체 프로포션이 등록 디자인과 사실상 동일했습니다. 즉, 누군가 이미 시장에서 팔고 있던 제품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디자인 출원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입니다.

중국 선행.jpg
국내 선행.jpg

디자인보호법은 출원 전에 이미 공지된 디자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디자인에 대해서는 등록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디자인을 창작하지 않은 사람이 마치 자신이 만든 것처럼 등록하는 것 역시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등록 디자인을 근거로 다른 판매자에게 침해를 주장하는 행위는 과연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볼 수 있을까요?


판례는 “무효가 명백한 디자인권에 기초한 침해 주장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도 그 전형적인 예에 가까웠습니다.



공공의 영역이 된 디자인, 자유실시디자인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은 바로 자유실시디자인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통상의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형태의 디자인은 어느 한 사람의 독점 영역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디자인을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 밖,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판매자 A의 캐리어는 출원일 이전부터 국내·중국 플랫폼에서 오랫동안 판매되어 온 제품이었습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해당 디자인을 뒤늦게 등록해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이 보호하려는 창작의 영역이라기보다 이미 형성된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결국 저희는 판매자의 제품이 등록 디자인과 유사하지 않을 뿐더러 설령 비슷하다고 보더라도 이미 공지된 형태를 기반으로 한 자유실시디자인에 해당한다는 논리 구조로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쿠팡에 제출한 의견서, 무엇을 담았나


플랫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억울하다”는 감정이 아니라 법과 증거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변리사 의견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첫째, 두 디자인의 구체적인 비교

잠금장치, 바퀴 연결부, 전체 형상 등 요부를 중심으로 실제 사진을 기준으로 한 분석을 담았습니다.


둘째, 선행 공개 디자인 자료
국내 쇼핑몰과 중국 플랫폼에서 이미 판매 중이던 동일·유사 제품의 화면 캡처와 리뷰 등록 날짜를 핵심 증거로 정리했습니다.


셋째, 무효 사유에 대한 법리
디자인보호법 조문과 판례를 인용해 본 등록 디자인이 신규성·창작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넷째, 자유실시디자인에 관한 판례와 해석
이미 공지된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제품임을 강조해 판매자의 캐리어가 특정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효 사유가 명백한 디자인을 근거로 한 침해 주장은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 향후 불필요한 추가 분쟁을 예방하려는 목적도 함께 담았습니다.



14일 뒤, 다시 살아난 상품


의견서와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한 뒤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쿠팡은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 재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플랫폼이 내리는 판단은 언제나 증거와 논리, 그리고 정책 기준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번 사례 역시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구체적인 법리와 선행자료, 디자인 비교 결과를 충분히 제시했기에 재개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매자 A가 침해 의혹을 처음 통보받았을 때 바로 대응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플랫폼 내부에서 사건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질 수 있고, 계정 전체에 불리한 이력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온라인 셀러에게

이번 사건을 통해 온라인 셀러 분들께 꼭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째, 디자인 침해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등록 디자인이라고 전부 유효한 것도 아니고, 때로는 무효 사유가 명백한 권리가 행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둘째, 지식재산권 분쟁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구조화된 논리의 영역입니다. 사진 몇 장과 한 줄짜리 해명으로 끝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플랫폼과의 분쟁은 곧 매출과 계정의 생존과 이어집니다. 혼자 해결하려다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초기 단계에서 구조를 잡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 법은 결국 ‘균형’을 향해 간다

디자인권은 창작자의 노력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그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이미 공개된 디자인을 독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되기도 합니다. 법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언제나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판매자 A의 제품은 어떠한 권리도 침해하지 않은 채 정상적인 시장 경쟁을 하고 있었음에도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법리와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해 나간 끝에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는 쿠팡, 스마트스토어, 해외 마켓 등에서 지식재산권 이슈로 어려움을 겪는 셀러들이 억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를 하고 계시다면, 언젠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그 순간, “이건 끝났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디까지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인지, 한 번 차분히 짚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보셨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 저희가 함께할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사례가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길잡이가 되리라 믿습니다.



아이피렉스, 쿠팡 셀러의 든든한 권리 파트너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는 온라인 셀러의 지식재산 분쟁 대응을 전문적으로 지원합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디자인·상표 침해 신고에 대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서류만 써주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시각으로 셀러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지켜주는 조력자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오픈마켓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 분쟁은 단순한 소명서 제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상대방이 등록한 권리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법리적으로 침해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면 셀러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는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법리·판례·실무 경험을 종합해 최적화된 전략을 제시합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고객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셀러 여러분이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전화문의: 02 556 1028
홈페이지: www.iplexlaw.co.kr
Email : iplex@iplexlaw.co.kr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는 최고의 기술력과 최상의 노하우로 고퀄리티 지식재산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해외 특허, 국내/해외 상표, 국내/해외 디자인 권리 확보에 강점이 있는 특허법률사무소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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