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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 Jul 29. 2021

같지만 다른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

O2O 세탁앱 사업모델(BM), 내맘대로 뜯어보기

O2O 앱 기반 세탁서비스가 인기라고 한다. 모든 게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세상에서 예고된 수순이다. 어찌 보면 이제야 이런 서비스가 확산되는 게 느린 건지도 모르겠다. 세탁이 좀 올드해 보여서일까.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워시스왓(세탁특공대)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가 대표적이다. 아직 두 업체 모두 신생 단계여서 업계를 씹어먹는 1등의 두각은 나타나지 않는다. 누적투자규모도 모두 200~250억원, 시리즈B로 비슷하다. 두 업체가 함께 성장하며 시장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이들은 모두 전문 세탁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배송도 당일 수거 익일 배송을 내세우고 있다. 문 앞에 내놓고 앱 조작만 하면 알아서 수거-세탁-배송을 해주는 것. 생각해보면 예전엔 세탁소 아저씨들이 아파트마다 다니며 '세탁~'을 외치며 세탁물을 수거해가곤 했던 것 같은데, 그 서비스의 모바일화인 셈이다. 세탁특공대나 런드리고나 똑같았다... 여기까지는.



1. 런드리고는 '세탁소'가 아닌 '세탁기'와 싸우고 있었다


눈길을 끈 것은 런드리고의 '월정액'기능이었다. '도대체 세탁소를 얼마나 간다고 월정액을 하나. 요즘은 아무거나 다 구독경제구나' 했는데, 이거 단순 세탁소 서비스가 아니었다. 


월 3회, 그러니까 10일에 한 번씩 와서 쌓였던 양말이며 속옷, 수건 같은 모든 세탁물을 다 수거해서 세탁-배송해주는 것이다. 어쩌다 중요하거나 비싼 옷만 맡기는 세탁소가 아니라, 모든 세탁물을 맡기는 이른바 '세탁기 돌림 대행' 서비스인 셈이다.


자취를 해 본 사람은 안다. 빨래는 하는 것도 상당히 귀찮은데 건조하고 개키기, 다림질 하기는 더 귀찮다. 더 큰 문제는 가뜩이나 좁은 집을 가득 채우는 빨래건조대다. 무리해서 건조기를 사자니 공간, 가격 등 고려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개키기, 다림질 하기 등은 달라질 것도 없다. 월정액 서비스는 이런 귀찮음을 공략해 대신 세탁기를 돌려주고 건조해주고 개거나 다려주는 서비스라고 보면 되는 듯싶다.


번거롭게 '런드렛'이란 전용 수거함을 왜 주나 했더니 보안을 강화한 빨래통이었다. 티셔츠부터 양말이며 속옷, 수건 같은 세탁물까지 빨래해야 하니 쇼핑백이나 비닐봉지에 담아 집 앞에 놓기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 

이것저것 죄다 1번 런드렛 안에 넣어놓으면 된다. 안전한 집 밖 세탁바구니인 셈

다만 이게 시장에서 먹힐지는 의문이다... 월 6만4000원(그것도 이벤트가격)이라는 서비스 가격이 결코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물빨래만 3번은 3만8000원) 또 아무리 런드렛이라는 전용 수거함이나 빨래망 등 장치가 있어도 속옷이나 양말을 남에게 맡기는 데 대한 부담감이다. "저 가격에, 저런 리스크에, 그냥 운동삼아 세탁기 돌리지"라는 생각과 경쟁해야 한다. 


여기에 2인 이상 가구라면 집에 건조기를 들여놨거나 집에 빨래건조대 사용할만한 시·공간적 여유는 있을 것 같아 확장성에도 한계가 보인다. 아,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구소득이 딱 2인 도시가구 평균치인 내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넷플릭스 월구독료 4배값, 동네 헬스장 두달치 이벤트 이용료, 주1회 치킨1마리 먹을 수 있는 돈인 6만4000원을 내느니 직접 세탁기를 돌릴 것 같다. 


런드리고의 월정액 서비스.  물빨래만 3번 하면 3만8000원에도 가능하다. 비싸다기엔 싸고 싸다기엔 비싼 느낌.


2. 제2의 배민 노리는 세탁특공대..+a는?


세탁특공대를 보면 배달의민족이 연상된다. 기성 서비스인 세탁소(전단지·전화)를 모바일앱으로 대체했다는 점 외에도 배민의 전매특허인 '키치함'과 타이포그래피를 통한 브랜딩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노골적으로 세탁업계의 배민을 어필해왔다. (최근에는 콘셉트를 바꾼 것 같다.)


먼저 가격이 싸다. 셔츠 한 장 세탁비는 1500원. 앱 기반 생활서비스 시장 자체가 커지는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신규소비자 허들을 낮춘다는 전략은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 커버리지도 런드리고에 비해 넓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케팅, 가격, 서비스 제공 범위가 따로 놀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저에서 가장 정석대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이다.

배민이 생각나지만... 넘어가자

다만 +a가 부족해 보인다. 세탁물별로 공정을 분류하고 IT를 강화했다는데 임팩트가 없다. 세탁이 아무리 완벽해도 '오염의 완전 제거, 파손 제로'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서 그런가 보다. 여기에 전문세탁을 식사배달처럼 자주하는 게 아니다 보니 배민만큼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여기에 서비스가 커지면서 불거지는 SQ(서비스 품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사실 작년 봄, 세탁특공대로 겨울코트를 드라이클리닝했는데, 내 코트는 안감이 찢어지고, 와이프 코트는 허리끈 일부가 찢어지고 새로운 얼룩이 추가된 채 배송됐다. 다행이 와이프 코트는 바로 무상수리를 맡겨 고쳤는데, 내 코트는 파손을 너무 늦게 발견해 미처 수리도 못 했다. (그 경험 이후로 우리는 그냥 동네 세탁소를 다시 찾는다.)


1년6개월이 넘은 일인 데다 한 번 써본 후기여서 이것이 서비스 품질을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은 서비스가 개선됐거나, 혹은 당시에 내가 그냥 운이 나빴던 것인지도 모른다. 


세탁특공대의 세탁 공정 설명 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3. 잠깐만, 그래서 난 어디를 쓰냐고?


사실 세탁은 신경 자체를 안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최고다. 파손, 이염, 세탁 오류 등 서비스 자체에 본질적 결함이 발생하지만 않으면 한 번 이용한 세탁소(세탁서비스)를 이탈할 일도 없다. 반대로 세탁 자체가 이슈가 되면 마케팅이고 브랜딩이고 한 순간에 소비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난 어디를 쓰고 있을까.


실컷 리뷰해놨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두 곳 다 직접 쓰지는 않는다. 그냥 동네 세탁소를 이용 중이다. 아직까지는 동네 세탁소 품질이 가장 만족스러우니까. 한 번 세탁특공대에 데이고 나니 런드리고까지 못 미덥다. 잘 만든 O2O앱 하나가 모든 걸 점령하는 세상에서도 본질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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