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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21. 2022

내가 꿈꾸는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감동받은 날


꿈을 찾겠다고 선언하고 모닝 루틴을 실천하면서 나의 주말 풍경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얼마 전까지 나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최대한 늦게까지 잠을 자다가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면 일어나서 대충 먹을 걸 챙겨주고 티브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휴대폰을 끼고 누워있었다. 그랬던 내가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서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고 독서를 30분 이상 한 다음 아이들에게 아침을 차려주었다. 주말 오전 7시 30분은 이전의 나에게는 새벽과 같은 시간이었다. 금요일 저녁이면 맥주를 몇 캔 마시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곤 했었다. 모닝 루틴을 실천하면서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고 책을 읽다가 잠들고 있다.


오늘은 막내딸과 대학로에 가기로 한 날이다. 며칠 전에 어린이 뮤지컬 티켓을 예매해 두었다. 혜화역으로 가는 4호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먼저 집 근처 역에서 3호선을 탔는데, 우리가 탄 차량은 새 차였다.

"우리가 오늘 운이 참 좋은 것 같아. 저기 불 들어오는 것 좀 봐. 엄마가 평소에 타는 지하철은 저렇게 문 앞에 불 안 들어와. 멋지다"라고 지윤이에게 말했다. 주말이라 배차 간격이 길어서 인지 승객이 많아 서서 가야 했기에 일부러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며 즐겁게 목적지까지 갔다.


리가 보기로 한 뮤지컬은 '오즈의 마법사'로 소극장에서 하는 어린이 뮤지컬이다.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관객은 우리 둘 뿐이었다. 우리 둘을 위해 다섯 명의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엄마의 마음이 되곤 한다. 이렇게 관객이 없어서 얼마나 기운이 빠질까 배우들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를 치고 호응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재미있어졌다. 도로시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떠난 허수아비, 사자, 양철 나무꾼이 원했던 지혜, 용기, 심장은 그들 안에 원래 있던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 장면에서 감동의 눈물이 흐를 뻔했다.

"엄마 울어?"

지윤이가 언제 내 표정을 살폈는지 물었다.

"엄마 하품한 거야"

마스크를 쓰고 있어 씰룩거리는 콧구멍이 안보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즈의 마법사가 이렇게 감동적인 내용이었다니.. 내가 꿈꾸던 것들은 내 안에 이미 있는 것이고, 내 꿈을 찾아줄 오즈의 마법사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늘 오즈의 마법사를 연기한 배우님들도 꿈을 이루길 진심으로 응원하며 극장을 나왔다.




대학로까지 와서도 우리 동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짜장면을 먹고, 마로니에 공원 솜사탕 맛에 행복해진 지윤이가 말했다.

"엄마, 우리 오늘 진짜 운이 좋은 거 같아. 뮤지컬도 재미있었고, 점심도 맛있었고, 이렇게 솜사탕도 사 먹고."

아이는 내가 오전에 한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내가 오늘 우리가 새 지하철을 타게 되어 운이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하는 대신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자리가 없다고 불평했다면, 아이 역시 오늘 더운 날씨에 많이 걷느라 힘든데 고작 짜장면이나 먹은 짜증 나는 하루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닝 루틴이 가져다준 나의 긍정적인 변화가 아이에게도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 책장에 꽂혀있는 오즈의 마법사 책을 읽었다. 내가 꿈꾸는 것들이 이미 내 안에 있다면 난 그것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내가 내 마음을 이렇게나 모를 수가 있다니... 마음에도 눈이 있다면 좋겠다. 두 눈이 멀쩡한데도 보지 못하고 심장이 있는데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온 것 같다. 답답하다. 꿈을 찾겠다고 선언한 게 괜한 짓이었나 하는 후회가 살짝 밀려든다. 하지만 만에 하나 내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분명한 건 꿈을 찾겠다고 결심하기 이전보다 꿈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지금의 내가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고 점점 더 좋은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잠들기 전,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고 있던 구두를 세 번 톡톡톡 친 것처럼 이불속에서 발뒤꿈치를 톡톡톡 세 번 쳐보았다.

'오늘 밤 꿈속에서 나의 꿈이 이루어진 10년 후의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 주렴'

오늘은 운이 좋다고 말했더니 진짜 운이 좋은 일만 생기는 특별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우리 모두의 소중한 꿈이 이루어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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