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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May 13. 2024

내 등뒤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친구 아버지의 부고를 받았다. 

'결국 그냥 그렇게 가셨구나...'


친구의 아버지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1년 넘게 누워 계셨다. 어느 날 머리가 너무 아파 구급차를 불러 타고 가고 있으니 병원으로 오라고 친구에게 전화를 건 게 마지막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을 했으나 깨어나지 못하고 1년을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마지막 인사라도 하게 한 번만 깨어나 달라는 친구의 간절한 바람을 아버지는 끝내 들어주지 못하셨다.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계시는 1년간 친구는 우는 날이 많았다. 어떤 날은 아버지를 보러 가면 아버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날은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보여 그냥 보내드리는 게 맞는 거 같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면서 말했다. 만약 내가 누워있는 상태라면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부모님의 경우라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못 할 것 같다.


그동안 많이 울어서인지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는 담담해 보였다. 나도 그동안 고생하셨던 아버님과 친구가 이제 편안하게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거라 생각하니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맑은 날 떠나셔서 다행이라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친구를 안아주고 밥을 맛있게 먹었다.


산다는 게 결국은 죽음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은 내 앞이 아니라 등 뒤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죽음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내 뒤를 따라 걷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게 손을 뻗어 삶을 끝낼 수 있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며 나는 이런 결심을 했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자!'


장례식장에서 돌아와 딸들에게 저녁을 차려줬다. 고1 딸이 계속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게 거슬려서 몇 번 지적을 했다. 알았다고 하면서도 몇 숟가락 먹고 또 휴대폰을 집어든다. 누군가와 계속 톡을 주고받는다. 슬슬 짜증이 났다.


설거지를 하려고 식탁 위에 그릇들을 좀 날라달라고 딸한테 부탁했는데, 계속 핸드폰만 붙들고 있다.

"빨리 안 가져오면 설거지 네가 해."

그제야 딸이 그릇 몇 개를 들고 오더니, 남은 건 동생한테 미룬다. 나는 결국 폭발했다. 얼굴이 벌게지도록 딸한테 잔소리를 퍼부었다.


휴, 슬프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아이들한테 사랑한다는 말, 예쁜 말만 해주고 싶은데 결국 망치고 말았다. 내일은 조금 더 인내심 있는 내가 되기를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 내일이 있다는 건 기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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